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쿵쾅거린다.현이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니,무서운 남자다. 정말 무섭다.
"뭘? 뭘 알고 있었다고? 나도 잊고살았느데 ......언제부터였데?"
"현이가 3살되던해에. 그러고 보니까, 그당시 집요하게 내과거를 묻기 시작했어.나야,아무도 없었다고.중요한 사람은 없었다고...
그사람과 만났었데."
"그사람! 석민씨? 그지 그사람이 석민이 맞지? 미국으로 이민 갔다고,집안 식구 모두 한국엔 없다고 그랬잖아.난 도무지,무슨일인지."
"우연히 친구 소개로 음반 작업하는 사람을 만났는데,서로 맘이 통해서 친구가 되었데, 무슨 운명의 장난이니.헌데,그남자가 과거에 정말 죽을 죄를 지은 여자가 있어서 죄를 사함 받지 않고는 죽는것도 괴롭다고 했데...그후 여러번 일관계로 만나다보니,그사람이 불쌍 했다나. 그여자가 불쌍하기도 하고.그런데,어느날 시현씨 지갑속에서 떨어지는 작은 가족 사진을 보더니, 놀라는 기색을 보았다나 그뒤 그여자의 이름을 조심스럽게 알게 되었고, 사실을 알게 되었데,그여자가 아이를 갖었었고,그아이를 낳았을거란걸 생각하고 있다고. 그게, 나란걸 알게 된거야."민정은 하얗게 질려가고 있었다.그동안 얼마나 속이 아팠을까. 무서운 사람이다.남자가 다그런건 아닐텐데. 강시현 알 수 없는 남자다.순간 결혼식장에서의 모습이 떠오른다.어딘가모를 묘하게 우수에 젖은 눈빛과 단정한 그사람의 입술.그속에 가지고 있었던 싸늘함이 이런것을 예상하게 했던걸까-----
그때 아무도 몰랐었다.민정이가 8개월이 된것이 석민씨일거란걸.친구들도 부모님들도, 시현씨도 모두 몰라야 했다.차라리 그때 좀더 설득하고 말렸어야 했는데, 석민씨를 찾았어야 했는데,정말 내죄가 더 큰것 같다. 그냥, 시현씨 아이일거라고 믿으려 애써 잊고 살았는데.
한때는 민정이가 무섭다고 고개를 저었으면서 이모든 사실을 아는 내가 더 무서워진다. 이를 어쩌나.그동안 현이는 아무것도 모른체 양쪽 부모에게서 미움의 대상이 되었을까 , 정작 불쌍한것은 현이이다.
어른들의 이기심이 저아이에게 바른 인성을 주지않았을것이다.가슴이 미어진다.아이들이 요란하게 뛰는 소리가 들린다. 은이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그때였다.민정인 소리를 버럭 지른다.
"강현 너또 은이 괴롭히지...."울부짖는다.내게는 울부짖는 소리로 와닿는다.
"왜이래. 소리는 왜질러.산모가 진정을 해야지.너 이러다,은이때보다 더 위험해. 마지막까지 조심해야지.시현씨는 무슨소리야, 무슨여자, 왜? 이제와서 자기도 여자 만든거야?앙갚음 하려고! 너희둘 정말 무섭다.정말 똑같은 존재들이 만났네.웃긴다. 정말 웃겨."
흥분하게된다. 정말 지겹다.여자와 남자 도대체 사랑이라는 울타리로 서로를 괴롭히며 살아야 하는가,살기에 바쁘면 이런 정신이 어디에 있을까...다 사치 같은 일이 될것이다. 과거란,과거대로 떠나야 하는데, 인연 아니 운명이란 굴레로 서로를 힘들게 해야하나.나에게도 이런 사치가 주어진다면,나도 과거에서 괴로워 할까.한때나마,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하고 아이들 교육비 때문에 투덜거리며, 남편에게 당신은 돈도 없어서 바람도 못필걸. 돈벌어 놓고 바람펴, 나모르게 피면 봐줄게.그런 악담을했던 내가,초라하기 까지하다.부부란 이제는 의지가 될거라고 하면서도,서로에게 작은 상처들을 서슴없이 주고 받았는데.이집은 서로의 믿음이 나무가 서서히 타들어가서 활활 타다가 이제언제 꺼질지 모르는 상황이라니,나도 모르게 인생사가 슬프다.눈물이 주루룩 흐른다.민정이에게 다가앉는다. 민정일 안았다.나의 사랑하는 예쁜 친구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하염없이 눈물만 흐른다. 민정인 슬그머니 벗어나며 조용히 말한다.
"아니야, 새로 만난 여자가 아니래. 자기는 나하고 다르데나. 시현씨에게 사랑하던 여자가 있었다고 했던말 기억하니? 여자가 다른남자와 결혼했다고, 그여자를 못잊고 살던 시현씨 친구부인이 내 과선배라서.
소개해준거 기억해?"
"그래, 그런것 같아. 그런데. 그럼 그여자랑 다시 만났다고! 그래서 이해하라는거야. 너희둘 정말, 굉장한 사람들이다.무슨 전쟁때 헤어진 부인 만났으니 이해하란거야 뭐야. 무슨 얘기가 웃기는 희극이야.희극! 그래 웃자.결론은 시현씨가 내려야 되는거네. 넌 현이 문제가 크니 이러고 기다린다......"
이건 하늘에서 독수리가 땅을 향해서 곧 내려갈거니,기다리라고 하는 처사 아닌가.도망도 할 수 없는 상태로 두려움에 떨면서.
민정은 나만 쳐다본다. 연신 눈물을 흘리면서 언제나 처럼 내가 문제 해결을 하리라고 믿고 있다.이젠 나도 기운없는 기운 빠지고 지쳐서 누군가 나를 부축해 주었으면 하는 와중에 어찌할바를 모르겠다.
우선, 민정일 침대에 눕혀야 겠다. 너무 지친 기색이 영역하다.
"일어나, 침대에 누워봐.아이들 내가 볼테니까, 좀 쉬고 있어. 난 슬슬 집 구경이라도 할게. 웃긴다. 이와중에 집구경이라니.... 자. 자고 일어나. 아무 생각마.지금은 좀 쉬자.나도 아파온다. 자라."
"미안해,이건 아니었어.너하고 즐겁고 싶었는데.미안해~ 좀 잘게."
방문을 닫으며 그새, 내 눈에서 허무한 눈물이 흐르고 있다. 왜이리 허무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