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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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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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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BY 핑키~ 2003-03-30



강의가 끝나고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나갔다.

내 두볼은 벌~게져 가지고 은정이 손에 이끌려 결국 쪽지의 주인공
을 만나러 강의실 앞에 섰다.

"야, 이은정..너 오랫만이다.."
"야...그러게..올만이네..너 정말 웃긴다 수업시간에 왠 쪽지냐?
크큭...
자, 니가 궁금해 했던 사람..
내 친구, 영문과 93학번 김지은"

"안녕하세요? 저는 법학과 93학번 정태환 이라고 해요."


"네?? 네엣....반가워요..."

에휴...몇초가 그렇게 길다니..6년동안 남학생 얼굴도 못봤는데,
이런 자유로움이 영 적응이 안되었다.


"수업 없으면 잠깐 커피한잔 할래요?"

쭈삣... 어쩔줄 몰라 친구 옷자락만 잡고 늘어지는데,
이 지지배는 얼른 나를 밀어놓고는 배시시 웃으며 사라졌다.
잘 해봐..하는 눈빛으로..

'에휴..정말..지지배...뭐얌..'


태환은 학교 자판기에서 백원짜리 커피를 두잔 뽑았다.
커피 한잔 손에 들고 우물쭈물 거리는데,태환이 그런다.

" 뒷동산에 올라가봤어요? 새 소리도 들리고 좋아요.."
" 아, 네..."

점점 가관이다, 왠 뒷동산?? 에휴...
하긴, 사람 많은 벤치에라도 앉았으면 우리과 친구들이
천연 기념물인 나를 보고 그냥 안 넘어가겠지..
쟤가 왠일이냐..한마디씩은 했을거다.
짖??은 남자애들은 괜히 아는척 했을지도..


학교 뒤로는 산이 있었다.
산을 빙빙 둘러가는 차도도 나 있었고, 그 위로 뒷동산엔
등산을 즐기는 사람들이 종종 보였다.

가끔 들리는 새 소리가 그나마 내 편이 되어 적막을 깨주었다.


"여기 앉을래요?"
멍하니 둘러보는 동안 태환은 벌써 자기 손수건을 바윗돌 위에
한장 깔았다.

"네..."

"쪽지 보내서 놀랐나요? 후훗...제가 생각해도 유치하네요."
"네 뭐..조금요..실은 이런적은 처음이거든요."

"은정이랑은 교등학교때부터 친했어요. 마침 같은 학교로
왔고... 우리과 수업 듣는다는건 알았는데, 오늘 옆에있던
지은씨가 눈에 띄더라구요.. 얘기라도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네에.."

참 묘했다. 분명 남자랑 단둘이 있어본건 처음이라 어색하긴
했지만, 점점 내 마음은 편해지기 시작했다.

둘이 이런저런 얘길 나누었고,태환이 1시간후 수업이 있어서
산에서 내려왔다.

수업시간이 빠듯한데 법대를 한참 지나 교문까지 나를 바래다 주었다.
"미안해요..수업이 있어서..다음엔 꼭 바래다 줄께요.."


그날 이후로 태환이 생각이 종종 났다.
자상하고 따뜻한 친구같아 기분이 좋았다.

수요일은 법대 수업이 있는날...
태환을 만난 이후로 수요일 아침만 되면 나는 부지런해졌다.
부시시한 얼굴은 못하는 화장이나마 예쁘게 단장했고,
아껴둔 귀걸이도 얼른 꺼내 달아보았다.

'오늘 만날수 있을까...얼굴이라도 볼수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