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편
"야 한목련! 너 거기서 혼자 뭐하냐?"
갑자기 들려오는 선배의 목소리에 비로소 목련은 현실로 돌아왔다.
"아, 안녕하세요 선배 생각할일이 좀 있어서요"
"음. 나야 잘 지냈지. 근데 청승맞게 혼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야.
혹시 고민있니? 그럼 나한테 털어나봐. 조금은 속이 시원해질걸
그나저나...너 언제 우리 동아리 들어올거냐?"
남자 과 선배가 오늘도 역시나
목련에게 들어오라고 조르고 있었다.
'에휴 에휴'
목련은 역시 웃음으로 떼우며
어떻게 이 고난을 피해갈까 궁리중이었다.
목련은 대답대신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에 눈길을 던졌다
"에고..선배님...그게요..."
"흠..너또 빠져나가려는거지? 내 니 수법 진즉에 다 터득했다.
이번엔 정말 곤란해 그러니 확답을 해...
엇..쟤는...용하야...박용하!"
갑자기 선배가 누군가를 아는체했다
'히힛..기회는 이때다'
목련은 몸을 잽싸게 일으켜서 기회를 봐서 도망갈 참이었다.
'헉~!'
그사람이었다.
아침에 만났던...
다시 만나고싶다는 소원이 이루어진게 틀림없다.
목련은 너무 기뻐서 환호성이라도 지르고픈 심정이었다.
<얏호! 이건 필시 인연인거야. 하늘이 나를 도왔어! 예스!!...>
목련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목련은 용하가 수철에게로 다가와 그의 옆에 자리잡고 앉는것을
슬금슬금 보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그러니 당연히 수철 선배의 말은 듣지 못했다.
<선배님 죄송합니다.>
마음속으로 몇 번이나 말했는지 모르겠다.
용하는 수철을 보고 다가오더니, 그와 무언가에 대해서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목련은 두사람을 번갈아 가며
쳐다보았다.
'무슨 이야기들인데 저렇게들 심각하담'
호기심에 열심히 귀를 열고 들었지만
무슨내용 인지 유감스럽게도 알수가 없었다.
그래서 목련은 그게 무슨내용인지 알고 싶어졌다
"선배 지금 대체 무슨말들 나누고 계신거에요?"
"어, 목련아, 사실 말야...그런이야길했어. 신입생을 뽑아야할텐데 말야,
용하는 이번엔 뽑지 말자고 그러쟎아
아이들이 바쁘고 또 얼마 되지 않을거라고
그냥 있는 멤버들끼리 잘 지내보자고 하네 그게 더 낫을까?"
'럴수..럴수...이럴수가! '
그제서야 목련은 용하란 사람과 수철선배가 한 동아리인것을 알게 되었다.
이사람이 이 동아리에 있단 말인가.
목련은 왠지 이 동아리에 무슨일이 있어도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조금 더 만나고 보고 그럴수도 있을테니 말이다.
이젠 외려 목련이 더 다급할 수 밖에 없었다.
"어, 그건 말도 안되요, 선배님이 잘못 생각하신거라구요
안돼요 절대로 안돼요!"
목련은 용하가 그녀를 보고 얼굴을 찌푸리는 것을 보았다.
아마도 어디선가 본듯한...목련의 얼굴을 보며
기억을 더듬고 있을 것이리라
"엇....너는...!!"
"안녕하세요 한목련이라고 합니다. 신입생이에요 잘부탁드립니다 선배"
목련이 재빨리 고개를 숙이고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그는 곤혹스러워하고 있었다.
수철은 무슨영문인지 몰라서 목련과 용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 그래...너도 이학교에 다닌거니,암튼 반갑다
그건 그렇고, 왜지? 왜 뽑아야한다는거지?"
"그..그건 오래전부터 수철선배님이 저에게 동아리를 권유하셨거든요.
그래서 오늘 마침 제가 거길 들려고 하고있던 중이었구요
지금도 마침 그 이야길 나누던 중이었는데...
그래서...안된다고 말씀 드린거에요.
그럼 약속을 지킬수 없으니까요"
'헛..나좀봐 어쩜 이렇게 거짓말이 술술 나오는거지...'
목련은 속으로 끌끌..혀를 차며 용하를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오,선배님 부디 이 후배를 밀어내지 마시옵소서....'
그는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듯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군. 그런일이 있었어."
목련은 수철선배가 눈이 동그래져서 금방까지도 딴전만 피우던 목련이
왠일인가 싶어 바라보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그녀는 시치미를 뗐다.
맨날 이리저리 피하고 튕기기만 하더니
갑자기 왠 바람이 불은거지라며 궁금해하는게 틀림없다.
새삼 뜨끔해져서 목련은 눈을 아래로 내리 깔았다.
혹시라도 수철선배가 딴지를 걸면 어쩌나 싶어 내심 마음이 조마조마해졌다
다행히 선배는 아무말도 않은채 있어주었다
'아..정말 얼마나 고마운지! 너무 너무 고맙다.'
"그래? 그렇게 말했다면 뽑아야겠지. 수철이도 말에 책임을 져야하는 입장이니까."
그것은 승낙이었다.
왠지 목련은 용하와 더 많이 지낼수있다는 생각에 부풀자 한없이 기분이 좋아졌다.
"선배님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연거푸 목련은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그런 모습이 무척 우수웠던게 틀림없었다.
그가 나즈막히 킥킥 대며 웃고있었다.
"너같은 신입생은 처음 보겠구나"
"근데요 선배님 언제부터 모이게 되나요?"
"어..그건 수철이가 알려줄거야.
미안...난 어딜 가는중이었거든 나중에보자"
용하는 일어서서 잠시 고개를 까닥해 보이더니,
갈길을 향해 총총히 걸어가 버렸다.
'어 이런 이런...'
왠지 잡고만 싶은기분 -
목련은 하는수없이 사라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멀뚱히 바라만 보았다.
그제서야 수철선배는 생각난듯 그녀에게 질문을 해왔다.
그는 도저히 모르겠다는 얼굴로 목련일 바라보고 있었다.
하긴 그럴만도 하다. 점쟁이도 아니고, 텔레파시가 있을리도 만무인
선배가 어찌 내속을 훤히 알수 있으리...
정말 뉘알리.
그것은 자신으로서도 수수께끼인걸.
목련은 그생각에 슬며시 웃었다.
"한목련...너 이상하다?
아까까지 내말안듣고 딴짓하더니?"
"아휴 선배님 제가 언제 딴짓을 했다고 그러세요.
저 딴짓이 뭔지도 몰라요"
어이가 없었는지 수철선배가 웃어버렸다
"하하하 이제보니 목련이 너 엄청 재밌는 애다. 하하..."
"호호 선배님도 참..."
"뭐 어쨌든 좋다. 들어온다니 됐지.
난 환영이야."
그는 그것으로도 흡족한 얼굴이었다.
"열심히 할께요 선배"
"짜식."
수철은 씨익 웃더니 그만 가려는지 일어서고 있었다.
목련은 그제서야 생각나서 떠나려는 수철을 황급히 불러세웠다.
"그런데요 선배, 무슨 동아리였죠?"
수철이 벙찐 얼굴로 서있었다.
기가막히다는 표정이었다.
그표정을 보니 정말 쥐구멍이라도 있음 숨고픈 심정이었다.
'아,이럴줄 알았다면 선배가 하던말 반의 반이라도 제대로좀 들어둘걸...'
이제야 조금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
"내가 너땜에 미친다."
"헤헤 죄송해요
선배 요즘 제가 복잡한 일이 있어가지고..."
"흠..간단히 알려줄순 없지.
그거 숙제야 알아가지고 와! 알겠지 그럼 내일보자"
"어, 선배...선배!"
수철선배는 그냥 가버렸다.
나아쁜 선배. 그래도 알려주고 가야 찾아가던지 말든지 할텐데.
할수없이 목련은 체념을 해버렸다.
그나저나 그사람이 이학교 학생이란걸 안 순간부터
어쩐지 공허하던 학교가 꽉찬듯하고
어디선가 즐거운 노랫소리가 들릴것만 같다.
'이 무슨 마음의 조화인고!'
목련은 기분이 날아갈듯 상쾌해졌다.
왠지 모르게 벌써부터 내일이 기다려지기 시작한다
시간아 가라 ,빨리빨리 어서 내일이 오게 해다오...
아 내게 초능력이 있다면 시계를 지금
그냥팍 내일로 돌려버릴텐데...
하지만 불행히 목련은 신이 아니다.
<음..뭐 할수없지. 까짓거 학교를 이잡듯 뒤져서라도 찾아내보는거지 뭐.
기껏해야 이학교 안일텐데 못찾을 것도 없쟎아
정 찾기 힘들면 방송반에 들러서 수철선배를 불러버리지 뭐.>
목련은 그런 생각을 하며, 기지개를 쭈욱 폈다.
머리위로 하늘이 보였다. 파아란 하늘이....
그리고 흘러가는 구름까지...
목련은 흠뻑 공기를 폐속깊이 들이마셨다.
'흐음..좋다. '
만족한 웃음이 그녀의 입가로부터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