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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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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회]


BY 봄햇살 2003-04-28

안녕.. 십여년을 살을 부벼왔던 끔찍한 나의 연인이여..
당신은 지금 나에게 잘 훈련받은 나만의 노예로부터 곧 죽음을 당할 것이다.
끔찍했던 내 삶을 그가 보답해 줄것이니..
아무쪼록 죄값받았다 치고 억울해하지 말고 세상을 떠나주어라..

남편은 그를 스쳐지나가고 곧 그가 따라간다.
영화에서많이 보았던 검은 실루엣의 살인 신..
나는 지금 실시간으로 보고있다.
그가 찌르고 남편이 넘어진다.
남편의 기분을 상상해본다.
상상도 못했을 갑자기 닥쳐온 끔찍한 고통에 아프다기보단 어리둥절할것이고.. 그리고 고통스러울것이다.
그는 마치 중독에라도 걸린듯 남편을 찌르고 있다.
즐겁다. 즐거운 영화다. 브라보..
입가에 넘치는 미소를 자제하기가 어렵다.
바닥에 흐를 피와 그 향기를 생각하니 성욕마저 인다.
이대로 그를 가질수 있다면..
그에대한 고마움으로 온몸이 저려온다.
곧 아파트 전체를 뒤흔드는 외마디 비명이 들려온다.
누군가 그장면을 본 모양이다.
아쉽다. 먼곳에서밖에 못보는 나의 신세가 말이다.
남편의 끝을 함께해주고 죽어가는 그의 눈을 향해 웃어줄수 있다면 이보다 더 행복할순 없을것이다.
곧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리고 나는 남편의 피보다 더 진한 핏빛 와인을 꺼내 맑은 잔에 따른다.
치어스.. 남편의 피를 위해 건배..
끔찍했던 내 첫사랑이여.. 영혼이 있다면 지금 나에게로 와서 건배하자..
사이렌 소리는 멋진 음악이 되어 나의 취흥을 돋운다...

그후로 모든것이 속전속결. 빠르게 흘러갔다.
나는 주변의 따가운시선을 -불륜으로 남편을 죽음으로 몰아간-
주변의 따스한 시선으로 -한번의 실수로 남편을 잃은 처절한 아내로-
돌릴만큼 멋진 연기를 보여주었고 사람들의 나에대한 평판을 바꿔놓았다.
그리고 그에게는 찾아가지 않았다.
무엇보다 귀찮았고 나에게 주어진 행복한 시간을 즐기고 싶었으며 복잡한데 신경쓰지 않고 내 머리를 비워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몇번 그의 가족이 나에게 와서 약간의 폭력을 휘두르었고
-그가 나를 위해 해준 보상이라고 생각한다.- 내게 도움을 구하며 빌기도 했지만 나는 눈한번 꿈적하지 않았다.
나는 편해지고 싶었다.
그리고 그의 사형확정판결이 있던 재판법정의 맨뒤에서 눈에 안띄게 조용히 앉아서 그의 판결을 지켜보았다.
그의 어머니가 울부짖을땐 나도 울고 싶었지만..
죄송합니다. 어머니.. 하지만 이제 저도 편해져야 하겠어요..

그리고 집에오면서 느껴졌던 미칠듯한 구토감..
나의 임신이란걸 알게?榮?
누구의 아이일까..
나는 비슷한시기에 남편과도 그와도 수없이 많은 관계를 가졌다.
누구의 씨가 더 빨라서 내몸에 정착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의 핏줄이였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그건 진심이다.
어쨋든 세상에 나의 편을 하나쯤 더 두는건 좋다.
금전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나는 더없이 안정되어 있으니 아이하나쯤 키우는것은 일도 아닐것이다.

그리고 그에대한 마지막 예우로 그에게 방문을 했다.
그리고 그에게 나의 임신 사실을 알려주었다.
어차피 나는 누구의 아이건 그의 아이라고 믿고 키울것이니 그의 아이를 가졌다고 해도 죄가되진 않을것이다.
그리고 가는 그의 길을 행복하게 해줄것이다.
그는 예상대로 뛸듯이 기뻐한다.
그에대한 미안함이 조금은 가시며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기뻐진다.
그리고 그의 집행일에 마지막으로 그에게 안녕을 고한다.
갑자기 미친듯이 눈물이 흘러나오는것을 막을수가 없었다.
그에대한 고마움과 미안함과 그리고 생겨난 약간의 사랑비슷한 감정과 그리고 그에대한 예우로..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는다면 그는 죽기에 억울할 것이니까..-

이제 그는 죽었다.
남편도 죽었다.
나는 편해졌다.
나를 묶는 모든 잡다한것에서 해방되었고..
사랑스런 딸은 나를 위해 미소짓고..
내 배에는 그의 아이 (라 믿고싶은 아이) 가 꿈틀댄다.
더없이 행복하고 세상은 다시 돌아간다.
이제 세상은 나를 위해 돌아갈것이다.

앞으로 펼쳐질 나의 미래를 위해..
그날의 핏빛와인을 다시 꺼내어 든다..
아이에게 사이다를 따라주고..
사랑하는 내딸과 건배를 한다.

건배.. 나의 행복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