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팔이 저려서 잠이 깼다. 애들이 어느새 내곁에 와서는 내팔을 베고 자고 있었다. 재울때 따로 재워도 언제나 내곁에 와있는 아이들.. 집안 일이 있거나 해서 몸이 너무 괴로울 정도로 고단할때는 하루만이라도 편하게 자고 싶어서 밤새 몇번씩 이방저방 으로 도망 다닌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계속 따라다니며 자는 아이들 언제나 팔이 저리더니 몸의 반쪽이 저리며 입까지 약간 돌아가는듯해서 올봄엔 한약까지 먹고있었다. 애들을 팔에서 가만히 내려놓고 갈아놓은 원두와 물을 넣고 현관에서 신문을 집어왔다. 두개의 신문.. 하나의 신문을 육개월 정기구독하는 동안 다른 신문은 서비스 투입 육개월 이용.. 그런식으로 계속 두가지의 신문보기를 하고있었다. 다내려진 커피를 갖다놓고 일단 신문의 큰제목만을 대충 ?어본다. 커피를 한모금 마시고는 베란다에 꾸며놓은 미니정원에 듬뿍 물뿌리개로 물을 준다. 젖은 흙냄새와 계절에 맞춰 피워주는 꽃들.. 접란 몇뿌리로 시작한 나의 홈 가드닝은 베란다가 화초로 가득 해질무렵에는 일가견을 이루고 있었다. 연록의 네프롤레피스로 여백과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 요령도 알게되어 방문자로 하여금 탄성과 부러움을 사는, 남편의 자랑거리가 되어있었다. 올봄에는 군자란이 탐스럽게 꽃을 피웠다. 영산홍이 만개를 했고 꽃창포도 몽우리를 터트리기 시작했다. 부서지듯 화창하게 내려앉는 ?빛에 반짝이는 물머금은 연록과 청록이 어우러져 핑크, 주황, 아이보리의 꽃들을 이고 봄바람에 산들거리는걸 감상하며 커피한잔과 함께하는 아침의 티타임. 혼자하기 아까워 가까운 이웃이라도 불러오고 싶은 충동을 자제하고 테이블로 가서 신문을 펼쳐 16면을 다 읽기도 전에 (난 언제나 16면 부터 읽는 습관이 있다. 1면의 큰제목만 ?고는 16면부터 꼼꼼히 읽기 시작한다.) 남편이 일어나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아이들에게 퍼붓는 키스 세례에 아이들도 일어나 부산스러워 진다. - 아빠~ 아파요! - 잘자쩌? 우리 강아지들! 턱수염이 밤새 자라서 꺼칠한 턱으로 싫다는데 더 부벼대며 장난을 치는 아빠에게 싫다면서도 얼굴만 피하며 목에 매달리는 아이들.. 행복한 시간.. 지금처럼 행복을 느끼는 시간에 왜 난 항상 불안을 감지하는걸까.. 나. 전.혜.린. 33세 3살 4살의 연년생 딸을 두고 있고 사내연애끝에 결혼한 남편 이 준혁 와는 동갑내기 이다. 내이름 전혜린은 작가 지망의 꿈을 지금도 버리지 않고 계신 친정어머니가 지어주신 이름이다.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작가 전혜린의 이름을 따셨다고 한다. 독일에서 유학을 하고 와서 교수로 재직하던중 딸하나를 두고 젊은 나이에 자살을 했다는 바이올렛과 검은 머플러의 수재 전.혜.린 독일어와 일본어로 일기를 ?㎢募?얘기를 어머니로 부터 들었었다. 역시 검은색을 좋아하시고 언제나 우수어린 옆모습을 보이시던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