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겨울이 다가오는가 보다. 쌀쌀해지는 날씨가 그렇잖아도 긴장된 지영을 더욱더 긴장시킨다. 오늘은 동규를 나기로 한날.. 남편에게는 차마 말도 못하고 나오는 외출이다. 지영은 경호한테 마음한구석 미안한 마음을 느껴 보지만 과연 동규와의 특별한 우정을 경호가 이해해 줄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지영은 말없이 동규를 만나기로 하였다. 카페에 들어온 지영은 실내의 어두운 조명속에서 동규를 찾아 미로찾듯 천천히 걸어가고 있는데 저만치서 손을 들어 동규가 지영을 반긴다. "지영아~ 여기!" 지영은 손을 든 동규를 발견하고 밝은미소로 다가가 앉는다. "지영아~ 정말 반갑다~" "그래~ 반갑다~ㅎㅎ" "우리..이게.. 얼마만이지.." "음..10년도 훨씬 넘었지?.." "넌 여전하구나..아직도 그대로네" "ㅎㅎ 야~그런게 어딨니? 나도 많이 늙었지..난 그때 너가 너무 변해서 식당에서 못 알아봤다니까~" "그래? 내가 그렇게 변했냐?" "웅~ 너 예전엔 많이 말랐었는데 지금은 살이 많이 쪘네?.." "그래..예전엔 좀 말랐었지...ㅎㅎ" "지금이 더 보기 좋은데.." "그래?..ㅎㅎ." 그렇게 동규와 지영은 긴긴 세월만에 만난 벅찬가슴을 가라앉히며 서로의 변한모습들을 바라보며 이야길 하고 있었다. "지영아~" "응?" "고맙다.." "고맙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너가 이렇게 변하지 않고 예전모습 그대로 잘 간직해줘서...." "얘가 자꾸 왜그래..너 그만 아부해라" "너 정말 결혼 잘했구나~" "......" "너가 이렇게 변하지않게 해준 네 남편한테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ㅎㅎ" 동규의 씁쓸한 웃음에 지영은 문득 그 예전 마지막으로 만나면서 헤어지던 동규의 그 씁쓸한 웃음을 떠올려 본다. "너도 결혼 꽤~ 일찍 했네?" 지영은 애써 화제를 돌려 이야기를 바꿔본다. "웅" "부인은 어떻게 해서 만났는데?" "ㅎㅎ 그냥....그렇게 만났지뭐.." "그런게 어딨어..그냥이라니.." "웅..술먹고...어떻게 하다보니...그렇게 됐다.." 지영은 알수 있었다. 동규는 술을 워낙에 좋아했었고 주변엔 많은 여자들이 있었다는 걸.. 한번의 실수로 지금의 아내가 임신을 하게 되었고 그래서 원치않는 결혼을 그렇게 일찍 하게 되었다고.. 동규는 그런 엄청난 사실을 애써 아무렇지 않은듯 지영이에게 담담하게 이야길 하고 있었다. 그리곤..동규가 술을 먹고 방황해야만 했던 그 이유가 .. 다름아닌 지영이의 결혼.. 때문이었었다는.. 얘기와 함께..... 그런 사실을 전해 들은 지영은 동규가 그동안 힘들어했을 지난 세월에 대해 그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참담한 심정을 갖는다. 그래서 한때는 이혼을 하려고도 했었다는 그간에 살아 왔던 길고도 긴 동규의 이야기.. 졸업을 하고 서울에 있는 직장을 얻게 되었고, 지금은 가구디자인을 하게 되었다고.. "뜻밖이다..너가 가구 디자이너라는게..ㅎㅎ" 지영이 또 다른이야기로 애써 분위기를 바꿔본다. "그러니.." "야~ 너 예전에 나한테 고시공부한다고 해놓곤.." "내가 그랬냐?ㅋㅋ 난 기억에 없는데?" "어쭈~ 오리발은~ 야!! 너 그리고 내가 올때까지 결혼안하고 기다린다고 해놓고 그새 일년도 안되서 결혼했니? 증말 웃겨..ㅎㅎ" "얌마~ 너가 가니까 나도 따라 갔지~ㅋㅋ" "너가 무슨 갑돌이냐?..하여간 순 엉터리라니깐..하하.." "ㅎㅎ그럼 너 내가 기다리면 돌아오려고나 했었니?" "뭐?? 얘좀봐~ 야 농담도 못하니..하하" 동규와 지영은 그렇게 서로 마주앉아 지난 이야기들을 묵은 앨범 넘기듯 그렇게 천천히 이야길 나누고 있었다. 그러면서 동규와 지영은.. 왠지모를 표현할수 없는 애잔함들이 소리없이 밀려옴을 느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