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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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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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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BY 빨간머리앤 2003-04-08

'굿'을 한번 해보자는 엄마의 말에 큰언닌 뜬금없이 무슨 소릴하냐고 정말 어처구니 없어 하는 표정을 지었었다.
엄마도 말을 해놓고 좀 뭐한지 굿이라기 보다는 용한 점쟁이한테 점이나 한번 보자는 것이라면서 큰언니를 어르고 달래기 시작했었다.
큰언니 또한 엄마의 속내를 모르는 바가 아니었지만 영 내키진 않았었다. 꼭 본인이 제정신이 아니라 반미쳐가는 건 아닌가 그래서 엄마가 저러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영 찜찜한 것이 자신의 모습이 한없이 처량해 보이기까지 했었었다.
큰언닌 엄마의 절박한 눈빛에서 '굿'을 허락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날 아침까지도 큰언닌 그 행사(?)에 떨떠름한 표정이었으니깐...

엄마친구의 아는 분 소개로 나이든 무녀가 왔었다.
막상 '굿'이 시작되자 난 이런 짓거리가 무슨 소용인가 싶어졌었다.
거의 반신반의하는 심정으로 이방인인냥 큰언니와 엄마, 그리고 그 나이든 무녀를 담넘어 구경하듯 넌즈시 보고있었으니깐...
얼마가 지났을까...
엄마 손에 쥐어준 대나무가 요동을 치며 엄마몸도 그에따라 강하게 흔들리기 시작했었다.
난 그때까지도 그렇게 흔들리는 엄마를 혹 엄마가 일부러 그러는게 아닌가 하고 의심스럽게 쳐다봤었었다.
하지만 엄마의 입에서 흘러나온 소리는 아니었었다.
'헉헉헉! 내가 니만 생각하믄 눈물이 나서 편치가 않다. 흑흑흑!'
이러면서 큰언니에게 달려가 마구 붙잡고 우는 것이 아닌가...그 울음소리는 돌아가신 아버지라고 무녀가 옆에서 몇마디 거들었으며, 큰언닌 놀래는 표정이 역력했었다.
그러다가 아버지의 고백아닌 고백을 계속 듣게된 큰언니도 일순간 무너져 같이 엄마랑 뒤엉켜 울기 시작했었다.

한참을 그렇게 이승에 있는 큰딸에게 눈물을 보이고 한없이 미안해하시던 아버진(?) 나와 작은언니에게 대나무를 흔들어대며 큰언닐 잘 위해주고 동생들이 이해해줘야 한다며 엄포를 놓기도 했었다.
어떤 표정을 지어야 했을까..(사실 그때까지도 난 무슨 귀신씨나락 까먹는 소리나며 의심에 의심을 하고 있었었다)늙은 무년 그런 나에게 안 믿을거면 밖에 나가있어란 말을 내뱉었고 난 속을 들킨것 같아 어쩔수 없이 밖으로 나가야만 했었다.
한참을 안에서 울고 불고 하는 푸다닥거리가 이어지고 있었었다.
끝이나고 들어갔을때 큰언닌 누워있었으며, 엄만 기진맥진해 있었었다. 그래도 그 와중에 무녀에게 고맙단 인사를 몇번이나 했으며 무녀또한 올때완 달리 터덜터덜 걸어 나갔었다.

그일이 있은후....
정말 그 무녀가 용한 무녀였었는지 큰언닌 그남자와 조금씩 조금씩 소원해 지는 것 같더니 언젠가부터 큰언니의 원룸에서는 그남자의 소지품을 볼 수가 없어졌었다.
우리 식구들은 큰언니의 변화에 큰언니는 물론이거니와 우리들 또한
그 '굿'이란것에 대해 내심 놀라워 하고 있었었다.
큰언닌 그후엔 스스로 나서서 엄마랑 같이 점이란 걸 자주 보러 다녔으며 아예 새해가 시작할 때나 무슨일을 결정할 때도 미리 알아보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나는듯 점을 쳐보기가 다반사였었다.
남들이 보면 코웃음칠 진 모르겠으나 우리식구들은 그렇게라도 어떻게 좀 다른사람들처럼 살아볼려고 하는 큰언니의 노력으로 보여서 그렇게 나쁘게도 보이지 않았었다(사실 큰언닌 그 늙은 무녀를 통해서 아버지의 큰딸에 대한 미안함을 계속 듣고 싶어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큰언닌 다신 돌아왔다.
............
지금 큰언닌 두딸의 엄마로 살고 있다.
그일이 있은 후 3년이 지나 교복을 수선하러온 어떤 학생의 주선(?)으로 큰언닌 그 학생의 새엄마가 된 것이다.
형부는 전처를 병으로 잃고 15년을 두딸들만 키우며 살다가 큰언니와 가정을 이루게 되었다.
큰언닌 뒤늦게 찾아온 평범함에 감사하고 있으며, 우린 그런 큰언닐
바라보는게 또 행복하다.

우리 식구들은 자주 모인다. 그 모임속에서 큰언닌 당연 대장이다.
우린 그런 큰언니가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