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꿈같은 신혼여행을 마치고 강형사와 영은 강형사의 집에서 새살림을 했다.
강형사의 영에대한 애정은 각별했다.
회사에서도 몇번씩이나 영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
회사가 끝나는 대로 부리나케 달려들어와 영과 함께 지냈다.
사실 강형사는 영이 보고싶어서 미칠 지경이었다.
회사에서 회식이라도 할라치면 집에서 우두커니 자신을 기다릴 영생각에 안절부절해지는 강형사였다.
집에 돌아와 영과 늦은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들면
잠든 영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이게 꿈인가 생신가 할 정도였다.
영도 마찬가지였다.
하루하루가 꿈같았다.
평생 받아야 할 사랑을 모아서 한꺼번에 받는것 같았다.
강형사의 품에서 잠이 들면 이것이 꿈이아니길 매일같이 비는 영이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행복한 날들로 두사람은 시간가는줄 모르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어느날.
영은 아침부터 심한 생리통으로 허리를 펴지 못할정도로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강형사는 같이 안절부절하며 영을 지키고 있었다.
-그렇게 아파? 난 여자들 생리통이 이렇게 심한지 몰랐어.-
-원래 좀 그래요. 몸이 건강한 편이 아니니까..
생리통도 좀 유별나나봐요.-
-진통제 있어?-
-있어요. 걱정말고 얼른 출근해요. 별것도 아닌데..-
-약 자꾸 먹으면 안좋은데.. 내가 눈치봐서 얼른 올께..
암것도 하지말고 배깔고 쉬어. 알겠지?-
-참.. 당신도.. 여자들 이런걸로 당신처럼 유난떠는 사람 당신밖에 없을거야. 얼른 가요.-
강형사는 연신 영을 뒤돌아 보며 출근했다.
영은 자신을 걱정해주는 강형사가 고마웠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했다.
이런 통증 아니 이보다 더한 통증이었지만 강형사를 만나고 난후
정말 씻은듯이 없어져서 최근엔 느껴보지 못한 통증이었다.
혹시...
아닐거야.. 아닐거야.. 내가 얼마나 행복한데..
영은 고개를 내저었다.
아플땐 일이 제일이지..
가만히 배깔고 있어봤자 더 힘들어.
영은 대청소를 시작했다.
한참 땀흘리며 청소를 하고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강형사였다.
-당신 어때? 쉬고있어?-
-참.. 별거아닌걸로 신경쓰지마시라고 했죠?
자꾸 그러면 쪼잔하다고 할거에요?
대청소중이에요. 원래 일하고 외출하고 그러면 훨씬낫거든요-
-미쳤어? 그몸으로 청소를 하다니.
나 당장달려가기전에 빨리 쉬어. 알았어?
-알았어요. 하여간 끊어요. 일해요. 잘리고싶어요?-
영은 피식웃으면서 다시 하던일을 계속했다.
고마운사람..
자신을 이렇게 생각해주는 가족이생긴것이다.
강형사가 자신에게 가족이 되준것이다.
영은 오늘저녁엔 강형사가 좋아하는 매운탕을 하기로했다.
장을 보고 생선을 다듬고..
갑자기 배를 찢는듣한 통증이 일어났다.
머리가 깨질것처럼 아팠다. 그때처럼..
설마. 설마..
왜?
안돼.. 안돼.. 제발...
영은 절규하다가 의식을 잃었다.
suddenly i'm not half the man i used to be
there's shadow hanging over me....
커튼이 쳐진 강형사와 영의 신혼집에 음산하게 들리는 노래는 귀기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영은 조용히 음침하게 빛나는 칼을 들여다 보고있었다.
그동안 이여자를 아껴줘서 고맙군..
하지만 이제 더이상 내가 숨어서 살순 없지..
사랑이 우리를 치료한다구? 웃기지마..
지금까지 이여자뒤에 숨어서 살았지..
이제 더이상.. 숨어살진 않아.
이제 이여자가 '그녀'가 될거야. 나는 이제 나일뿐이라구..
한동안 없는듯 나타나지 않았어.
이여잘 안심시킨거야..
이제 때가왔어. 내가 이여자를 지배할때..
앞으로 이여자는 더이상 내앞에 나타나지 못할거야.
딩동딩동 급하게 울리는 벨소리..
강형사가 문을 두드렸다.
영이 아닌 '그녀'가 웃으며 강형사를 맞이한다.
-몸은 어떤거야? 왜 전화를 안받아. 커텐은 왜이렇게 쳐놨어?
머리가 많이아파?
걱정이돼서 달려왔다고.. 전화를 받아야지..-
-당신두.. 잠깐 밖에 다녀왔어요. 당신맛있는거 해줄라구요.
얼른 문이나 닫아요.-
쾅 닫기는 현관문..
'그녀'의 등뒤에 숨은 칼날이 마지막 햇볕을 받아
보석처럼 빛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