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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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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회]


BY 프리 2003-04-26

[31편]

'상우가 돌아왔다~!!'

목련은 믿을수가 없어서
아직도 그가 들어간 집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뭔가 그는 달라져 있었다.

같은 상우의 모습이지만
전에와 달리 그에게선 낯설고 차가운 느낌이 났다.

'뭐지. 왜지. 무엇이 그렇게 상우를 만들었지?'

목련은 알수가 없어서 골똘히 생각을 해보았다.
아까 분명 그는 그렇게 말한거 같다. 약혼을 했다고...
세상에 상우가 벌써 약혼을 했단 말인가. 그것도 보라와!
그제서야 서서히 새롭게 눈뜬 사실들이 현실이 되어서 그녀에게로 다가왔다.

-쿵.

무엇인가를 잃어버린 허전하고 서글픈 느낌이
그녀의 가슴안에 콕콕 다가와 박히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역시도 이제 비로소 그와 자신이
평행선처럼 서로 엇갈리고 있음을 깨닫기 시작했다.

아직은 그렇게 쌀쌀한 날씨도 아니건만
마음 한구석이 추워오고 있었다.
목련은 두팔을 엇갈려 서로 문지르며 집안으로 들어왔다.





상우네 집은 모처럼 활기가 돌았다.
두 부부가 쓰기엔 사실 널따란 집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들이 돌아오자
꽉찬듯하다며 부모님 모두가 기뻐하시고 계셨다.

"당신, 내가 잠시 외국에 다녀와도 그렇게 안반기던데,
아들이 돌아오니 그렇게도 좋은거야? 이거 어째 영...섭섭해질려고하는데..."

"에고...왜 그걸로 저한테 트집을 잡으려고 하세요.
확실히 든자린 몰라도 난자린 표난다는말, 정말 생생하게 경험했어요
상우가 없던집은 얼마나 쓸쓸하던지..."

"죄송해요 엄마."

"아니다. 놀러나간 것도아니고, 가출한것도 아닌데 뭘...
그래도 목련이가 얼마나 살갑게 날 대해주든지...
덕분에 니 자릴 조금이래도 메울수가 있었단다"

"목련이가요?"

상우는 엄마가 마시던 찻잔을 내려놓고
그런말을 꺼내셔서 놀라는 중이었다.
그녀가 그래줬다는 새로운 사실이 왠지 믿기지 않았다.

"음. 그래."

"정말 고마운 일이군요! 안그래도 바뻤을 텐데..."

사실 얼마나 바뻤겠는가. 데이트하랴 결혼준비하랴
게다가 이렇게 그의 엄마까지 보살피느라..
아마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거 같았을거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래, 이제 니가왔으니 나중이라도 고맙단 인사 꼭해야한다. 알겠지?
여기와서 나랑 밥도 먹어주고 정말 노력 많이 했어.
보통 정성아니면 그거 힘들지 암.."

"그건 그래 여보, 나도 목련이가 너무 고맙더라니까.
특히 내가 회식으로 늦을때...당신 혼자서 밥먹을 생각하면
목에 가시가 걸린거처럼 콱 막히고 걸렸었는데 말이야"

"허이구, 정말로 그랬어요? 당신...입에 빨리 침이나 발르고 그런말 해요!"

"하하, 이사람..정말이라니깐 그러네."

"핏. 이제와 그러면 뭘해요 평소에 좀 잘해주지."

"그런딸 하나..우리에게 있으면 참 좋았을텐데 말야.
그럼 상우도 덜 외롭게 컸을거구..."

"미안해요. 나때문이지 뭐. 사실 그게 맘대로 되나요.
그리고 내몸이 좀더 건강했더라면 좋았을텐데
신께서 더 이상 허락을 않으시는데 어쩌겠어요?"

"하긴...그러오, 우리에겐 그나마 상우하나라도 주신 것을 감사드려야지!"

"네, 맞아요. 정말 너무 감사해요!"

한숨처럼 엄마의 입가에서 나온 소리를 보며 상우는 여동생이라는 느낌이
왠지 반갑거나 기쁘지 않았다.
그녀가 나의 동생이라니...생각만으로도 그것은 너무 끔찍했다.

"그런데 말야, 상우야 대체 뭔 바람이 분거니.
엄만 솔직히 보라보다는 목련이를 며느리로 점찍어 두고있었는데말이야...
이렇게 갑자기 보라와 약혼하다니...솔직히 정말 너무 놀랬단다.

뭐라해야할지...? 상우는 막막해졌다. 솔직하게 말씀드려?
아마 엄마는 너무 놀래서 쓰러지실지도 모를일이었다.
그역시도 솔직히 아직까지도 왜 자신이 그런짓을 저질렀는지 이해가 되지 않고있으니까.
아마 오랜 타지생활에서 오는 외로움과 그리고 그녀의 소식에 의한 충격으로
그랬을거라는 짐작만 들뿐.

"네. 그렇게 되었어요 보라도 알고보면 참 좋은 아이에요 엄마,
아마 엄마 실망 시키지 않을거에요.
그리고 또, 엄마랑도 잘 지낼거라고 생각하고요
그러니까 엄마도 좀더 딸처럼 편하게 잘 신경써서 대해주세요"

"허, 이녀석봐라, 벌써부터 은근히 엄마에게 압력 넣고있네?
나중에 니 색시되면 어떻게할지 벌써부터 걱정스럽다 야!"

"에이, 엄마 그런뜻으로 드린말씀 아니였어요!"

"허허, 여보 그만하구료. 상우가 힘들어하쟎소,
누군지 모르겠지만, 암튼 목련이 데려가는 사람도 괜챦을거야."

"그럼요. 요즘 그렇게 맘이 이쁜애가 어디 흔한가요.
나는 이미 딸처럼 생각이 드는데요"

상우는 벌써 이렇게 깊숙이 엄마의 마음안에
목련이의 존재가 가득 차있는걸 보며 놀랬다.
그만큼 그녀는 이곳에 와서 열심히 엄마를 보살펴 드렸단 말일 것이다.

"벌써 좋은사람 만났쟎아요 엄마, 이젠 행복하길 빌어야죠!"

"그..그러냐? 벌써? 넌 나보다 소식도 빠르다, 아, 들어오다가 만났지!
근데 왜 나한텐 그런 이야길 않했을까 조금 섭섭한데..."

"결혼식 엄마 안가셨어요?"

"결혼식? 아니 누가 결혼했는데?"

상우는 어이가 없어졌다.
엄마가 자신과 농담따먹기를 할리도 없을텐데
자신보다 훨씬 더 그녀에 대해서 모르고있질 않은가!

"엄마. 목련이 결혼식한거 모르세요?"

"뭣이? 뭐라고? 아니 얘가 도대체 뭔소릴 하는거야,
자다가 봉창 뜯는 소리도 아니고...결혼은 무슨 결혼을 하니.
아직 시집도 안간 아이한테."

-쿵

상우는 순간 자신이 잘못 들은거라 생각했다.
그, 그럴 리가... 그녀는 분명 자신에게 말했었다.
결혼식을 한다고 그...그럼 용하선배가 설마...다른사람과 결혼했단 말인가?

"엄마 자세히 좀 말해보세요 정말 결혼한거 아니에요?"

"무슨소리야? 원..영문을 모르겠구나.
니선배인가 하는 사람은 했다는거 같긴하드라
누...누구더라? 용수?...아, 맞다 용하라는거 같았어!"

-쿠르르릉...

정말 믿기지 않는 현실이 그에게 일어나고 있었다.
그럼 그가 착각과 오해를 했다는 말인가.
상우는 너무 머릿속이 복잡해져서 돌아버릴것만 같았다.

"이...이럴수가~!!"

"아휴 난 또...깜짝 놀랬쟎아.
얘는 오자마자, 어디서 잘못된 소식듣고 엄말 놀리고 있어!"

"피곤하겠다. 상우야 그만 올라가 쉬어라.
그리고 여보, 당신도 이제 고만 상우 좀 놓아줘요.
어디 안걸거야. 이제 막 온 애라구..."

"알았어요 나두참...미안하다 상우야,
엄마가 너무 기뻐서 그만...올라가 쉬어.
당신말이 맞아요 상우아빠! 내가 주책이지......"

"알긴아는거야? 난 그것도 모르고 있는줄 알고있는지 알았지"

"아니 뭐라구요? 이이가 참..."

모처럼 두분의 옥신각신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상우는 선뜻 웃을수가 없었다.
다행히도 부모님은 그런 자신을 피곤해서 그런가보다라고
넘어가 주시는거 같았다.

"올라가 쉬겠습니다 두분도 편히 쉬세요!"

상우는 터벅터벅 자신의 방안을 향해서 올라갔다.







'제기랄!"

상우는 말도안되는 이현실 때문에
주먹을 쾅 내리쳤다
덕분에 그가 내리친 책상이 꽝 소리를 내며
잠시 흔들리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말도 안되는 오해를 할 수가 있단 말인가.
말도 안돼, 정말...이건 정말 말도안돼!!'

상우는 괴로움으로 머리를 쥐어뜯었다.
출발할 때 정성껏 빗어올린 그의 머리가 그로인해서 헝클어지기 시작했다.

'이제 어떻하면 좋단 말인가.'

상우는 사실 이곳을 오면서 그런생각을 했다.
그녀는 이제 결혼했고 아마도 이곳을 떠났을 것이라고
그래서 더 이상 괴롭게 서로 얼굴을 안 부딪혀도 될것이고,
조금 추억으로 인해 힘들겠지만 어떻게든 자신을 추스르고
정리해 나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벌써부터 일이 틀어지고 있었다.
그녀는 여전히 솔로고 그리고 더군다나 그와 얼마 떨어지 않은 곳에서
잠들어 있으리라.

상우는 답답한 마음에 창문을 열어 제꼈다.
그의 방안에서 그녀의 창이 보인다.
그렇지만 이제 과거처럼 그녀를 부를수 없다는 사실을
아프게 그는 깨달아야했다.

모든 것은 변했다. 아니 변해있었다.
결코 과거로 되돌릴수 없을 것이다.
그건 영화속에서 슈퍼맨이나 사랑하는 여인을 위하여
할 수 있는 일일 테니까.

게다가 그는 절대 되돌릴수 없는 이유가 있지 않은가.
하루밤이지만...
그는 스스로가 행한 행동에 대해서 비겁하거나
도망가고 싶지 않았다.

'책임을 져야한다....어떻게든......!!'

그런 생각에 주먹이 하얗게 되도록 꽉 쥐면서
그는 이를 악물며 결심하고 있었다.
이곳을 나가는거다! 한시라도 빨리!!

그리고 되도록 목련이와 떨어져 지내는 것이다
그래, 그길밖에 없다.
그러면 자연히 이런 모든 감정도 정리되고
마음역시 치료가 될게 분명하다!

아마 그의 부모님의 반대에 부닥치리라
엄마의 눈물을 보면 흔들릴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는 이제 어른이 되어야했다.
그것을 실감하며 상우는 어떻게든 이집을 떠나야겠다고 다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