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편
생각보다 그녀의 화가 오래간다.
상우는 오늘도 풀어줄려다가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도대체 내가 그렇게 뭘 그렇게 잘못을 한걸까'
상우는 이해할수가 없었다.
너무 거기에 신경을 썼더니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오늘은 일찍가서 잠이나 푹 자야겠다.
약을 함부로 먹는것도 몸에 안좋다던데...
상우는 그런마음에 일찍 집으로 들어와 버렸다.
거실로 막 들어섰을때 상우는 깜짝 놀랐다.
"다녀왔습니다"
"어..이제 오니?"
엄마는 겉으로 웃고있었지만 눈빛은 무척 차가우셨다
'뭔가 있구나'
직감이 순간적으로 상우를 덮쳐왔다.
상우는 목련엄마의 웃는 모습을 건너다보았다
두분은 지금 과일이랑 차를 사이에 두고 대화를 나누던 중인듯싶다.
"너무 감사합니다. 딸기가 정말 맛있더라구요"
'오,마이갓!'
상우는 그제서야 사건을 대강 짐작했다
그리고 그는 손으로 이마를 탁 쳤다.
'드디어 들키고 말았어!'
안그럴려고해도 자꾸 엄마에게 시선이 갔다.
엄마는 애써 웃음을 짓고 계셨지만
아마 속으론 무척 화가나신게 틀림없다.
'이 일을 어떡한다지'
상우는 앞이 막막해졌다.
"아..예 맛있게 드셨다니 다행이에요"
"그래서 미안해서요 김밥도 넘 맛있게 먹고...
마침 저희집도 쇼핑할게 있어 마트를 갔거든요.
요즘은 사과도 맛있는거같아서요 좀 드시라고 가져와봤습니다."
"자주 놀러오세요. 이웃이 서로 잘지내야죠"
"네 그럴게요 상우어머님도 자주 놀러와 주세요"
"그럴게요"
"아드님이 어쩜 참...착하고 게다가 붙임성도 좋아보여요
성격이 아주 좋은거같아요
전 딸 하나라 이쁘긴한데
든든한 맛은 솔직히 좀 없답니다."
"아하 네...성격이 너무 좋아서 탈이죠 호호"
엄마는 다시한번 안절부절하는 상우의 얼굴을 웃으며
찌릿하는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상우는 그런 엄마의 시선이 몹시 불편하게 느껴졌다.
천만다행으로 그때 목련엄마의 핸드폰이 울리고 있었다.
목련엄마는 핸드폰뚜껑을 열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어..어...어..그래."
그리고 곧 일어나 미안한듯 상우엄말 건너다보았다.
"죄송해서 어쩌죠 목련이가 온 모양에요
열쇠를 안가지고 가서...죄송합니다
고만 일어서야할거같아요"
"아..네 괜챦습니다."
"차 잘 마셨습니다. 다음엔 저희집에 놀러오세요"
목련엄마가 나가구 상우는 슬금슬금 엄마의 눈치를 살폈다.
차라리 소릴 지르면 더 낫을텐데
아무말없이 있으니 상우는 더 불안할 따름이었다.
"저 엄마..난 내방에 올라갈게요"
빠져나가는게 상책이라고 판단을 했다.
상우는 얼른 방으로 올라가려했다.
갑자기 엄마가 한손으로 상우의 귀를 잡아당겼다
"가긴 어딜가 요녀석 뭐가 어쩌고 어째?
엄마가 건망증이 걸려서 그래? 내참 기가 막혀서..."
"아, 아야 엄마 아프다구요"
"넌 혼좀 나봐야해. 이제껏 길러놨더니
뭐 어쩌고 어째 넌 하는짓마다 대체 왜 그러니?"
엄마는 귀를 잡고 이리저리 흔들어댔다
넘 아프지만 상우는 엄마에게 미안해져 아무말도 못했다.
"다음에 또 이런일이 있으면 혼날줄 알어."
"아이, 알았어 엄마 미안해!"
상우는 엄마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허리를 껴안았다.
"얘가 왜이래 아이 저리가 징그러 죽겠네-"
엄마의 입가로 웃음이 번져가자
상우는 이제 됐다 싶어서 함께 마주보고 웃었다.
"엄마 미안해. 사실은 목련이가 나땜에 화가 많이 났거든.
그리고 속상해서 아무것도 못먹을거같아서
그래서 가져다 준거야 마침 울집에 딸기밖에 없더라구"
"어휴 잘났다 잘났어. 난 널 못나게 낳아준 기억도 없는데...한심해서 원"
한숨을 쉬며 한심해 하는 엄마를 돌아보며 상우는 활짝 웃었다.
"엄마 걱정하지마. 내가 잘해서 이다음에 효도 많이 하면 되쟎아."
언제나 똑같이 큰소리만 뻥뻥 쳐대는 아들을 보며 엄마는 또 웃고 말았다.
'이다음에 장가가서? 훗 너도 함 가봐라
그게 그렇게 말처럼 쉬운지. 게다가 저녀석 하는 꼴을 보고있으면
마누라 치마폭에 휩싸이지 않는걸로도 감사할지경인데...'
그녀는 쯧쯧 소리를 내며 웃고있는 아들을 바라보았다.
목련이네 동회회는 매주 정기적으로 모여 시합평도 하고
봄,가을엔 시화전을 열기도 한다.
게다가 더 흥분이 되었던것은 창립제가 가까워온다는것이다.
이번은 기념으로 동아리인원들이 전부
가까운 곳으로 놀러가 단합을 다지기로 했다.
게다가 신입생환영회 역시 겸하기로 했다.
'와 정말 신나겠다. 잼있겠어.'
그렇지만 그녀에겐 고민이 되었다.
워낙 고지식한 부모님이라서
선뜻 그렇게 보내주실거 같지 않았다.
'어떻게든 엄마아빨 설득해서 가야할텐데'
뾰족한 수가 선뜻 생각이 나지않아서 목련이는 너무 고민이 되었다.
목련은 터벅터벅 집안으로 들어갔다.
"다녀왔습니다"
"그래, 목련이 왔니?"
엄마는 그러곤 다시 상우에게 고갤 돌리셨다
"그래서 그래서?"
무슨이야기인가를 계속 듣고싶어했다.
은근히 목련은 속상해서 그런 엄마를 섭섭한 맘으로 쳐다보았다.
"참 너네 동아리 이번에 동학사 간다며?"
-깜짝...
목련은 상우가 어찌 알았을까 싶으면서도
자신보다 먼저 화두를 꺼낸 상우를 슬며시 흘겨보았다
일은 어자피 벌어진것이다.
목련은 용기를 내어서 말을 해보기로했다
'일단 부딪혀 보는거야'
"엄마 사실 이번에요 우리 동아리 사람들 다 가거든요
그러니까 안가믄 안돼 꼭가야해요"
"안돼. 신문서 보니까 그런데 위험하다던데.
폭탄주 잘못마셔서 죽은경우도 있다고하고..
그래서 엄만 못보내겠어 반대야"
목련의 얼굴에 실망의 빛이 스쳐갔다
'역시 안되는건가'
"어,어머님 안돼요 거기 빠지면 왕따되기 쉬워요
설마 목련이가 그러길 바라는건 아니시죠?"
"그..그래..그건 안되는데"
"그럼요 요즘은 그런일이 있긴했지만
그래도 빠지면 아주 곤란해져요.
그러니 안갈수도 없다구요"
"그럼 어쩐다지...?"
고민에 휩싸인 목련엄마의 얼굴을 보며
상우가 이번에도 나섰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함께 갈거니까요"
그말에 이내 엄마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래도 될까? 상우라면 난 안심이 되지만서두..."
'맙소사'
언제 엄마와 상우가 저렇게 가까워진걸까.
목련은 어이가없어 엄마와 상우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내가 딸인데 엄만 내말보다 상우말을 더 신뢰하는가보다.
이내 허락이라니...
목련은 어쩐지 섭섭한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어쨌든 상우덕에 허락은 얻은것이다.
"그럼요. 전혀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제가 무사히 집앞까지 데리고 올거니깐요
안심하세요"
엄마는 정말 안심하는 눈치였다.
"상우..고마워. 그렇다면 보내야겠네"
목련은 차마 상우의 얼굴을 보지 못한채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건넸다.
"고맙다 상우야."
"뭐 그정도로. 그보다 나에게 말을 걸다니 이제 화다 풀린거냐?"
"내가 언제 화를 냈다고 그래"
뾰로롱 토라진 목련의 얼굴을 보며 상우는 더 크게 웃었다
"그래. 그렇게 말좀해라 에휴- 이제좀 살거같구만"
"하지만 그건 니가 넘 했쟎아.
마치 우리가...우리가..."
"우리가 뭐...
애인인 사이로 오해받는거같아 싫었다구?"
능글능글한 얼굴을 보면서 목련은 슬며시 눈을 흘겼다.
"그래."
그제서야 상우는 목련이 왜그렇게 많은 화를 냈었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그랬구나 그녀는 그것이 부담스러웠던거구나.'
<여자들은 정말 알수가 없군. 너무 복잡해.>
상우는 목련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해봤다.
"너말야. 뭔가 오해했나본데...내가 제대로 알려주지.
너같이 순진한애는 그런데가면
자칫 늑대밥이 되기 쉬워요 그건 무슨말이냐면..."
"그정도는 나도 알아!"
목련은 상우를 향해 소리를 빽 지르고 있었다
또다시 목련의 화를 부르고야 말았다.
'에구 겨우 달랬었는데... 난 정말 왜 이런걸까'
상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안다구? 글쎄 정말로 그녀는 제대로 알고나 있는걸까.
그가 보기엔 전혀 아닌거같다.
왠지 물가에 내놓은 어린아이처럼 목련의 행동이
하나하나 불안해 보이는그다.
설명할순 없지만 그런마음에 잠시도 목련에게서
시선을 뗄수없는 그였다.
그런데 목련은 그런맘도 몰라주고,
외려그를 귀챦아 하는거같다.
상우는 그것이 못내 속상했다.
"잊지마 난 니 보디가드야,
그러니 절대 위험한데 혼자 보낼순 없어.
그러니 난 갈거야.
너희엄마도 내게 부탁하시쟎아"
상우는 그말을 남기곤
목련엄마에게 인사를 하고 집밖으로 빠져 나갔다.
목련은 더이상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만약 상우가 간다는 말을 안했으면
정말로 그곳에 그녀는 갈수없었을거라는걸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맙단말 제대로 할걸..그랬나봐.
근데 왜 맨날 상우옆에 서면 그게 안되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