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무렵,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습니다.
"형아..내다.."
"상수가?"
"어..내 1시차로 올라갈끼다."
"뭐? 어델?"
"어데긴? 서울이지."
"뭐? 뭐라꼬? 니 형수한테 전화했나?"
"아니.형아가 하면 되잖나."
"이 문디..갑자기 서울은 와?"
"내 면접 한군데 볼데가 있다 아이가.."
"아 자슥..그라믄 진작에 말을 했었어야지.."
갑작스레 면접보러 서울에 온다는 막네동생 전화군요.
가뜩이나 울 마눌 애 둘 데리고 힘들어 하는데, 3일동안
머문다니..우째 말을 할까 걱정이 되었지요.
"상수가 면접보러 서울 온다는데...."
"꺅~~~~~~~!!! @@##$$&&** "
오후 5시가 조금 넘어서 벨이 울렸습니다.
"상수가?"
"응 내다.."
양손에 엄마가 싸준듯이 보이는 보따리가 가득했죠.
"헤헤..형수야..잘 지냈는교?"
"상수야..니 오래만이네.."
옛날에 같이 놀던 옆집 누나동생 사이라 울 마눌은 시동생한테도
높임이 없습니다.
게다가 식구들 만나면 바로 사투리가 자연스레 나오죠.
"상수야..이 문디야..니 이래 갑자기 올라오면 어카노?"
"형수..미안하데이..갑자기 일이 그래 되가..딱 3일만 신세 집시다.
와...은비.많이 컸네.."
"으이궁...이게 다 뭐꼬? 엄마가 싸준기가?"
"응... 뭐 그래 바리바리 싸주는지, 팔 아파 죽겠다."
보따리엔 고추며, 상추며,여러가지가 들어있더군요.
애들은 오랫만에 삼촌 만나 반갑다고 난리고,
저는 마누라 눈치보며 저녁상 차리는걸 거들었지요..
마눌은 싫기도 하면서 보따리 가득담긴 먹거리를 보니 마음이 조금
풀렸나 봅니다.
"어마이 덕분에 살림살이 나아지겠네..
참..상수야..나 니 아침 못해준다 아이가..
밥은 전날 해놓을테니 니가 알아서 챙겨먹그라."
마누라는 아예 대놓고 말을 합니다.
다른집에선 흔치 않은일..
마누라는 시동생 상수가 어릴적 말타기 같이하던 그 작은 머슴아로 보이는가 봅니다. 아직두..
암튼 셋이서 대화하는 수준은 거의 형제간이나 다름없지요.
저는 아무말도 못했습니다.
애기둘 데리고 힘들어하는 마눌한테 시동생 아침밥 차려달라는말도 못하겠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서울서 모처럼 형아네 찾아온 동생에게
더 잘해주고픈 마음은 그저 마음뿐이였죠.
그래두 울 마눌..착하죠..흐흐..
그날저녁을 다 먹고나서, 상수는 애들하고 놀고
저는 설겆이를 거들었지요.
"당신 설겆이를 다 하네.."
"내가 뭐 언제는 안해줬나?"
"크크큭...당신 내 눈치보나?"
"눈치는 뭘...음...흠흠..좀 미안하네.당신 힘든거 아니까.."
"됐다..나는 상수 저눔아 보면, 동생이 없어 그런가
참 귀엽더라..까르르..
옛날 생각도 나구..
짜슥이 함 해보겠다고 서울 올라온긴데, 형수가 되가
3일동안 못 재워주겠나..밥은 지가 차려 먹는다 카이.."
마누라가 그렇게 생각을 해주니 참 고맙더군요.
그날 밤, 우리부부는 처음으로 각방을 썼죠.
왜그리 옆구리가 시리던지..후훗..
허전한 옆구리엔 동생이 코를골며 자고있네요.
마누라는 작은방에 애들이랑 같이 새우잠을 자고있을테죠.
제발 마눌 잠꼬대 소리에 애들이 깨지 않기만을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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푼수 마누라를 읽어주시는 님들께 감사의 인사 다시한번 드립니다.
글을 쓴다는게, 참 쉽지만은 않네요..
이래저래 탄탄한 글을 쓰고 싶은데, 뜻대로 잘 안될때는
저도 모르게 딜레마에 빠지기도 하구요..
간혹 어색한 사투리와 구성이 이상하다고 생각되시더라두,
애교로 봐주세요..쿠쿠쿠..
실은 제가 서울 촌놈이라서..^^
그럼 또 뵙겠습니다..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