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그후로 마치 구박덩어리 강아지모냥 내눈치를 슬슬보며 내기분을 살피기 시작했다.
딸아이를 데려오자고 했다. 하지만 나는 당분간 아이를 보고싶지 않다고 하며 때를 기다렸다.
그가 어떤 행동을 취할때..
남편은 내가 도망이라도 가거나 그가 나타날까봐 두려워하는것 같았다. 나는 남편을 안심시켰다.
역겨웠지만 남편에게 사랑한다고 얘기해주고 그를 다독였다.
남편은 나를 가지고 싶어했지만 더이상나는 남편에게 내몸을 줄수 없었다. 핑계를 대며 미루었다.
나는 더이상 이남자와 살 수 없었다.
남편의 얼굴을 보면 욕지기가 치밀었다.
무엇보다 내자신이 참을수 없을만큼 증오스러워서
오히려 남편에게 폭력을 당할때보다 더끔찍한 기분이었다.
하루에도 몇번씩 남편에게 칼을 들이대고 싶은 마음을 억눌렀다.
나는 오직 나를 사랑해주는 그남자의 처분을 기다렸다.
그를 사랑하지는 않지만 만약에 이번에도 그가 나를 데리고 도망간다면 정말로 마음을 잡고 그와 살아볼 작정이었다.
물론 가장 멋진일은 내 원래 계획대로 그가 내 주문에 걸려 남편을 죽여주는 일이었지만 그건 내가 생각해봐도 쉽지는 않은일이었다.
남편이 출근하면 혼자서 남편을 죽여달라고 중얼거렸다.
그에게 거는 일종의 텔레파시라고나 할까..
우습지만 나는 그것을 믿었다.
염원의 힘..
강하게 염원하면 그렇게 된다는걸..
한번도 의심해보지 않고 살았고..
이번엔 그 염원의 힘에 기대볼 차례였다.
남편이 올 시간이 되면 나는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았다.
강하게 염원하며..
물론 내 예상이 맞다면 그도 내 남편을 관찰하고 있을것이다.
이제 내 남편의 패턴을 알때쯤이 되었다.
남편은 고맙게도 시계처럼 정확한 사람이니까.
그러던 어느 비가 추적거리며 오던날..
나는 비를 내다보며 살인하기에 좋은날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비가 오면 핏물이 씻겨가기도 좋을거라는 생각을 하며 밖을 쳐다보았다.
문득 든 생각.. 그가 만일 남편을 죽인다면 오늘쯤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그리고 강하게 뭔가 드는 마음..
그다. 그가 오늘 무언가를 할거라는 마음..
운이좋다면 남편을 보는날은 오늘이 마지막일거고..
그를 따라 어디론가 가는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
이런저런 생각에 하루종일 싱숭거리는 마음을 가눌수가 없었다.
뭔가 일어날것같은 그런 기분이 드는 묘한날이었다.
그러나 계속 그는 보이지 않았고 별일또한 없었다.
그리고 남편이 돌아올시간즈음 여느때처럼 나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이번에도 별일이 없다면 그는 앞으로도 평생 내앞에는 나타나지 않을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떡해야하는가. 이 미친남자와 같이 살아야 되는건가..
별별생각을 하며 비를 내다보고 있는데 저멀리 검은 형체가 보인다.
그다. 그다..
두근거리는 심장때문에 미칠것 같았다.
그리고 확신이 드는 생각..
그는 남편을 죽일것이다.
미친듯이 심장이 뛰면서 온몸이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원했던 일이 이루어지고 있다.
염원의 힘을 확인할 시간이 된것이다.
저멀리 남편이 온다.
그는 남편을 죽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