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버지 없는 세상에서 살았으면...
그가 날뛸 때는 동물이다. 아니 동물 이하다.
동물들은 먹을 것을 구할 때 외엔 다른 동물을 괴롭히지 않는다 하지 않던가!
닥치는 대로 부수고 보이는 사람들에게 어김없이 주먹이 날아갔다.
단지 나에게 유전자를 줬다는 것 만으로 그를 사랑하라는 것은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사람을 아버지라고 부르며 사는 사람들이 너무 부러웠다.
어서어서 죽어주기를 바랬다.
천벌을 받을지 모르지만 그랬다.
나의 싸늘한 눈빛에 아버지의 폭력은 점점 더 심해져 갔다.
어느 날 술에 취해 발가벗은 채 집을 돌아다니는 아버지를 보고
난 더 이상 그를 사람으로 보지 않기로 했다.
다 큰 딸 앞에서 자신의 생식기를 내어놓고 부끄러워 할 줄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남자는 세상에 자신의 씨를 널리 널리 퍼뜨리고 싶어 한다나.
우스운 일이다. 자신이 무슨 남길 만한 가치가 있다고 퍼뜨리고 싶어 해.
나는 아버지의 유전자를 다 지워버리고 싶은 욕구를 강하게 느꼈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어떻게든 아버지만 없어져 준다면 잊고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표시나지 않게 죽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