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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장소에서 불시에 체질양지수 측정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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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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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BY 시골댁 2003-04-21

시간에 맞춰 포장마차로 가니 녀석이 먼저와서 자리 잡고 있었다.

채팅할땐 주절 주절 잘도 떠들던 내가 막상 만나니 할말이 없다.

녀석도 그런 모양인지 줄기차게 안주에 손이 간다.

이런 분위기가 싫어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날 무슨일 있었던 거냐?"

"짜식 별일 아니야.사귀던 여자 친구가 옛날 남자 친구가 돌아 오라

고 했다면서 그만 만나자고 하더라."

"너 여자 친구도 있었냐? 너 한번 만난 여자 두번 만나기 싫다며."

"그건 내 소박한 바램이고,예과때 동아리에서 만난앤데..그땐

나두 순수 했으니까."

별일 아니란듯이 씨익 웃는다.

"야 넌 친구도 없냐? 그런일은 친구 만나서 풀어야지..뜬금없이

난 왜 불러내냐?"

"친구가 있긴한데 다 고향에 있다.대학 오면서 다 흩어 졌다."

"그럼 너 지금 몇학년 이냐?"

"한해 재수하고 한해 휴학하고 그래서 본과1학년..."

"너 그때 보니까 술도 별로 못하는거 같던데..그만 마시고 나갈래?

나 차가지고 왔다.팔공산에 가서 드라이브나 하고 집에 데려다 줄게"

"야 너 차도 있냐?멋진데...나가자 내가 팔공산 가서 캔커피 사줄게"

우린 그렇게 나의 애마티코를 타고 팔공산으로 갔다.

녀석이 사준 캔커피를 마시고 오래된 친구처럼 서로 자라온 이야기

가족관계 친구관계 녀석의 학교 생활과 나의 직장 생활 이제는

서로에 대해 너무 많이 알아 버린게 아닌가 할 정도로 밤 깊어 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었다.

"나 사실 니가 호모일꺼란 생각도 해봤어."

"헉뚜"

"사실 남자들은 남자 이야기 잘 안들어 주는데 넌 채팅방에서 꽤

열심히 들어 주는게 남자를 좋아 하지 않고선 그럴수 없다는 생각

했었어."

"난 그냥 아무도 안들어 주길래 니가 불쌍해서 들어주기 시작한거야"

녀석이 자기가 불쌍해서 들어줬다는 말에 시원하게 웃는다.

나처럼 자기한테 편하게 이야기 하는 여잔 없었다고 하면서

"내가 채팅에서 만나는 여잔 두부류로 나뉘지.오늘밤 같이 잘 여자와

잘수 없는여자.이짓도 오래 하니까 커피 한잔 해보면 잘건지 아닌지

한잔 다 마시기 전에 알수 있어.안 잘거 같은 여잔 커피한잔 마시고

빠이빠이 하고 잘거 같은여잔 밥도 사주고 술도 사주지. 지금까진

백발백중이었는데...앞으로도 그럴지 의문이야...."

"너네 집에서 오는 용돈 대부분이 그 잠자리에 다 쏟아 붇겠군"

나의 비아냥거리는 소리에 전혀 상관하지 않는 듯한 모습

저런녀석에게 넘어가는 한심한 여자들에게 더 화가 났다.

난 그런녀석에게 화가나서 다시 차를 몰았고 녀석은 여전히 상관하지

않겠다는 표정으로 밤거리에 시선을 주고 있었다.

우린 그렇게 말없이 그녀석의 집앞까지 왔다.

"야 너 나 좋아하지 마라.여자들이 좋다고 사귀자고 하는게 제일

싫다.내가 다른여자 만나는데 걸림돌이 될뿐이야..난 절대로 한사람

한테 충성하며 살고 싶지 않다. 잘가라.또 보자"

헐 난 할말을 잊었다.저런놈을 누가 좋아한다고.정말 미친놈이라고

밖에 할말이 없었다.화가나서 거칠게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왔다.

샤워하고 누웠지만 녀석의 말이 너무 기분나빠 잠이 오질 않았다.

그때 머리맡에 삐삐에서 진동이 울렸다.

음성메세지 한개.확인 결과 녀석이었다.

"잘 들어갔냐? 푹 잘자고 주말에 약속 없으면 진해 벗꽃 구경이나 가

자.그럼 잘 자라.친구야.."

누가 모라고 했다고 그놈의 친구는 무지 강조 한다.

'내가 자기 좋아 할까봐 무지 걱정 되는 모양이지? 췌 꿈깨시오

니가 디카프리오 라고 해도 절대 그럴 일 없을테니. 내가 녀석의

반반함에 절대 넘어가지 않는 철의 장벽임을 알려 주리라 '

난 이렇게 굳은 결심을 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녀석을 만난 이후 나의 주말은 녀석에게 저당 잡힌거나 마찬 가지 였

다. 녀석은 주말마다 드라이브 가자며 졸라 댔고

나두 별일이 없는 관계로 우린 주말엔 항상 붙어 다녔다.

"야 주말 마다 나랑 이렇게 놀러 다니면 너의 여성팬 관리는 어떻게

하냐? 이제 그생활 청산 했냐?"

"별 걱정을...평일에 강의 일찍 끝나는날 만나니까 걱정하지 말어"

"...........걱정 안하니 많이 만나쇼..."

"사실 주말에 다른여자랑 길거리 걸어가다 널 만날까봐 걱정되

지금 니표정 보면 그 여자들 머리채라도 잡을거 같아서...

야 너 표정 관리좀 잘해라....친구야"

이런 젠장 녀석도 알고 있었나 보다.우리의 만남이 길어 지면서

나두 어느새 녀석의 매력에 빠져 버렸나 보다.녀석의 달변과

많은 독서량으로 승부하는 해박한 지식,그리고 뻔뻔함

왜 나에게 잘해 주는 사람보다 좀 거리를 두려고 하는 사람에게

끌리게 되는지...난 항상 그래왔었다.나 좋다고 하는 남자는 다 시시

해 보이고 나 싫다고 하는 남자는 왜그렇게 매력적인지.

이런 내성격이 이번 처럼 한심 스럽게 느껴진적은 처음인거 같다.

"난 남자친구 사귀면 꼭 운전 할줄 아는 사람으로 사귈거야.너처럼

맨날 옆에 앉아서 경치구경이나 하고 가끔은 졸기도 하면서 말야

나두 그렇게 데이트 하며 살거다.그리고 집에도 데려다 달라구 하고

꼭 그런사람 만나서 내가 너한테 소개 시켜 줄테니 내걱정 마시고

열심히 여자 사냥 많이 하쇼"

꽃피는 봄에 만나 우리의 만남은 벌써 겨울로 치닫고 있었다.

녀석도 방학을 맞아 고향에 내려가고 없었고,올해도 어김없이

혼자 쓸쓸한 크리스마스를 맞이 하게 되겠지 하고 생각 하고 있을때

녀석으로 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너 아직 애인 없지? 나두 크리스마스는 혼잔데 같이 보내줄까?"

"그래 나야 좋지 근데 언제 올라 올건데?"

"오늘밤에 나 버스터미널로 좀 데릴러 올래?"

"어 미안한데 나 오늘 회식 있어서 차 안가져 왔는데.."

"회식 어디서 하냐? 니가 늦게 마칠거 같으면 내가 근처 가서 기다릴

게..간만에 차라도 한잔 해야지. 안그러냐 친구?"

"사무실 근처에서 하니까 사무실 근처로 와라.와서 삐삐쳐 분위기

보고 빨리 나갈게. 그럼"

간만에 녀석의 전화라 너무 반갑게 받은건 아닌지 조금 걱정하면서도

내심 녀석이 와준게 너무 기뻤다....

"김선우씨 애인 전환 가봐,어머 진짠가 보네 얼굴 빨개 졌네...

언제부터 사귄거야? 요즘 예뻐 진다 했더니 ..."

옆자리의 진영씨가 농담 처럼 던진말에 사무실 안의 시선은 내게로

쏠리는것 같았다.웃으며 아니라고 친구일 뿐이라고 했지만

남녀사이에 친구가 어딨나며 진영씨는 끝까지 물고 늘어졌고

난 해명하느라 그날 오후 업무는 거의 수다떨면서 마무리 했다.

사무실 인근 갈비집에서 송년회겸 크리스마스 겸 해서 회식을 가졌

다. 기분이 좀 들뜬 탓인지 술맛이 좋았고 주는데로 넙죽 넙죽

마신것이 과했는지 좀 정신이 몽롱해 졌다.

그때 녀석으로 부터 삐삐가 왔다.

난 먼저 일어서야 겠다며 그 자릴 나서는데 좀 비틀거린거 같다

맞은편에 있던 서경호씨가 부축해주겠다며 따라 나섰고

녀석이 이쪽을 향해서 성큼 성큼 걸어 왔다.

"제가 김선우씨 애인입니다.지금부턴 제가 데리고 가져."

"아 네 좀 술이 과한 모양입니다.죄송합니다...하하"

녀석이 오늘 오버하는거 같다.애인이라...남자친구도 아니고

듣기 싫지 않았던지라 나두 녀석의 팔짱을 꼈다.

처음으로 팔짱을 껴봤다.뭔 놈의 심장을 이리도 주책없이 뛰는지.

녀석에게 들킬까봐 난 팔을 뺐다.

"괜찮아 오늘 하루만 봐줄게.담부턴 술 이렇게 많이 마시지마라.

좀 부담스럽다.그리고 이건 진심인데..다른 남자 손에 부축해서

나오니까 기분이 별로 좋진 않다."

이건 무슨말인가? 그럼 녀석도 날 좋아 하는건가?

"야 너 나좋아 하냐? 좋아 하지마라...알았냐? 친구야.."

이런 어린애 같은 말로 녀석에게 되 갚아 준것일까?

녀석도 나처럼 상처 받았을까?

"그래 우린 계속 친구로 지내는 거다. 알았지?"

녀석은 꼭 자기한테 다짐 하는거 같았다.

"야 너네집에 가서 커피 한잔 주라...그형 집에 있냐?"

"아니 형두 고향집에 갔어.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 보내야 한다나

그형 안보니까 살맛 난다. 하두 교회 다니라구 해서...

나보고 회개 하란다...하여튼 우리집에 가서 내가 맛있는 커피 타주

마.일회용 커피밖에 없지만...."

가끔 돈이 없는 날엔 그녀석의 집에가서 커피를 마시곤 해서

별 대단한 일도 아닌것이 었는데...그때는 항상 그 형이랑 같이 했

기에...단둘이 그집으로 간것은 술때문이었을까?

더이상 친구하기 싫은 나의 몸부림이었을까?

택시는 내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녀석이 사는 아파트앞에

서버렸다.

이렇게 우리의 관계는 새로운 모습으로 변해 가고 있었다.

서로 의도 하진 않았지만...

녀석의 집은 평소와 다르게 깨끗하게 청소 되어져 있었다.

"웬일로 깨끗하네.."

"형이랑 시골 가기 전에 한동안 안올거 같아서 청소 하고 갔어"

"야 근데 좀 춥다 보일러 틀었냐?"

"한동안 안틀었더니 좀 기다려 금방 따뜻해 질거야.그동안 여기

좀 앉어라.이불덮고 . 내가 금방 커피 타올게"

녀석은 전기장판에 두터운 솜이불까지 내려준다.

따뜻한곳에 앉으니 술기운이 더 팍 오르는것 같았다.

졸음이 쏟아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