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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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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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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회]


BY 카모마일 2003-04-23

오전 강의를 모두 마치고 밖으로 나서는데 윤아가 잠깐 보자고 했다.
해연이와 다희에게 잠깐 눈길을 주는 윤아에게 해연이 말했다.

"현민이 얘기라면 같이 듣자.....나도 세련이에게 할말이 있거든..."
"우릴 그냥 친구가 아닌....아주 친한 친구라면 말이지..."
해연이 말에 다희가 그렇게 토를 달았다.

"그게 무슨 소리야....그냥 친구가 아니라니..."
"세련이 너 말야....말안했지만....우리 아주 섭했어....네가 먼저 다가설 때 까지 기다릴려구 했는데.....좀 너무해..."
".....내가 뭘..."
"여기서 이러지 말고...밖으로 나가자..."
뚱해 있는 다흴 먼저 끌고 해연이 현관으로 나갔다.
윤아의 끌림에 나서면서도 가슴속 한가운데가 아렸다.
다희의 말이 자꾸 가슴속을 콕콕 찔러됐다.

겨우 12시를 조금 넘긴 시간인데 해연이 들어간곳은 소주방이였다.
윤아의 난색을 표하는 얼굴을 봤으면서도....해연인 못본척 했다.
오늘 나도 그렇고 윤아도....남은 강의가 있었는데....

매실주을 주문하고 해연이 윤알 봤다.
"네가 먼저 얘기해봐....하고 싶다던 얘기.."
"야...네가 무슨 형사냐..?심문하듯....."
"분위기 흐리지 말고...현민이 요즘 어때...?"

"애가 많이 변한것 같아.....매일 나이트에 술에....파티에...암튼
현규가 어떻게 된거냐구 물어보더라구....난 안지 얼마안돼...세련이에게 아무런 일이 없었는줄 알았어.....너무 티 안내고 있잖아...현구에게 듣고 ....첨엔 사실이 아닐거라구 생각했는데....동창들 만나서 얘기 들어보니까...걔 요즘 많이 거칠어 지고....암튼 평소의 현민이가 아니래..."

모두의 시선이 내게로 왔다.
도대체 현민이가 ...어떤 상황이길래....
가슴이 두근두근 했다.
눈으로 보지 않고 말로만 듣는 얘긴.....날 많이 혼란스럽게 했다.
만나지 않고 있던 그 시간에 현민이가.....정말 그렇게 많이 변했다는건가.....?

"우리도 안지 며칠 안되었어....해연이가 집안 끼리 잘아는 친구의 생일파티에 갔다가 현민일 보게 되었어....첨엔 걔가 아닌줄 알았어...머리도 염색하고....암튼...충격이였어...우리에게도 예전 미팅에서 본날 처럼....아주 냉정하게 대하더라구.....세련이 너랑 무슨일 있냐구 물었지만....냉소로 흘리더라...그후로도 몇번 현민이에 대해서 ..듣고...봤지...걔 ...예전에 어울리던 그 패들하고 다시 어울리나봐.."

그 패들이라니....?
같이 몰려 다니던 친구들....?
아님....?

"너 현민이가 예전에 어떤 애들하고 어울렸는지 모르지...?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은 ....그런 애들하고 함께 했다던데....아는것 있어..?"
다희가 날 떠보듯 물었다.

"친구들 아냐..?전에 본애들....아냐..?"
"거봐 ...쟤 모르잖아..."
해연일 보며 다희가 말한 거였다.

해연이 날 보며 걱정된다는 얼굴을 했다.
속이 바짝바짝 탔다.
내가 모르는 일을 다른애들은 다 알고 있었단 말야....?
도대체 난 현민이의 무얼 보고 있었던 걸까....?

"현민이....알지...?잘나가는 부모밑에서 온갖 해괴한 짓은 다하고 다니는 부류들....돈이면 모두가 다 자기들 발아래에 있다고 자신하며...그것하나 믿고 사는 부류들.....현민이도 다빈이도...인경이.희빈이..그애들 모두가 그런 몇 안되는 상류층이라고 부르는 세게에 속한 아이들 이라는것.....하루에 몇천쯤은 간단히 쓸줄 아는 그런 애들이 제일 하기 쉽고 ...좋아하는게 어떤 놀이일까....?"
"......?"
"...바로 유흥놀이잖아....온갖 나쁜짓을 다하고 다녀도 뒤에서 다 알아서 해주는 든든한 배경도 있고....암튼 현민이 걔가 지금 그런 인간말종들 하고 어울린다는 말야..."

순간 티브이에서 봤던 드라마가 눈앞에 스쳤다.
아주 오래전에 보았던 안재욱이 나오던 드라마 였는데...
재벌 2세들이 벌이는 술파티인가.....아냐...마약파티였나...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런건 티브이에서나....영화에서만 나오는 얘긴줄 알았는데....

"너 우리에게 너무 했단 생각은 안들었어....?"
다희의 말에 정신이 들었다.
그런 날보며 해연인 기막혀 하며 혀을 찼다.

"대학와서 너하고 알게되었지만.....그래도 우린 너랑 아주 가까운 친구라고 생각했는데....넌 전혀 아니였나 봐...?"
"그게 무슨소리야....난 한번도 그런생각 해본적 없어...."
".....근데....무슨 일이 생겨도 우린 너한테 모두 얘기하고 ...같이
상담해주는데....넌 아니잖아...이일 뿐만 아니라...암튼 너 아주 괘씸해...."

쌓인게 많았는지 다희가 날을 잡은것 마냥....난리였다.
나중에 다 해결되면 그때가서 얘길 해주려고 했었는데...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나 보다.

"지금부터라도 네 속을 털어놓으면 용서해줄수 있어...이번이 첨이니까....어떻게 된거야...?정말 현민이랑 무슨일 있는거야...?요즘 둘이 통 만나는것 같진 않던데..."
"....내가 바보같아서 ....난 일이 이렇게 까지 갈줄 몰랐어...."
"어떻게 바보같았냐구....그걸 말해야....우리가 도와줄수 있을것 아냐....."

셋의 시선이 모두 내게 집중되어 있었다.
난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동안의 일을 얘기했다.
얘기 끝에 갑자기 해연이 손바닥으로 내 등을 세게 쳤다.
눈물이 핑 돌만큼 ...맵게...

"정말....너라는 인간....어휴..."
답답하다는 모션을 취하며 해연이 자기 가슴을 쳤다.
윤아나 다흰 좀 가라앉은 분위기인데....해연이 혼자 너무 오버하는 것 같았다.
내 그런 시선을 느꼈느지....
해연이 자작으로 술을 연거푸 세잔이나 마셨다.
다혈질 정해연이라는 말이 퍼뜩 떠올랐다.
윤아가 막지 않았다면....아마 해연인 계속 원샷을 하며 술병을
다 비워 냈을거다.

"너....좀 그런쪽으로는 답답하리 만치 결백증 있다는건 알았지만...이정도인줄은 몰랐어....더구나 혼자 흥분해서는...어린애 마냥...연락끊고....너혼자 정리되면 모든일이 다 끝나는 것처럼....보기엔
야무지고 똑똑한줄 알았더니....뭐니...너 아주 생각없는 어린애 처럼.....좀 그렇다."
다희의 말에 난 아무말도 반박할 수 없었다.
윤아나 해연이도 다희의 동감을 하는것 같았다.

"어떻게 그런일로....더구나 현민이에게 한번이라도 변명할 시간이라도 줘야지....현민이도 아주 많이 답답했나 보다 그런 극약 처방으로
널 각인 시키려고 한걸 보면..."
"그러게.....난 한달안에 현민이가 세련이 넘어뜨릴 줄 알았는데...그 손빠른 서현민이 어떻게 석닥을 넘기면서 겨우 키스 한번일줄은 정말 ...생각도 못했어...."
"현민이가 많이 참은거지...사실 현민이 뿐만 아니라 요즘 남자애들이 어디 석달까지 기다려 주기는 하니....석달까지 갔다간 벌써 쫑나지....빨리 만나고 빨리 헤어지고...그게 왜 그러겠어...?그만큼 참을성이 없고 실증이 빠르다는 말이지..."
"맞아....한세련 같은앤 100명중 한명일꺼란 말과도 일맥상통하지...더구나 서현민 정도면 애들이 서로 주겠다고 덤비기 까지 하는데...사실 말이 나왔으니까 하는 말이지만 ...한세련 얘 뭐 볼것 있니...?얼굴 좀 이쁜거하고....가끔 귀여운짓 하는것 빼면....볼것도 없잖아..?난 아직도 이해가 안가...왜 현민이가 나같은 킹칼두고...이렇게 고디타분한 한세련일 택했는지...나랑 사겼으면...지금쯤 한창 재미나게 있을텐데.."
"..너랑 사겼으면 벌써 쫑났지....너 머리에서 깡통굴러가는 소리 걔가 얼마나 참겠냐...?"

지들끼리 주고 받더니 마지막 해연이 말에 다희가 약하게 주먹을 날리면서 얘기가 끝났다.
셋이 주거니 받거니 하더니 술에 약한 윤안 벌써 떨어져 나갔다.
내겐 한잔도 안주고.....

소주방에서 나서며 해연이 말했다.

"네가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는 모르겠지만....일단은 현민일 만나...이렇게 끝내는건 비겁해....끝을 내도 만나서 하란 말이지..."
"...그래...현민이....걔...정말 놓치면 너 많이 후회 할꺼야...걔처럼 괜찮은 남자애 요즘 보기 드물어..."
다희의 말에 술취해 몸을 못가누는 윤아도 끄덕였다.

셋과 헤어져 오는 길에 현민이에게 만나자는 문자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