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들어오자마자 다짜고짜 내게 주먹을 날린다.
각오는했지만 아프다. 두렵고 끔찍하다.
하지만 이정도의 맷집은 있다.
날 더 끔찍하게 학대해라. 저기 가엾은 남자가 널향한 증오의 불씨를 더욱 키우도록.. 너에대한 살의로 몸부림치도록 날 괴롭혀라.
곁눈질로 보니 그는 얼어붙은듯 서있다.
그럴만도 하다. 남편은 대단한 남자다.
그가 무서워하는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그를 각성시킬 필요가있다.
저렇게 바보같이 서있기만 해서야.
나는 내가 낼수 있는 가장 끔찍한 소리를 내어 그를 부른다.
도와달라고 절규한다.
그는 정신을 차린듯 남편에게 달려든다. 하지만 남편의 주먹을 당해낼수는 없을것이다.
남편이 어떤사람인가. 그의 적수는 되지못한다.
남편에게 끌려가며 쓰러진 그남자를 본다.
가엾은 남자. 나때문에 그가 당하는 이유없는 고통에 마음이 아프다.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서울로 올라오는 내내 그는 나에게 한마디 말도 하지 않는다.
햇빛을 받아 살짝 찡그린 그의 얼굴에 귀기마저 띈다.
두려움에 떨리는 내몸을 제어할수 없다.
이까지 부딪치며 떨고있다.
내려쬐는 저 햇빛도 떨리는 내몸을 녹여주진 못한다.
집에 도착해서 현관문이 닫히고 나는 눈을 질끈감고 몸에 힘을준다.
살아남기위해, 맷집을 키우기위해.. 나만의 방법이다.
이상하게 조용하다. 살짝 눈을 떠본다.
믿을수 없게도 그가 내앞에서 무릎을 꿇는다.
울부짖으며 너를 사랑한다고 소리지르는 남편.
이게 무슨상황인가.
폭격을 맞은듯 머리가 멍해진다.
자신을 떠나지말란다. 잘못했단다. 내가떠나면 죽어버리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바보같은 일이 있나.
이렇게 형편없고 나약한 남자에게 십년을 학대당했다.
믿어지지가 않는다. 차라리 나에게 주먹을 날려라.
그렇다면 내자신이 이렇게 끔찍하진 않을것이다.
조금만 강하게 그에게 저항했다면 내 인생의 황금기를 허무하게 날리진 않았을것이다.
죽어버려..
나직하게 말하고 방으로 들어온다.
눈물이 난다. 너무나도 억울하다.
미친놈처럼 내방으로 따라들어온 그는 나를 가지려고 한다.
그에게 강하게 저항하고 부엌으로 도망간다.
칼을 집어들고 내목을 겨눈다. 아마도 그를 겨누는 것보다 더 효과적일것이다.
내몸에 손가락이라도 대면 죽겠어.
그는 내앞에서 다시 무릎을 꿇는다.
제발 제발 그 무릎좀 꿇지마. 소리지른다.
그에게 칼을 내준다. 차라리 나를 찔러. 그게 낫겠어.
그는 연신 중얼거리며 사랑한다고 되뇐다.
사랑.. 끔찍하다. 네놈입에서 나오는 사랑이라는 소리 지독해..
그를 향한 강한 살의를 막기가 힘들다.
이대로 그의 피를 보고싶은 충동을 억누른다.
하지만 내손으로 너의 피를 묻히진 않겠어..
개새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