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네임을 남자이름으로 했더니 남자인줄 알고
꺼릿김 없이 대했다고 말한 그녀석...채팅을 통해서 만난 내 첫사랑
을 지금부터 고백하려 한다.
밤이면 어김없이 나타나 자기 화려한 여성편력을 나열한던 녀석
그의 이야기중 반은 뻥일꺼라 생각하며
그냥 들어 주기만 하던나...언제부터인지
우린 죽이 잘 맞아서 그렇게 밤마다 채팅공간에서 만나고 있었다.
그렇게 몇달이 흐른후 어느날밤
"늑대:씨발 오늘 기분 엿같네..만나서 술이나 한잔할래?"
"스포츠맨:왜?"
"늑대:만날 꺼야? 말꺼야?"
"스포츠맨:흠....글쎄..."
"늑대:기집애 같이 빼긴..."
"스포츠맨:어디서?"
"늑대:동성로 대백앞 정문에서 ..야 근데 너 모입고 올거냐?"
"스포츠맨:청바지에 파란줄무늬 티 그리고 흰 야구모자"
"늑대: 그럼 12시에 보자...못만나면 삐삐쳐라 .내번호는 015-***
하긴 그시간에 누가 있겠냐만은...그리고 나 돈없으니까
니가 오늘은 술사주라. 담에 내가 살게"
왜 그때 나갔는지는 모르겠다.그 늦은시간에...왜 내가 나갔을까?
첫만남
녀석은 꿀꿀한 기분에 술한잔 하러 온것이겠지만,
난 이미 하이텔에선 유명한 놈이었기에..얼마나 잘생겼나
도대체 어떤놈이길래 그렇게 많은 여자들을 스쳐갔나
그런놈을 만나러 마음의 무장을 하고 나갔는데
녀석의 첫마디는 "씨바 남자가 더럽게 이뿌게 생겼네"
"..... 나 여잔데..."
녀석의 표정을 지금도 잊을수가 없다.
그 황당해 하면서도 기분나빠서 어쩔줄 몰라하는 표정
난 한대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하지만 녀석은 이내 평정을 대찾더니 어디가서 한잔하자며
어제 만난 친구처럼 어깨동무 하듯 내어깨를 안고
씩씩하게 포장마차로 들어간다.
"아줌마 여기 똥집하고 소주 한병이요."
"여기 자주 오냐?"
"응.."
단무지 한접시와 소주를 앞에두고 둘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미안해 속여서..그럴생각은 없었는데...채팅에서 여자라고 하면
전부다 굴비 엮듯이 엮을려구 해서 ..난 진짜로 친구가 필요.."
"아 씨바 됐어.너 안잡아 먹을테니 걱정마. 술이나 먹자"
똥집이 나오고 본격적으로 녀석은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보기보다 술이 약한 모양이다.
한병마시더니 비틀거리며 일어선다.
이제 돌아 갈 모양이다.
"내가 택시 잡아줄게..."비틀거리는 녀석을 부축해 택시를 잡아주고
택시 기사한테 미리 계산까지 마쳤다.
속인것 때문에 미안하기도 했고,녀석의 눈에서 얼핏 눈물 같은것을
본것도 같았다.
녀석은 내가 남자였다면 무슨 말을 할려고 만나자고 한것일까?
이렇게 녀석과의 인연은 끝이겠지.
외모하난 훌륭했는데....난 그일이 있은후 채팅을 그만 뒀다.
일주일이 흐른후 처음보는 번호가 삐삐에 찍혔다.
"여보세요? 4657 삐삐 치신분 계신가요?"
"나다 늑대..."
"그날 잘 들어갔냐?"
"그래 고맙기도 하고 요즘은 채팅방에 안보이길래..."
"그냥..나 이제 채팅 안할려고..."
"짜식 생긴거 보다 소심하네...너 여자라고 소문 안낼께.."
"흐흐 여기 전화 번호 너네 집이냐?"
"응 동문선배랑 같이 자취한다...그리고 본론은 오늘 집에서 용돈
왔다..저번에 술 얻어 먹은거 내가 오늘 갚을께.."
".........."
"짜식 넌 이뿌긴 하지만 여자로 안보기로 했으니까 무서워 하지마라
처음처럼 우리 좋은 친구로 지내자...채팅방에 니가 없으니까
영 재미가 없다...들어주는 놈이 없으니 나의 화려한 이력이 빛이
안난다..야 저녁 7시에 저번에 본데서 보자."
그리고 일방적으로 끊어 버린 전화...
나갈까 말까 고민하며 퇴근시간까지 일을 제대로 할수 없었다.
그래 저런놈 알아 봤자 내 신상에 이로울게 없을거야
아니지 저놈이 친구 하자고 하는데 내가 괜히 안나가고 그럼
내가 자길 남자로 본다구 생각할거야...
아자 아자 김선우 힘내자.이런남자 저런남자 많이 겪어봐야
나중에 진짜 남자친구 생기면 확실히 내남자로 만들수 있을거야..
그래 부딛혀 보지뭐.
그렇게 해서 우린 다시 그 포장마차에서 만났다.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