다음날 아침 면접에 늦을라 일찌감치 상수를 데리고 나왔지요.
서울 지리에 어두운 녀석이라 지하철 타는것과 몇번 출구에서
내려야 하는지 계속 일러두고 헤어졌습니다.
울 마눌이요?
움....어제 장담한 대로 밥 한솥 해놓고 자고 있더라구요.
움..뭐 기대를 한건 아니였지만...
일이 일찍 끝나서 5시쯤에 퇴근을 했지요.
현관입구부터 맛있는 라면 냄새가 솔솔 나는겁니다.
"엥? 왠 라면이지?"
찰칵~~~~~~~
"형아 왔나?"
"니 뭐하노?"
"보면 모르나? 은비랑 라면 묵는다 안카나.."
"아빠..다녀오셨어요?"
"으..응...엄마는? "
그제서야 마눌은 부시시한 모습으로 나오더군요.
머리는 삼발..
침 흘린 자국 선명..
왼쪽에 눈꼽..
"뭐꼬? 와이리 시끄럽노? 잠 좀 잘라카는데..
엥? 당신 일찍 왔네?
엥? 상수 이눔아 언제왔노? 면접은 잘 본기가?"
"엄마 내가 삼촌 문 열어준거야..잘했지?"
"으이구.....당신 뭐하는거야?
시동생 밥도 안챙겨주고? 꼴은 또 그게 뭐야? 으이궁.."
순간, 찌릿한 전기가 느껴지더군요.
바로 마누라의 눈초리...음....흠흠..
그러나 이미 엎지러진물..
"뭐라꼬? 당신 말 다 했노?
내가 놀고묵는 사람이가? 니가 애 둘 키워봐라.
하루종일 얼마나 힘이드는지 알기나 아나?
밥이 없나 쌀이 없나?
내가 할일은 다 하고 자는데 뭐 보태준거 있나?
배고픈 사람이 좀 차려먹으면 되는기지
하루쯤 그래먹으면 손에 가시가 돋나? "
카랑카랑한 마눌의 목소리에 잠들었던 아들래미의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뭐라꼬? 그래서 지금 잘했다 카는기가?"
"아이구..참말로..왜들 그러시는교?
형아..괘안타..형수 말마따나 배고픈 놈이 차려멱으면 되는기다.
내가 라면 묵고싶어서 은비랑 묵고있는데 와 그카는데?
형수야..좀 참으이소..
참...내 향수한테 줄것도 있는디.."
상수는 가방에서 뭔가를 부시럭 꺼내더군요.
"뭔데?"
퉁명스럽던 마눌의 목소리는 금새 환희에 찬 꾀꼬리가 되었죠.
"꺄악~~~~~~~~~~~!!!!
김남진이네...오메오메..."
바로 상황 종료되었죠.
에휴...김남진이 우리집에선 웬수이자 해결사네요.
"오메...상수야..니 이거 어디서 샀노? 이거 완전히 최신판이네..
흐흐흐..고맙데이.."
마누라의 흥분된 목소리는 10분동안 이어졌습니다.
상수랑 나란히 누웠습니다.
"자나?"
"아이다.아직.."
"오늘 면접은 잘 본기가?"
"글쎄다..잘 모르겠다.대답은 잘 한것 같은데..
뭐 기대는 안할란다."
"와?"
"뭐 나같은 촌놈 써줄끼가? 그냥 경험삼아 함 온기지.."
"짜슥...
김남진이 사진은 우예된기고?"
"크크큭...은비가 말 안하드나?
형수야가 김남진이 팬이라꼬..
그냥, 형수한테 잘 해주고 싶은 마음에..
형아도 생각나나?
어릴적에 늘 누나처럼 내한테 잘해줬다 아이가..
형아가 형수랑 결혼한다고 했을때 제일 좋아했던거도 내고..크크.."
참 오래전 얘기입니다.
아득한.....
"형아...내는 형수랑 형아가 평생 행복하기만을 바란데이..
내도 형수같은 사람 만나야 할낀데..크큭.."
"문디..어여 자그라.."
새벽 2시쯤 잠이 깼습니다.
조용히 애들방으로 가봤지요.
드르렁..드르렁..
마누라의 코고는 소리에 애들도 어느새 단련이 된건지..
은비만 가끔 뒤척일뿐 안깨고 잘 자더군요.
세상 모르고 자는 울 마눌..
'그래, 사람 하나 키우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 일끼고..
오늘 미안했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