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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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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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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BY 물방울 2003-03-29

외할머니께서 분주하게 방 그리고 부엌을 오고 가셨다
어머니는 방에 계시고 아무도 못들어 오게 하셨다
나는 긴털옷을 입고 있었고 나의 동생과 함께 웃방에서 호기심으로 안방을 기웃 거렸다



하루가 거의 넘어갈 무렵에
안방에서는 아가의 울음소리가 들려 왔다
할머니의 힘찬 소리도 들려 왔다
어서 아버지께 연락을 하라는 할머니의 외침소리 그리고 분주한 수선스러움이 초겨울의 저녁을 아주 바쁘게 몰아 내리고 있었다



나는 돌계단층에 추운줄도 모르고 주저 앉아 어서 아버지가 오시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해가 기울고 하늘은 온통 어둠이 스믈거리며 내리고 있었다
아버지의 손에는 생각하건데 아주 길다란 미역이 가득들려 있었다
얼굴에는 이제껏 못보았던 환한 웃음이 가득 번지고 있었다
엄마와 태어난 아가는 아버지의 가슴에 만족한 웃음을 만들어 드렸다



기다리던 아들
우리집에도 남자 아기가 생겼던날
먼저 세상을 떠난 복남이는 그 남자아기로 인하여 순간에 잊히웠다
그리고 새로 태어난 남자 아기와 엄마의 모습에 기뻐 하기에 충분했다
우리들 딸 네명은 몇일을 아기를 볼수 없었다
안방에 아무도 들어가지 말라고 하셨고 외할머니 그리고 아버지만이 들어가셨다.



그렇게 아주 한참을 지난것 같다
아기를 보던날 나는 아기가 신기했고 예뻣다
작은 고추
처음 보는 고추를 신기해서 자꾸만 보아도 또 보고 싶었다
나뿐이 아니라 우리들 네자매는 아기를 춥지 말라고 덮은 이불을 살짝살짝 들추어 헝겊기저귀를 살작 풀어 작은 고추를 보고 또 보았었다
그리고 어버지께서는 해가 넘어가기전 일찍 집에를 오셨다



두언니 그리고 나 여동생은 남동생을 아주 아껴주어야 했고 조심스러워 했다
아버지의 희망을 받으며 어머니의 한을 풀어준 아이 남동생 그아이의 이름을 아버지께서 철희라고 지었다
철희와 나는 다른 형제 보다 매우 친했고 나를 매우 잘 따랐다
늘 나의 작은등에 업히웠던 철희는 나혼자만의 전유물처럼 많이 그애를 위한 시간을 갔었으며 그 시간은 늘 즐거움 이였다
작은키였지만 아기를 등에 업은 나는 매우 흡족한 마음이 되었다
우리도 남자아기가 남자형제가 있음에 아주 즐거움과 뿌듯한 그런 마음으로 따뜻한 체온이 나의 등으로 옮겨오곤 했다



어느날 갑자기 처음으로 누나! 라는 말을 했을때의 기쁨은 지금도 잊을수는 없다
아버지의 손에 들렸던 미역이 거의 다 사라질때가지 어머니는 방에서 아무일도 하시지 않으셨고 철희만을 위한 시간을 갖었었다
아들을 기다리는 아버지의 배려가 어머니를 그렇게 하도록 했었기에
지금도 나는 철희를 기억 하면 눈시울이 뜨거워 진다.
우리들 네자매의 사랑과 어머니의 기대 그리고 아버지의 든든한 희망이였던 철희는 서른이 되던해 감기로 두서너달을 고생하더니 뇌수막염으로 합병증을 얻었으며 뇌수술을 두번 받은후 정신을 잃었고 그로부터 두해를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나의 어머니와 아버지의 가슴에 아픈 대못을 박고 우리들 네자매의 가슴에 사라지지 않을 아주 커다란 대못을 꽉 박아놓았던 철희는 그렇게 아픔으로 제정신을 ?지 못하고 이 세상을 떠났다
떠나기 2틀전에 나는 그애의 몸을 구석구석 닦아 주었다
말도 못하던 철희는 그때 분명한 입술 모양을 내게 보여 주었다



"누나! 정말 고마워!"라고..................



아버지의 미역 한묶음 누나들의 설레임 어머니의 희망
그희망을 철희는 자신이 태어난 후 서른해를 넘기지 못하고 그달 11월이 가기전에 그렇게 미역속에 넘치던 아버지의 웃음과 기대를 함께 담아 훨훨 한줌재로 우리곁을 떠나갔다



보고 싶음으로
한걸음 또 한걸음을
그리움으로
한공간 한공간을 넘어선다

두런거리며 교문을 나서는 얼굴을
누나가 있을까?
누나는 언제쯤 나오려나?
보고 싶음으로 긴시간 서있던 자리

이제는
그 그리움 어디에 있나?
먼저 가는길
나는 눈물 배웅을 했는데
아우야!
너는
어디서 기다림의 시간을 엮는가?

세상은 혼탁함으로 철렁철렁 소리도 요란하다
아픔을 잊고
슬픔을 거두고
이제는 환한 시선을 하겠거니
누나의 가슴속에는
지금도 땟국물 얼룩진 네모습이
히죽 웃으며 나를 바라 보누나

아우야!
한줌 과자로 너를 ?던 어제가
긴걸음 떼어 놓을적마다 흘렀던 눈물이
아우야!
네가 작은 관속에 누워서
뜨거운 불길을 잘도 건넜다
언제나 내가슴속에 너는 그렇게 남아 있단다

더러는 내등에 업혀 잠든 모습으로
더러는 땟국물 얼룩진 모습으로
더러는 아카시아꽃 한묶음 건네주던 소년의 모습으로
더러는
누나를 향한 스산한 모습으로
그렇게 남아 있구나
아우야!
그리운 나의 아우야!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