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640

[제1회]


BY 물방울 2003-03-27

나의 어린날 최초의 기억인듯 하다
서울 상도동 이화약국 위쪽으로 올라가면 언덕 하나 있었다
그날 어머니는 출타를 하셨고 집에는 언니둘 그리고 나 그리고 누워있는 작은 인형같은 여동생 이렇게 있었다.


우리집은 그리 크지 넓지 않은 큰길옆 돌계단을 올라가야 대문이 나온다
나무로 엮어 만든 대문은 늘 열려 있었고 층계양켠으로는 이름모를풀 그리고 작은 꽃 채송화 키가 커서 한들거리는 코스모스 개나리 등등의 꽃들이 겨울만 빼고 늘 예쁘게 피여 있었다
그 돌계단층에 앉아 언니 둘이서 놀고 있었다.
상고머리에 짧은 치마 그러니까 계절은 아마도 여름인듯 하다
두 언니가 갑자기 나를 막아선다
"야! 이제 너희집에 가!
너는 우리 엄마가 데리고 왔는데 이제 너희 엄마가 너를 보고 싶단다"
"정말이야! 잘 보아라 너랑 우리가 닮았는지 자 봐! 보라구!"


나는 얼마나 무섭고 떨리는지 가슴이 방망이질로 쿵쿵쿵 소리를 크게 내었고 너무나 놀라서 앞이 깜깜하고 금새 눈물이 줄줄 흘러 내렸다


아니야!
외치는 나의 목소리는 두 언니의 웃음소리에 점점 작아져 버렸다
그래서 엄마는 언니들만 예뻐 하였나 보다
언니들하고 닮은꼴이 없다는 말을 들어왔던 나는 울다가 울다가 계단츰에 앉아서 지쳐 귓가에 멍 소리가 울릴때까지 울어 대었다
어쩌지?
어쩌면 좋아?
작은 여자아이는 어쩌면 좋을까? 하는 소리가 큰북소리처럼 둥둥둥 가슴을 메우고 넘쳐 도리질을 하며 울어대었다


돌계단 끝 막다른 집 세째딸은 그렇게 울다가 울다가 참으로 엄마가 나를 버려서 언니의 엄마가 나를 데려와 키운것 이라고 믿으며 꾸벅 잠이 들었다


돌계단 양쪽으로는 작은 텃밭
그 텃밭 가장자리에 피여나는 여러가지의 꽃들
채송화 해바라기 장미덩쿨
그리고 천천히 날아왔다 날아가는 잠자리 나비들의 춤추는 모습을 보다가 가물거리는 눈을 스르르 스르르 잠겨지는것을 참아내다가 상고머리 작은 계집아이는 그 꽃들 곁에서 지쳐 잠이 들었었다
얼마나 울었는지 그리고 그렇게 돌계단 한켠에서 한참을 잤던것 같다


다정한 소리 보드라운 손길 솜이불 처럼 나른한 감각
나는 어느새 방안에 있었다
어머니의 웃음 가득한 얼굴 그리고 두 언니의 환한웃음
그때는 정말인지 알았다


엄마! 나 정말 주워왔어요?
어머니의 따뜻한 품속 두 언니의 빨간 거짓말
돌계단이 있던 그 집은 이제는 흔적도 없고 높다란 아파트가 대신 자리를 채우고 있다
강남국민학교
우리집에서 조금만 오르면 보여왔던 한강변 그리고 지금은 중앙대학교 캠퍼스
지난것은 아름다운 추억 되여 가슴에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