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규는 그렇게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붐비는 시내거리를 동규는 표정없이 혼자 걸었다.. 너무나 갑작스런 지영의 결혼소식.. 동규는 예상치 못한 그 순간을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었다. 지영이 없는 거리가 이렇게 쓸쓸했던가... 지영을 이토록..사랑했었던가.. 새삼 자신에게 확인하듯 되물어본다. 시내의 플라타나스 나뭇잎들이 발길에 채이고 문득.. 어디선가 들려오는 음악소리가 동규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돌아서~ 눈감으면 잊을까~정든 님~떠나가면 어이해~~ 김현식의 사랑했어요..라는 노래가 흘러 나온다. 마치 노래가사가 동규의 맘을 대변해주는듯 했다. 동규는 잠시 발길을 멈춘채 그 음악에 젖어 한참을 넋빠지듯 그렇게 거리에 서서 듣고 있었다. 한참을 터벅터벅 걸어서 오게 된 곳은 친구 병찬이의 자취방.. 병찬은 동규의 그런 어두운 표정에 놀라 묻는다. "동규야..너 왜그래? 무슨일 있니?얼굴이 왜 그런거야?" "얌마~ 술좀 사줘라~~" 뭔가 안좋은 분위기를 눈치 챈 병찬은 동규에게 알았다며 동규를 방에 급히 앉힌다. "병찬아~" "응 왜??" "지영이가 말야~ " "그래..지영이가 뭐.." "결혼을 한덴다!.." 병찬이도 동규가 지영을 각별하게 생각하고 있는걸 잘 알던터라 병찬이 역시도 지영의 뜻밖의 결혼소식에 동규만큼 놀라한다. "나 지금.. 지영이 보내고 오는 길이야..나 말야 걸어 오다가 김현식노래 듣고..하마터면..울 뻔했다..그 음악이..꼭..내 마음 같았거든.." "그래그래..알았어..내 얼른 나가서 술좀 사가지고 올께..쉬고 있어라" 방에 혼자 남은 동규는 방에 벌렁 누웠다. 아직도 버스에서 손을 흔들던 지영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잠시후 병찬은 술과 김현식 카?V테잎을 사가지고 들어와 누워있는 동규에게 다가와 앉는다.. "동규야..이 음악듣고 이 술 실컷 먹고 지영이 이젠 잊어라.." "하하하..그래..그러자..병찬아~음악 좀 틀어봐라.." 동규와 병찬이는 그날 밤.. 그렇게 음악을 듣고 술을 마시며 취한 목소리로 마구 마구 소리를 질렀다. "야~ 여자가 어디 지영이밖에 없냐? 얌마~ 길거리에 널린게 여자다여자.. 안 그러냐 동규야?" "그~럼..야~ 병찬아 나 말이지..나 좋다고 쫓아 다니는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지..너..너도 잘 알지? 지금이라도 부르면 자다말고 뛰어 올 여자들이 줄 서있다.." "맞아..동규야...그 기집애 잊어버려..그런 얘가 뭐가 좋다고.." "그래 알았다..어차피 나..걔 별로 좋아 하지도 않았어.. 내가 걔하고 그 흔한 키스를 해봤냐..아님 안아 보기라도 했봤냐.. 나 걔하고 오늘..오늘 첨으로 악수하면서 손 잡아봤다?..하하하 웃기지.. 7년만에..첨으로..첨으로.. 손잡았다니깐..하하하.." 그날 밤 동규는 그렇게 소리도 지르고 욕이라도 해서 지영을 잊어야만 했다. 집에 돌아온 지영은 좀전에 동규가 한 말들이 다소 황당했다. 결혼이라니..자기하고 나하고 어떤 사이인데..그런말을.... 지금까지 우린 친구사이로 잘 지내왔었잖아.... 동규가 갑자기 왜 그럴까.. 그래..잠시..외로웠었나보다.... 잠시.. 힘들었었나보다.. 지영은 그렇게..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