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갑자기 자기 편은 없고 혼자인 듯 해서 서럽다는 생각이 울컥 들었다.
결혼을 결정하기 전 영주가 본가에서 어른들과 함께 산다는 얘기에 친정엄마는 완강하게 반대했었다.
'영주 너가 제대로 잘 하는것도 없는데 같이 살아서 어떡하겠다는 거니?'
'왜..같이 살면서 돈도 빨리 모울 수 있고 좋잖아'
'어머 얘 말하는 것 좀 봐! 네가 몰라도 정말 모른다'
'엄마가 왜그래?'
영주는 이런 엄마의 반응에 더 의아해 했다.
사실 영주네 엄마는 다른 엄마들처럼 자식들일이라면 벌벌 떨면서 옥이야 금이야 키우는 그런 엄마가 아니었다.
결혼 4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무슨 연인들처럼 아빠람 엄마는 항상 자식위주라기 보다는 부부위주 였던 분이었다.
컷으니 너희 일은 너희가 다 알아서 하라는 그런 엄마가 대뜸 시집살이가 어떻다는 등 이런저런 이유로 제동을 거는 게 이상하기만 했다.
'이것아 얼마나 시집살이가 고되고 힘들면 고부갈등이란 말이 나왔겠어'
'엄마.내가 다 알아 할테니 걱정 붙들어 메시유'
'그래도 이것이..야! 시자 붙은 건 다 싫다더라 그게 시집살이야'
'그렇게 걱정되면 엄마가 창준씨한테 말해봐'
영주의 엄마는 영주의 이말에 이도저도 못하고 있었다.
사실 그녀도 결혼해서 주욱 시어머닐 모시고 살았었다.
지금이야 어른이 저세상으로 가셨으니 뭐 다른 말 하긴 그렇지만 그때 갓 시집와서 시어머니로 인해 울었던 일이 한두번 아니 한해 두해 일이 아님을 알기에 그녀로선 아둥바둥 영주의 시집살이를 말리지만 막상 창준에게 그녀가 '얘 시집살인 못 시키네'하고 말하기는 싫었다.
영주가 느끼고 있는 것처럼 그녀도 아들이건 딸이건 간에 너희들 일은 너희가 다 알아서 해..엄마 아빠가 언제까지 뒷바라지 하는 건 아냐 하면서 누누히 자식들의 독립심(?)을 키웠다고 자부하고 있던 터였기에 더 더욱 나서기 어려웠다.
그렇게 해서 시골로 내려와 살게 된 영주였다.
그런 지나간 일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가며 영주를 더욱 외롭게 했다.
(그래 맞어..엄만 이런 걸 예상했었을 지도 몰라..흑흑흑)
창준은 더이상 영주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여기서 몇마디 더 해봤자 영주의 부아만 건드릴 게 뻔했기 때문이다.
(너무 쉽게 간다고 생각했지 내가..영주 쟤가 어떤앤데..)
영주는 아무렇지 않게 시집살이를 결정했겠지만 창준으로서는 불화산같은 영주를 생각하며 약간의 불안을 감추고 어른들과 같이 산것이다.
솔직히 분가해서 살고 싶은 마음은 영주보다 창준이 더했다.
허나 그게 창준의 뜻데로 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어른들이 집안의 전통을 배우고 나서 분가를 하든 뭐를 하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엄포를 놓았던지라 뭐 다른 걸 생각할 틈이 없었었다.
매일매일 아무일도 안 일어나고 그냥 지나가는 거에 안심이 되면서도 뭔가 터질 것이란 생각에 차라리 하루빨리 터지라고 생각까지 했을 정도였다.
그런 찰나에 메니큐어 사건이라니...
이건 번데기앞에 주름잡기며 새발에 피가 아닌가 싶어 솔직히 영주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정말 대수롭지 않은 하잖은 일로 간주?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