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뛰쳐나온 마리는 하염없이 울면서 달리기 시작하였다.
무언지 알 수 없는 슬픔과 괴로움이 자신의 머리에 스치며 복잡해지는 것을 알았다.
"창녀....창녀의 딸이라니.."
마리는 온통 그러한 생각만을 하였다.
이 후 마리는 거리를 떠돌아 다니며 이 곳 저 곳을 방황하였고, 결국 가출을 하게 되어 버렸다.
마.....리...
어머니 이름을 그대로 물려 받은 창녀의 딸 마리....
마리는 엄마가 너무도 미웠고 자신조차 너무 미워졌다.
마리는 더 이상 세상에 산다는 것에 의미를 두지 않았다.
슈퍼로 달려가 소주 한병과 커터 칼을 하나 구입하였다.
수풀이 우거진 한강 다리 부근.
이미 해는 뉘억 뉘억 지고 어둠이 밀려들기 시작하였다.
마리는 미리 준비한 커터 칼과 소주를 호주머니에서 꺼냈다.
마리는 소주를 단 숨에 들이켜 마셨다.
머리가 갑자기 어지러워졌고, 하늘은 빙빙 돌기 시작하였다.
아직 술에 익숙하지 못한지라 마리는 속에 있던 모든 찌꺼기들을 다시 입 밖으로 뿜어내었다.
"그래.. 차라리 죽어 버리자! 학교가서 어떻게 친구들 얼굴을 볼 수 있을까? 어떻게 창녀의 딸로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
감수성 많은 소녀였던 마리는 혼자말을 하며 모든 것을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커터칼을 조심스럽게 손목에 갖다 대었다.
바로 그 때.....
근처에서 부스럭 하는 소리가 들렸다.
마리는 잠시 자신의 행동을 중단하였다.
비록 죽으려고 마음 먹었지만,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어둠 속에 비친 4개의 그림자가 더 두려웠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