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케'라는 카페로 들어갔다.
현민이 머리에서 물방울이 간간히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머릴 감고 있었는지....밝은 빛에 보니 머리에 비누기가 얼핏 보였다.
내 시선이 부담스러운지 현민인 바닥을 보다가 창밖을 보다가 했다.
카페엔 나와 현민이만 들어왔다.
다빈이와 해인인 차안에 있었다.
근 한달 조금 넘어서 보는 현민이였다.
어색했다.
그때 한강에서 그렇게 헤어지고......아무런 변명이나 해명없이 많은 시간이 흘렀다.
나도 현민이도....서로 시선 마주 하기가....말을 꺼내기가...힘들었다.
아까의 그런 대담함은 어디로 갔는지....
시켰던 커피가 거의 다 식을 무렵....현민이 먼저 말을 했다.
"용건은...?날 다시 안볼것처럼 하더니...."
"....미안해....내가 생각이 짧았어..."
겨우 용기가 났다.
"미안하다....훗...."
자조적인 현민이 음성이였다.
가슴 한구석이 떨려왔다.
"끝내려구 나 찾아온거지...?그냥 이대로 안봐도 되는건데....밖에 쟤들이 유난스럽게 굴지...?우리 이제 그만하자....너무 환경이 틀려.."
'쿵'
떨려오던 가슴 하나가 바닥으로 곤두박칠 쳤다.
심장이 심하게 쿵쾅거리고 있었다.
말을 마친 현민이 물기 머금은 머릴 툭툭치며 일어설 기미를 보였다.
"앉자.....너 찾아오느라고 아침도 못먹었어....할얘기 다 끝난것 아냐..."
어디서 이런 용기가 났을까..?
"원래 아침 잘 안먹잖아....새삼스럽게..."
빈정거리는 말투....
한번 숨을 가다듬었다.
"지금와서 뭐라 말하긴 너무 염치 없지만....정말 미안해.....내가 너무 생각없이 굴었어..."
"그런 얘긴 듣고 싶지 않아....더 이상 들을 필요도 없구....여기까지가 우리 인연인것 같아. 잘가 .한세련..."
"정말 그래...?정말 나랑 그만 만나구 싶어...?"
일어서는 현민일 잡기위해 언성을 좀 높였다.
"응...이젠 네가 너무 지긋지긋해.....다신 보고 싶지 않아...이젠 가도 되지...."
짧고 명료했다.
내가 너무 지긋지긋하고......다신 보고싶지 않다구.....?
문을 열고 나가는 현민일 더이상 잡지 못했다.
너무나 차갑게 느껴지는 현민이의 시선이나....말에..
가슴이 꽁꽁 얼어붙었다.
움직일수 없을 만큼.....
내안의 모든 신경세포가 마비가 되어버린 듯....
돌이킬수가 없는걸까...?
참 표현이.....
너무 지긋지긋하다구.....?
그래 , 난 너무 지긋지긋 하지.....
어떡하지....?
여기서 정말 끝난걸까...?
현민일 내가 잊을수 있을까...?
"야.어떻게 된거야......?현민이가 뭐래......?"
앞으로와 앉으며 해인이 물었다.
다빈인 현민이와 갔는지......따라 들어오지 않았다.
"뭐야...너....울지만 말구 얘길 좀 해봐...."
"......"
"세련아....왜그래...? 현민이가 ....헤어지재....?"
끄떡끄떡....
"정말...?정말 ? 서현민이 너보고 헤어지자구 그랬단 말야....?"
"...응....."
눈물이 쉴새없이 흘렀다.
목이메고 가슴이 미어져서 소리가 엉켜있어.....끅끅거리는 소리만 겨우 입을 비집고 나왔다.
설움이 복받쳤다.
현민이가 화가 많이 났을거라는 생각은 했었지만.....
헤어지자는 말을 할줄은 ...생각도 못했다.
언제나 처럼 .....날 이해 해줄줄 알았다.
조금만 화내고.....그냥 다시 만나자고 할줄 알았다.
아니....그런건 아니였다.
너무 쉽게 화를 삭일 거라는 생각은 사실 많이는 하지 않았다.
그저.....어쩜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줄 알았다.
다시 사귀게 될 지도 모른다는 안일한 생각을 가슴 한켠에서 바라고 있었다.
그런데.....결과는 너무 참담했다.
그냥....그만만나자는 말에 고갤 끄덕일걸.....
지긋지긋 하다니.....
다시 가슴에 돌을 맞은 기분이였다.
넋을 잃고 울고만 있는 날 해연인 끌고 나오다 시피 해서 카페을 나왔다.
해연이 차을 탔다.
해연이 어딘가로 차를 몰았지만.....
관심이 없었다.
어디로 가고 있는건지.....
눈이 먹먹해져 오고 있었다.
내안의 모든 물이란 물이 다 눈으로 나오길 작정이라도 한것 같았다.
어디 가서 ......콱 머리 박고 죽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