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아님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_-
<18>
김박사는 조용히 담배를 한대 물었다.
희끗희끗한 머리와 얼굴에 깊게 패인 주름이 그간 정신과 전문의로서 살아온 경륜을 보여주는듯 했다.
강형사와 김박사가 범인심리분석때문에 첫 인연을 맺은지 근 오년이 되어간다.
처음엔 강형사가 건방지다고 김박사가 노땅이라고 티격거리다가 지금은 아들과 아버지처럼 인연을 맺어 강형사가 힘들때마다 많은 도움을 주는 사람이었다.
-자네 도대체 저아가씨 정체가 뭐야? 범인이야?-
-아..아닙니다. 박사님.. 그런거 아니에요?-
-최면시술을 했네. 저아가씨 한텐 아주 사악한 존재가 숨어있어.
뭐하는 여자야?-
-박사님두.. 저랑 결혼할 여자에요. 식만안올렸지 제 마누라나 마찬가지에요.-
-도대체 정신이 있는건지.. 위험한 여자야.
자네 이중인격이란말 들어봤지? 그거 사람 잡는거야.. 알아?-
-이중인격이라구요?-
-사람은 누구나 또다른 인격체가 숨어있지.
하나일수도 있고 많으면 여럿일수도 있어.
자네나 나한테도 다들 이중인격의 기질은 있는거야.-
-그렇다면..-
-누구나 갑자기 사악한 상상을 하고 범죄충동을 느껴.
그러나 대부분 진정한 자아의 힘이 세고 다른인격의 힘은 미미해서
평범한 사람한텐 문제가 되질 않아.
큰 상처를 받는다거나 어떤 사고가 계기가 되서 다른 인격
이 발현되곤 하지.
저 아가씨의 경우도 어릴적부터 심하게 다루어진것 같군.
서서히 커져왔던 또다른 인격이 어떤 계기로 인해
완전히 지배한거야.
생리증후군이라고 본인은 생각하지만 저아가씨의 경우는
생리때 사악한 인격이 힘을 쓴것같군.
저정도면 뭔가 큰 범죄를 저지를만 한데.
자신의 존재는 드러내도 그 인격이 자신이 저지른 일들은
발설하지않는군.
대부분 최면하에선 어쩔수 없는데.. 상당히 강한인격이야..-
강형사는 마음속으로 다행이다라고 생각했다.
사실 이번에 진료를 받으면서 혹시나 영이 저지른 일들이 탄로날까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치료는 어떻게 할수 있나요?-
-별다른 치료법은 없어. 약간의 약을 처방해 주지.
별건 아니고 안정제하고 소화제 정도야.
저아가씨에게 가장 강한 약은 사랑인것 같군.
어릴때부터 한번도 사랑을 못받고 학대만 당한 사람으로선
사랑의 힘이 가장 크지.-
사랑이라..
사랑이라면 자신있다.
얼마나 영을 사랑하는지..
그래서 자신을 만나면서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것이다.
어쩌면 영은 이미 치료되었는지 모른다.
치료된 영이지만 최면하에서야 별수 없었겠지.
영이 힘들었을거라는 생각을 한다.
가서 영을 안아주어야겠다.
-박사님.. 이제 가볼께요. 저사람도 기다리고 있고요.-
-꼭 저아가씨랑 결혼해야해?-
-아주 많이 사랑해요. 태어나서 처음이에요.이런감정.-
-내생각엔.. 글쎄.. 위험한아가씨같은데.
갑자기 자넬 배신할수도 있고.. 느낌도 좋지않아.
나이든사람 말 믿게.. 그게 옳아.-
-박사님.. 박사님느낌 틀린거 확실히 보여드릴께요.
결혼식때나 뵙죠.. 꼭 오셔야 돼요..-
김박사의 방문을 열고 나와 밖에서 강형사를 기다리고 있는 영의 어깨를 가볍게 안아준다.
-뭐라세요? 저한텐 아무말씀도 안하셔서..-
-다 나았데요.. 간단한 생리증후군이고..
어릴때 넘 힘들게 살아서 그렇대요.
사랑받고 살면 이제 행복해 질거래요.
걱정안해도 되요.
사랑이야 이제 확실히 제가 팍팍 해줄테니까요.-
영은 눈물을 닦았다.
고마운사람..
-자.. 이제 치료도 잘받았고. 우리 결혼날만 남았네요.
드레스나 보러가죠.-
영과 강형사는 손을 꼬옥잡고 예약해둔 드레스 가게로 향했다.
이제 영에게는 행복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