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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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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BY 프리 2003-03-30

-제1편

상우는 버스를 타고 시내로 향했다.
토요일이라서 그런지 오늘따라 버스는 사람들로 붐볐다
이리밀리고 저리 밀리며 상우는 옆사람과 부딪히자 인상을 찌푸렸다

'아, 빨리도착했으면 좋겠다.'

가까스로 도착했을때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기 시작했다.

"어....어....어...."

상우는 사람들 틈에 끼어서 얼떨결에 내려왔다.

"휴우...정말 힘들어 죽을뻔했네!"

비로소 그는 떠나는 버스를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람들의 행렬을 따라서 그는 이안경원 앞을 향해서
슬슬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앞으로 사람을 기다리는 수많은 사람들이 초조하게 시계를 보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누가 않오는지 발을 동동 구르며 열심히
오가는 인파를 살피고 있었다.
어떤 두 여학생이 서로만나 기쁜 듯
껴안고 좋아하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쳇. 좋겠다. 만날 사람이 있는 니들은! 아, 무심한 이내청춘!!'

상우는 바라보며 딴지를 걸어보았다.
날도 좋구 게다가 토요일 이지만 어쩐지 집으로 그냥 가고싶지는 않고,
그렇다고 만날사람도 없고 맹숭맹숭하기만한 따분한 오후였다.
그래서 더 옆구리가 허전한 느낌이 전해온다.

'제길 구경이나 하자!'

상우는 여기저기 상가에 진열되어있는
쇼케이스안의 모습들을 구경하며 천천히 걸었다.
잠시 안나왔을 뿐인데 새로운 상품이 참 많이도 나온거 같다.

거리어딘가에서 최신유행음악들이 흘러나와
귀를 즐겁게 하고 있었다. 그나마 어쩐지 기분이 좋아지고 있다.
상우는 조금 그 노래를 따라부르다가 그만두었다.

그리고 대신에 그는 그가 좋아하는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변진섭의 희망사항],

자고나면 새음반이 나오고,
모르는 얼굴의 신인가수가 탄생하는 지금도 이상하게 상우는 이노래가 좋아졌다.
그래서 상우는 지금도 낮은 소리로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청바지가 잘어울리는 여자,
밥을 많이 먹어도 배 안나오는 여자
내 얘기가 재미없어도 웃어주는 여자.
난 그런 여자가 좋더라

-중략-

여보세요 날좀 잠깐보세요
희망사항이 정말 거창하군요
그런 여자한테 너무 잘 어울리는
난 그런 남자가 좋더라~ ♬♪]로 끝나던...이노래.



아무리 많은 유행어가 번지고
유행가가 하루다르게 신곡이라며 발표되는 지금.
유난히 이 노래에 애착을 가지는 이유를 상우는 스스로도 알수가 없었다.

'뭐 어때. 내가 좋으면 그만인거지!'

상우는 거리를 스치는 쭉쭉빵빵 늘씬날씬한 미녀들을 바라보았다.

"햐...하나같이 다들 이쁘군! 요즘은 대체 못생긴 여자들이 눈에 더 잘 띈단말야!'

근데 그런 여자들은 어디 숨었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만큼 너무나 미인과 미인이 넘쳐나는 세상인가보다.
상우는 그런데도 왜 자신만이 이렇게 이 좋은날, 주말에
솔로여야하는지...그것이 좀 속상해져왔다.

특별히 이상형이랄거 까지도 없었다. 그냥 만나서 편하고
그리고 느낌이 좋은여자....
그런 여자면 족했다.


하지만 김칫국마신다고 떡이 갑자기 생길리도 없었다
어쩌겠는가, 아쉽지만 체념할수밖에.

'아직 때가 되지 못한 까닭이야!'

그는 애써 마음을 추스렸다.
아직 포기하기엔 일렀다. 언제다라고 꼬집어 말을 할수 없어서 그렇지
언젠가 자신에게도 꼭 그런 상대가 나타나 주리라고 믿기에.

한참을 돌아다니다 상우는 다리가 아퍼져왔다.
어디 음식점이라도 들어가 앉아서 쉬고싶지만
혼자서 그런다는것도 어쩐지 궁상맞아 보일거 같아서
그는 포기했다.

그대신 그는 집에 일찍 들어가 낮잠이나 자야지 싶었다.
그래서 열심히 상우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부추기고 있었다.






'어라? 저사람들 뭐지?'

상우는 옆집에서 사람들이 부지런히 나오고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옆집에 누군가가 이사를 왔다.
이삿짐차에서 부지런히 이삿짐이 날라지고 있었던것이다
상우는 눈이 휘둥그레진채 그모습을 보고있었다.

옆집에는 나이드신 할아버지와 할머니 부부가 살고계셨었는데
늘 집이 넓다시면서 허전해 하시더니,
결국 이사를 떠나기로 하신 모양이다.

내심 상우는 호기심이 생겼다
대체 누가 어떤사람들이 이사온 것일까.
그래서 그는 서서 옆집을 바라보고 있던 중이었다.


"어, 이사왔네?"


상우는 집에 들어가려다가 쪼그만 여자아일 보았다.
양쪽머리를 반으로 갈라서 아래로 묶었고
매듭부분에 리본이 달린 앙증맞은 얼굴로 서있는...그녀.
이름은 몰랐지만 그여자아이를 봤을때 왠지 자꾸 시선이 갔다.

그다지 이쁜 얼굴은 아니었지만
보기에도 몸매역시도 그렇게 썩 좋다곤 할수 없었지만
보는순간 왠지 느낌이 좋았다.

묘하게 끌리는 구석이 있었다.
이것이다라고 꼭 끄집어 말을 할수 없어도.
그녀에게선 왠지 필이오고 있었다.

상우는 여자아이의 모습을 눈으로 열심히 쫓고있었다
아이는 자기가 나를수있는 작은 상자들을
열심히 나르고있었다.

요즈음은 이삿짐 센터가 다해주던데
그래서 편안히 앉아서 시간되면 들어가서 혹시 파손된건 없는지
없어진건 없는지 서류상으로 작성된것만 확인하면 그뿐일텐데...

아무래도 이집은 손수 이삿짐을 챙겨서 직접 나르고
정리까지 하려는 모양이다.
여자아이가 이삿짐을 나르다가 멈춰서더니 곁에 서 있는 상우를 발견했는가보다.

집안으로 들어가려다가 짐을 내려놓더니 상우쪽으로 걸어왔다
그리고 뜻하지 않게 손을 불쑥 내밀었다.
상우는 잠시 당황했다

'어떻게 해야한다지?'

상우는 그래서 그냥 그 아이가 하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안녕?"

수줍게 아이는 인사를 건넸다
그리곤 내민손이 머슥했는지
얼른 치마뒤로 감추었다.

"...어...안녕."

얼떨결에 인사를 하고 말았다.

"나 목련이라고 해 한목련! 옆집에 이사왔어. 잘 부탁해."

<아..이아이 이름이 목련이구나, 한목련! >

"어..그래? 그렇구나. 난 상우야 권 상우"

목련은 상우를 보고 싱긋웃었다.

"좋은이름이구나? 나 그 탤런트 좋아하는데...암튼 만나서 반갑다 나중에 놀러와-"


목련은 손을 흔들고 가더니 아까 내려둔 짐을 들고
낑낑거리며 집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상우는 왠지 모르게 아쉬워서 한동안 그자리에 혼자 서서 있었다.

'손을 잡고 악수라도 할걸 그랬나?'

어쩐지 은근한 후회가 그에게 밀려오기 시작했다.

"어,,,엄마 그거 거기 아니야 내방으로!"

목련의 소리가 담을 타고 상우의 귓가로 들려왔다.
이제까지 평온했던 상우의 삶이 갑자기 변해가는 느낌이 들었다.
무엇인지 모르지만 그런 예감이 상우를 스치고 지나갔다.

어쩐지 이제부턴 따분하고 심심한 하루대신에
무척이나 즐겁고 잼있는 그런 시간들이 될수있을거 같은 기대가 생긴다.

<목련...한목련이라...흐음...>

상우는 목련의 이름을 속으로 불러보았다.
왠지 모르게 처음만난 사이인데도
오래만난듯한 친근함이 들었다.
오래전부터 쭈욱 알고 지냈던 느낌이...
상우의 입가에 미소가 번져가기 시작했다.

'좋았어!'

상우는 맘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기분이 좋아서 엄마라도 당장 끌어안고
뽀뽀나 해줘야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열려진 대문을 활짝 제치고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앞으로의 일들이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다녀왔습니다. 엄마!"

"그래, 알았다 배고프지? 밥먹을래?"

"네!"

"어여 손씻고 와, 비누로 깨끗이!"

"네, 맘!"

엄마가 웃으시며 앞치마에 손에 묻은 물기를 닦으며
식사를 차리라 주방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상우는 욕실로 향하면서 아까만난 목련이의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흐음...한목련이라...좋았어! 한목련, 이제 넌 나에게 찍힌거야!!>

상우는 속으로 그녀를 어떻게든 자신의 여자친구로 만들어 보겠다고 결심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