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몰매를 맞고 영은 원을 쫓겨났다.
원장은 무서운 마누라 옆에서서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그녀의 인생을 망쳤지만 그래도 그녀가 유일하게 기댈수 있는 '빽'이었던 원장곁을 그녀는 그렇게 떠났다.
아직 스무살이 안된 그녀에게 세상은 그다지 쉬워보이지 않았다.
원장이 준 '많은'돈은 세상에 나와보니 그야말로 푼돈이었고 방을 구하고 몇가지의 간단한 세간살이를 사고나니 그녀는 순식간에 빈털털이가 되었다.
돈을 벌어야 했다.
당장 먹고 살기가 어렵다는 두려움이 그녀에게 엄습했다.
공부나 학교 같은건 그녀에겐 사치라는걸 깨닫기 시작했다.
그래도 원장의 정부노릇을 할때는 이런 고통은 몰랐는데..
그순간 죽을만큼 싫었지만 순간만 참으면 원장은 충분히 그 보상을 해주는 남자였다.
이렇게 막막할때는 그 짐승같은 놈 밑에 있던 날들마저 그리워지는 것이었다.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쉽게 벌수 있는 일을 하고 싶진 않았다.
이젠 사람답게 살고 싶은 마음에 그녀는 열심히 살았다.
그러나 그녀에겐 또다른 고통이 생겼다.
그녀의 달거리..
원장은 이상한 기질이 있어서 그녀의 피냄새를 맡으며 섹스하기를 즐겼다.
-너의 향기를 맡으면 온몸이 젊어지는 기분이야..
그녀는 생리때만 되면 더욱 광폭히 그녀에게 덤벼드는 원장이 끔찍했지만 원장에게 몸을 대줄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 생리때 덤벼드는 원장이 없다.
그래도 매달 한번씩 찾아오는 생리때는 참을수 없을만큼 온몸에 통증이 밀려왔다. 그리고 엄습해오는 그 끔찍한 기억..
그녀는 배를 움켜쥐고 데굴데굴 구르면서 머릿속에 미친듯이 밀려드는 악몽같은 추억에 몸부림 쳐야 했다.
몸에서 피를 뿜는 그 몇일간은 아무것도 할수 없었다.
밥도 먹지 못하고 정신나간 사람처럼 볕한줌 들어오지 않는 곰팡이냄새나는 지하 방에서 그녀는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리고 도저히 참지 못할것 같은 어느날 그녀는 무작정 뛰쳐나갔다.
정신없이 뛰쳐나가 아무생각없이 거리를 헤매였다.
정신은 아득하고 배가 찢어지는 고통으로 괴로웠지만 그녀는 무언가 몸이 지시하는 바를 따라야만 했다.
그리고 아무데나 보이는 가게에 들어갔다.
음반가게였다. 제법 큰 그 가게에서 그녀는 구경하는척하다가 손에 잡히는대로 시디한장을 들고나왔다.
온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렸다.
고아원생활을 할때도 그녀는 남의 물건에 손한번 대보지 않았다.
가끔 남의 물건을 훔쳐서 들키는 아이가 있었다.
원장은 도둑질은 제일 나쁜짓이라고 몸을 부르르 떨며 화내며
그아이에게 혁대를 휘두르곤 했다. 원생들이 모두 보는데에서..
원장의 그말은 마치 고아원의 계명같은 것이어서 그원의 아이들은 손버릇이 나쁘지 않았고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남의 물건을 훔쳤다.
그녀에겐 인생을 바꿀만큼 획기적인일이었다.
그리고 집에와 부들거리는 손으로 자신이 훔친 물건을 보았다.
비틀즈의 음반이었다.
피식.. 그녀는 웃었다.
-집에 오디오도 없는 주제에..
그리고 그길로 나가 얼마 안되는 돈을 털어 중고 가게에서 낡은 오디오를 샀다.
그리고 음악을 들었다.
그리고 그녀는 더이상 아프지 않았다.
몸에서는 계속 피를 뿜어내고 있었지만 아프지도 고통스럽지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