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언닌 엄마에게 들킨 이상 꺼리길게 없다는 듯 동생들과는 달리 오히려 더 떳떳해 하고 있었었다. 아니 홀가분해 하고 있었었다.
설마 설마하던 일이 현실로 드러나 버리자 정말이지 큰언니가 무슨 아귀처럼 보이기 시작했었다.
꼭 일부러 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매번 우리 식구들 가슴을 철컹하게 만들 수 있을까 싶었었다.
그것도 아주 태연하게 '내가 뭐 어쨌다고'하면서 드러나는 큰언니의 말투와 행동에서는 정말 옛날 아버지가 느끼셨던 어떤 오싹함마저 난 느끼고 있었었다.
가족이기 때문에 이제껏 화를 내보이고 하면서도 결국엔 큰언닐 끌어안을 수 밖에 없었다는 걸 큰언니 또한 알고 있으면서 매번 이럴 수 있을 까 하는 뭐라 말 할수 없는 분통이 일어났었다.
큰언닌 원룽을 하나 얻어 엄마로부터 떨어져 나갔었다.
큰언닌 아주 홀가분하게 훨훨 날아갔지만 그걸 지켜보는 엄마의 눈속에는 어쩌지 못하는 슬픔과 회한이 깊게 나타나 있었었다.
엄만 큰언니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대해 모두다 당신의 탓으로 생각하시고 우리 동생들앞에서 꺼이꺼이 소리내어 우시기 까지 하셨었다.엄만 큰언니가 귀신에 씌였다면서 우리들에게 어떡하면 좋냐면서
횡설수설까지 하셨었다.
정말 뭐가 씌여도 단단히 씌였다고 생각을 안 할수가 없었었다.
병실에서 본 그였다.
그는 작은 컴퓨터 회사를 하나 운영하고 있었으며, 부인과 중학생인 딸까지 하나 있는 그런 남자였었다.
그는 분명 가정이 있는 남자였었다. 그것도 전혀 가정적으로 불화가 없으며 부인과 딸에게도 인정을 받는 그러면서도 뒷구녕으로 호박씨를 까는 아주 이중적인 그런 남자였었다.
큰언니가 원룸으로 옮기면서 큰언니의 방에서는 그 남자의 물건들도 몇가지 턱하니 자리를 잡고 있었었다.
우리들은 특히 동생은 그런 큰언닐 면전에 대고 '어디 할짓이 없어서 남의 남자 만나노? 언니 니 그게 동생들앞에서 할 짓이가?'하면서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동생이 퍼붓고 있었었다.
하지만 큰언닌 너무나 당당했었다.
'내가 뭐 그사람 이혼하고 내랑 살자카나? 그냥 그사람이 내좀 보자카믄 보고 내가 좀 보고싶다 하면 보고 그냥 편하게 만나는데 느거들이 와?' 하고 오히려 우리들의 눈을 정면으로 보고 따지고 들었을 때에는 큰언니가 정말이지 섬뜩해 보였었다.
큰언닌 그렇게 변해있었었다.
우리가 그동안 큰언니가 예전의 아픔과 상철 모두 잊고 화사하게 보인다고 생각할 때...
이젠 예전의 순수함과 활기참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할 때....
큰언닌 우리가 모르게 조금씩 조금씩 변해가고 있었었다.
우리들은 순전히 우리맘 편한 방식으로만 큰언닐 생각하고 있었다는 걸 그때서야 알게되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