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넷/
목련이 사무실에 다다랐을 때 언제 도착했는지 보라가 서 있었다.
"이제오니?"
"어...일찍왔네. 언제 온거니?"
"하나만 묻자. 어젯밤에..너 누구랑 있었니?"
싸늘하게 들리는 보라의 말을 들으며 목련은 섬뜩한 느낌에 잠시 주춤했다.
"어..어?"
"솔직하게 대답해줘. 숨길생각일랑 말구...상우씨랑 함께 있었던거지?"
"어...음. 그런데 보라야 오해는 말아. 우린 아무일도 없었어. 정말이야...사실은..."
순간적으로 목련의 뺨위로 보라의 손바닥이 날라들었다. 철썩-
모두들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에 놀라 말릴 여유도 없이 두사람을 숨죽이고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어..어떻게 니가 그럴수가 있어 정말 어떻게 니가..."
보라는 부들부들 몸을 떨고있었다. 목련은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몰랐다. 그런게 아니라고 어떻게든 설명을 하려했으나, 이미 보라의 감정은 격앙되어 있어선지 더 이상 목련의 말을 듣고 있지 않고 있었다.
"감히...니가...니가 친구의 약혼자를 가로채?"
보라의 목소리에 일순간 사무실안이 작은 술렁거림이 일기 시작했다.
"오..오해야 보라야 그런게 아니라..."
"닥쳐! 어떻게 이런널 믿으란 거니. 내 약혼자가 밤새내내 너의 아파트에 있었어. 그런데 내가 어떻게 진정하란 거야. 너라면..너라면 이럴 때 그럴수있겠니! 친구라면서..이런게 친구니. 이게 믿은 댓가야? 어디 입이있으면 너두 말해봐. 용서하지 않겠어. 한목련! 두고봐. 어떻게든 이 웬수는 꼭 갚고 말테니까."
"보..보라야"
"널 가까이 하는게 아니었어. 널 멀리해야했다구! 그런데도 난 바보같이...이제 난 너의 친구가 아니야! 너같이 더티한애는 내 친구될 자격도 없으니까...왜 내 약혼자가 탐이났니? 니가 버렸으면서 이제와서 왜...왜 그런거야. 그가가진 배경이 좋아보였니 아니면 이제와서 보니까 아깝게 생각됐던거야?"
보라의 말에 목련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그녀가 잠시 비틀거리는 사이 어느틈에 왔는지 상우가 보라의 팔목을 잡고 끌고 나가고 있었다
"보라씨. 이게 대체 무슨 짓이야..."
"왜요 내가 틀린 말 했어요? 어제 거기 있었쟎아요. 그런데 왜요...이제 목련이 곁에 아무도 없으니까 마음이 달라진거냐구요 지난번 돈가방이 행방불명됐을때도 상우씨...목련이 편만 들고 목련이 대신 총대까지 멨쟎아요."
"나랑 이야기좀 해!"
"이..이거놔욧!"
목련은 얼굴이 화끈거려 더 이상 사무실안에 있을수가 없었다. 그녀는 화장실을 향해서 얼른 뛰기 시작했다. 사무실 사람들의 시선이 너무나 그녀에겐 곤욕스러웠다.
왜 이런일들이 일어나게 된걸까. 목련은 물을 틀고 정신없이 세수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함으로서 빨리 어떻게든 이상황을 캐취하고 수습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목련씨 괜챦아? 얼굴이 창백하네. 대체 무슨일이 있었던 거야. 난 대체 아직도 영문을 모르겠다. 보라씨 사람 참 좋아보이던데..왜그렇게 화가 난거지. 게다가 오늘은 말을 막하고...첫인상이 다 구겨지는거 있지."
"아..아무일도 아니에요."
"그래? 그런거 같진 않더구만... 다른사람은 몰라도...난 목련씨 결백을 믿어. 그러니까 힘내 알았지?"
"고마워요 경희씨."
"들어가자. 목련씨 그래도 회사에 왔으니 일을 해야하지 않겠어? 오해가 있다면 시간이 해결해줄거야. 그러니 느긋이 기다려요. 지금은 힘들더래두..."
"네."
목련은 막상 경희와 사무실문을 밀고 들어가긴 했으나 내내 불편했다. 드러내고 말은 않했지만 사람들의 시선이 전보다 더 냉랭한 느낌이 들고 있었다. 목련은 흘끗 상우의 책상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그는 오지 않고 있었다. 아무일 없어야할텐데...목련은 결재서류를 상우의 책상위로 올려두고 자기 자리로 가려던 참이었다. 책상위 전화가 요란하게 울리고 있었다.망설이다가 목련은 전화를 받았다
"누구지? 혹시 목련이냐?"
상우의 할아버지셨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목소리가 평소와 다르셨다. 무슨일이 있는건가.
"네. 안녕하세요?"
"상우는 지금 자리에 없는거냐?"
"네."
"너...지금 시간 괜챦으면 좀 올라오거라."
"알겠습니다."
목련은 전화를 끊고 사장실로 향했다. 한번도 직접 호출을 하신적이 없으셨는데 대체 무슨일 이실까. 아마도 가보면 알겠지. 목련은 심호흡을 하곤 가벼운 노크를 한뒤 사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비서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방안으로 그녈 안내했다.
"앉거라"
목련은 할아버지의 옆 쇼파에 앉았다. 한동안 할아버진 눈을 감으신뒤 말이 없으셨다. 그래서 목련은 조용히 그의 다음말을 기달렸다.
"목련아."
"네"
"오늘일...보라에게 들었다."
아! 목련은 그제서야 할아버지의 의도를 짐작했다.
"길게 말하지 않으마. 자꾸 내 의도와 달리...이런일이 벌어지는구나. 그것이 참...난처한 일이고...사실 너한테 피해가지 않길 바랬다. 그런데 상우가...알다시피 자꾸 너로인해서 흔들리는구나. 내말 알겠니?"
목련은 고개를 끄덕였다. 할아버지가 무슨말씀을 하시는건지...알수있었다.
"내가 말하기 전에...똑똑한 아이니까 니가 알아서 잘 처리해주면 고맙겠구나. 넌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을 했고, 능력도 있으니 또 어디서든 환영을 받을게야. 그러니..."
"말씀하지 않으셔도 알겠습니다. 저에게도 조금의 시간을 주세요. 몇일안에 회답을 드리겠습니다. 솔직히 지금은 너무 당황스러워서..."
"흠..알겠다. 그럼 기다리고 있으마..나가보거라."
"네. 그럼..."
목련은 고개를 숙이고 얼른 빠져나왔다. 새삼스럽게 눈물이 나오려한다. 할아버지의 입장과 마음을 이해할수있었다. 그래서 뭐랄 생각이 없었다. 엄청 힘들게 어렵게 노력해서 여기까지 왔는데...왜 이런일들이 자꾸 겹치면서 안좋은 일들이 생기는걸까.
왜자꾸 이런 악재들이 찾아오는거지? 살풀이래도 해야할려나...
상우는 할아버지의 호출을 받고 이제막 들어가려던 참이었다. 멀찌감치 고개를 숙이고 걷는 목련의 모습이 보였다. 부르려다가 그는 일단은 할아버지 방안으로 먼저 들어갔다.
"왔니..앉거라"
"할아버지. 목련씨가 다녀갔나요?"
"흠...그애가 말하더냐?"
"아닙니다. 앞에서 보았습니다. 그런데 왜입니까?"
"왜...또 참견하고 싶은거냐 쯧쯧..참말로 고질병이로구나. 그애일이면 물불 안가리고 나서는거 말이다. 아직도 못고친 모양이구나 내 그렇게 일렀거늘...말을 안들어 말을!"
상우는 할어버지의 말씀을 슬쩍 넘겼다.
"그나저나 무슨일이십니까?"
"보라에게 다 들었다. 어제 목련이네 집에 함께 있었다구? 솔직히 실망이구나. 고작 네놈이 그런정도라니! 적당히 하면...불도 꺼지겠거니 했더니 그게 아닌 모양이다. 그래서 내가 나서기로 한거다. 내가 목련이에게 알아듣게 말을 잘 했다. 그아이...똑똑하더구나. 그래도 제법 잘 알아듣던걸"
"설..설마...할아버지...아니죠. 설마 그런짓을..."
"아니...했다. 난 널 위해서라면 그보다 더 한것도 했을거다 물론 필요하다면 말이다. 그아이가 오고부턴 정말 되는일이 없어. 일만 꼬이고 또 니가 더 방황하는거 같아..."
"할아버지!"
"어느한쪽이 먼저 잘라야할거 같아. 너희들은...그래야 서로에게서 멀어지겠지. 몸이 멀면..눈에서 안보이면 마음이 멀어진다는 그런말이 있듯이 ... 너도 앞으론 자릴 잡아가겠지. 누구나 한땐 잠시....흔들릴수 있다 하지만...너무 심한 것은 않느니만 못한 법인게야"
상우는 할아버지의 말에 어의가 없었다. 어떻게 다들 이럴수가 있는가 사실확인도 않으면서 무조건적으로 그럴거라고 그녀와 자신을 몰아가고 있었다. 졸지에 두사람은 죄인아닌 죄인이 되어서 낯이 붉어지고 있는 것이다.
"절 그렇게 모르세요? 못믿으세요? 그렇다면 할아버지..실망입니다. 그리고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을 그런식으로 몰아내는건...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누군가 떠나야하는거라면..차라리 제가 떠나겠어요!"
"뭐...뭐라고? 너...너 지금..."
"진심입니다. 그러니 목련씨에게 상처주지 말아주세요"
"미친...그런 말도 안되는...넌 이곳을 이어갈 사람이야. 그런데 니가 떠나겠다니! 이게 대체 말이나 된다고 생각하는게냐?"
"뭐라셔도 상관없습니다. 저로 인해서...그녀가 상처입는 것은 싫습니다 볼수없어요. 그러면 저도 정말 가만있지 않겠습니다"
"상..상우야!"
"사표...내겠습니다. 할아버지 죄송해요. 그리고 보라씨와의일...다시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런 맘으로 결혼을 생각한다는것은...상대에게도 못할짓 같아요."
상우는 재빨리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드리곤 빠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