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정말 일찍 들어가야지..했었지요..
그런데 일 끝나고 자연스레 직원들과 한잔 하게 되었지 뭡니까.
한잔이 두잔되고..사는 얘기 하다보니,두잔이 세잔되고..
그러다보니 결국 1시가 넘어 귀가하게 된겁니다.
'에휴..마누라한테 또 잔소리 듣겠구만.."
언덕을 올라가는데 마침 아파트 옆 작은 슈퍼를 하고있는
수현이네 엄마가 가게문을 닫고있네요..
"은비아빠 오늘 늦으시네여.."
"아..네...수현어머니..문 닫으시나보네여.."
"은비아빠..전화 못 받으셨어요?
오늘 은비가 다쳐서 난리났었는데.."
"넷...? 네엣..? 뭐라구요..??"
참..자식이 뭔지..갑자기 그 말을 들으니 휘청거리던 다리가
군기 바짝 들데요..
술도 깨구요..
얼른 뛰어서 집으로 들어갔지요..
벨소리를 듣고 나온 집사람..
고양이 같이 한번 째려보고는 방으로 쉭 들어가데요..
은비를 먼저 살폈습니다.
얼굴이 조금 까지고, 무릎에 붕대가 감겨 있더군요.
"어쩌다 저 모양이 된거야?"
"으이그..이 웬수야.. 딸래미 다친것도 모르고 그래 이제 들어와?
내가 당신 술 많이 마시라고 없는돈 모아 개소주 해준줄 알아?
나가...술이랑 살아..
으이그..지긋지긋해..."
예상대로 마누라의 잔소리 직격탄을 맞았지만,
딸아이 때문에 놀란듯 아내의 눈가엔 눈물자욱이 선명하더라구요.
에휴...하필이면 이런날 늦다니..
저도 후회 막급이였죠.
알고보니 딸아이는 놀이터에서 그네타고 놀다가 누가 밀쳐내는
바람에 떨어졌다는군요..
애들 다 그렇게 크는거리고 큰소리 치며 위로했지만,
딸애 얼굴에 상처가 되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스럽데요..
에구..암튼 그날밤 잘못했다고 싹싹 빌고 빌었죠..
아침엔 다들 잠든사이에 살짝 나왔죠..
더 좋은아빠가 되리라..다짐하면서...
그런데 속이 좀 쓰리더군요..
회사앞 편의점에서 해장콩나물국 한그릇 마시고는
바로 출근을 했지요.
그후로 몇일동안 나름대로 일찍 들어가 애들하고 놀아주고,
집사람 눈에 들려고 저 노력 많이 했답니다.
그런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