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에 그의 연락을 받았다.
일을 하면서도 문득 만나기로 한 날이 기다려졌다.
참 이상했다...
분명 내 이상형이 아니였는데,왜일까..
김선생 말대로 그냥 만나나 볼까..
김선생은 쉬는 시간에 올라와 잘 되어 가는지 물었다.
그러면서 시동생 친구중에 제일 인간성도 좋고 반듯한 사람이니
잘 해보라고 했다.
약속한 날, 내 퇴근시간에 맞춰 버스정류장 근처에서 만나기로 했다.
얼굴이 아른거렸다..사실 생각이 안났다..
에구..이럴수가..만나면 생각나겠지..
그런데 이상하게 약속시간이 넘어가는데도 소식이 없다.
그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넣었다.
"어...? 지은씨..? 왜 안오세요?"
"네? 저 벌써 기다리고 있는데요?"
"네엣???"
알고보니 나는 커피??씨씨클럽에서 기다렸고..
그는 옷가게 씨씨클럽에서 기다렸다.
그는 얼른 내쪽으로 오겠다고 하며 전화를 끊었다.
미안스럽기도 하고...웃겨서 웃음만 나왔다.
잠시후, 기억할까..싶던 그의 얼굴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뛰어온듯, 땀이 난 얼굴..
환한 웃음을 지으며 성큼 다가오더니, 장미꽃 한송이를 내민다.
"사실.....이렇게 꽃들고 뛰어보긴 처음이에요.."
첫 인상은 강해보였는데, 이런면이 있나 싶을 정도로 그는
유머러스했다.
그후로 만날때마다 그는 작은 선물을 하나씩 주었다.
작은 향수병, 공지영의 소설 "착한여자" , 꽃 한송이,
심지어는 짱구 만화책까지...
꼬시려는 방법인줄 알았지만, 기분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그를 만나면서 나는 미국 대학에 편지를 보냈고,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리던 중이였다.
그에게 얼핏 말했을때, 그는 실망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만날때마다 연락 왔냐고 묻는게 인사가 되었다.
그의 유머러스한 점...
나를 배려해주는 마음..
자상한 면이 시간이 흐를수록 나를 잡아 끌었다.
처음엔 영 안어울릴것 같은 우리는 점점 어울려 갔다.
그의 연락을 기다리는 시간이 많아졌고,
삐삐 음성 메세지에 어색한 인사를 남길때 나도 모르게
행복해졌다.
자꾸만 삐삐를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2주일후 드디어 미국에서 연락이 왔다. 입학허가 였다.
나는 기뻤다. 드디어 가는구나..
그런데 한편으로는 찜찜했다.
그에게 말하는것도 미안했구..
언젠가는 알게될일...연락이 왔다고 얘길 했다.
그는 굳은 표정으로 아무말이 없었다.
그날은 무척 오랫만에 만난 날이였다. 거의 3주만에..
내 유학으로 우리의 앞날이 불투명해진 가운데,
뭔가 결론맺길 원했던 내가 먼저 전화를 했고, 그렇게
만났던 거였다.
그는 택시를 잡았다.
둘다 아무런 말 없이 모 호텔 바(bar)로 갔다.
난 전혀 호텔에 갈만한 옷이 아니였는데, 갑작스러워서 당황했다.
파란 수영장이 한눈에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는 그때까지도 별 말이 없었다.
웨이터가 가져온 맥주를 한잔 들이킨 다음 그는
갑자기 내 손을 잡았다.
"지은씨...결혼합시다...!!"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