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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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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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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회]


BY 카모마일 2003-04-12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계속 누워만 있었다.
눈을 감고 있어도 잠이 오지 않더니....그새 잠깐 잠이 들었나보다.

밖에서 누군가 아까 부터 계속 벨을 누르고 있었다.
반응없음 그냥 갈일이지.....
몇번쯤 버티다가 하는수 없이 일어섰다.
신경끈을 자극시키는 벨소리에 항복이였다.

"야 너 뭐하는거야.....?집에 있으면서.....?"
잔뜩 흥분한 해연이였다.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뜬금없이 나타나서는....

"시원한 물있지...?"
성큼 안으로 들어와서 곧장 주방으로 향했다.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한컵 들이키는 해연일 보면서 난
의아해 하고 있었다.
쟤가 오늘 왜 저런거야......?
온다는 연락도 없이.....하긴 핸폰이 꺼져 있으니....
집전화 번호는 모르고 있었다.

"에어콘좀 틀어봐....밖에서 얼마나 서 있었는지 아냐....?"
".....근데....웬일이야...?"
"웬일...?갑자기 현민이 한테서 전화가 왔어....너 아주 많이
아픈것 같은데 자기가 가보긴 뭐하다면서 나보고 대신 가보라구...
오늘 우리 외할머니 생신인데...거기 있다가 온거야...얼마나
다급하게 말하는지....난 네가 죽을 병에라도 걸린줄 알았단 말야...
전화는 안봤지....달려와서 문 두드리고 벨 누르고....정말
무슨 큰일이라도 난줄 알았단 말야...기집애야..."

정말....
웃으면 안되는데....베시시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에어콘 리모콘을 찾아 누르는데 해연이 말렸다.

"너 감기 들었다벼...?아깐 밖에서 너무 서 있어서 더웠는데...
이제 괜찮아....그냥 둬...."
"아냐...좀 덥다..."
"창문 열지뭐....근데...진짜 어디 많이 아파뵌다....병원은
다녀왔어...?"
"아픈거 아냐...그냥...몸이 좀 않좋아서 그래...."
"...다희랑 어제 쇼핑 잘 했다면서.....어젠 멀쩡하더니...왜...?"

"그냥...자고 일어나니까....잠을 잘 못잔나봐...."
얼버무리듯이 말하는 내가 개운치 않은지....
해연이 뭔가 의심스럽다는 얼굴이였다.

"너 어제 다희에게 현민이에 대해서 들었다며...?"
".......?"
"어제 저녁에 다희에게 대충 얘길 들었어....장희빈인가 걔
한테서 만나자는 전화받았다며...현민이네가 어느 정도 집안인지
너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며...?다희 말론 네가 꽤 충격을
받은것 같다고 하던데...너 아픈것....그런거 아냐...?"

족집게 도사 처럼...
어쩜 저렇게 잘 도 집어내는지.....

"희빈인가 하는 애는 걱정마....나랑 다희가 너 지켜준다고 했지..?
그런 부류들 청소하는건 우리 전문이니까....걱정할 것 없고...
현민이에 대해서도 말하자면 아무런 걱정하지 않아도 돼...."
"........"
"현민이네 부모님하고...우리 작은 아버지하고 대학동기시거든....
전에 잠깐 물어보니까...그 집안 괜찮은 집안 이라고 하시더라...
집안이나....재력같은거 안본데...현민이 큰 형수도....평범한 집안
이래....사람 됨됨이을 본다고 하더라구....더구나 현민이넨...사실
그렇게 큰 재벌은 아니거든....혼자 신파극 쓰고 상상하고 그랬지..?"

해연이의 말이 정말 일까...?
거짓말은 아닌것 같긴 하지만.....
언제 저렇게 많은걸 알고 있었던 걸까....?
전에 다희에게 얼핏 들은얘기론....
해연이도 준 재벌정도 된다고 했다.
국내의 유명한 정유재벌이라고 했다.
별로 티 안내고 다녀서 그렇지...꽤 많이 잘산다고 들었다.

다희가 해연일 쫓아 비슷한 층의 얘들 끼리 모이는 사교 클럽에
몇번 다녀봤는데...거기 애들은 정말이지 상상을 초월한다고 했다.
나와 윤아가 호기심을 보이면서 들었던 얘기였다.
우리처럼 대학 진학후 졸업시즌이 되면 취직을 염두해 하며 사는데
급급해 마지 않는 부류가 있는가 하면....부모가 닦아논 길을 순탄하게 밟고 지나가는 부류가 있다고....그애들은 어느 정도 나이가
차면 주변에서 알아서들 해준다고...지금은 어리니....한창 놀 때라구...그 노는게...우리가 생각지도 못하는 놀이라는게 ...이상할 뿐이라고 다희가 혀을 차면서 말했다.

그런 모임에 가고 싶어하지 않는 해연이지만 집안의 강요에 못이겨서
가끔 얼굴을 내민다고 했다.
집안과 집안끼리의 만남....
해연인 그중에서 배우자를 만나야 하니까....
사랑없는 결혼보다야....낫다고들 하는 모임...
운좋게 괜찮은 남자가 걸릴수도 있으니....
아들 둘에 딸하나인 집안의 막둥이 이지만...어른들의 무언의
강요는 이기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학기초에 속물인줄 알았던 해연이 였는데...
생각보다 속이 깊고....착했다.
그리고 자기 앞날에 대해서 빨리 결정을 내린점도 높이 살만하구...
야무지고...자기 앞가림은 확실한 애였다.

그날은 해연이 와서 아침부터 아무것도 안먹은 날 위해 밥도
해주고 국도 끓여주고 갔다.
더이상 이상한 상상하면서 궁상떨지 말라는 엄포를 놓구 갔다.

정말 웃겼다.
난 아주 심각하고 ....절망적이였는데....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혼자만의 시간이 너무 많아서 인가...?
어릴때부터 엄마가 없는 빈집에서 혼자있으면서 이것저것
공상도 많이 하고...그게 병처럼 습관이 되어 버렸나 보다...

가만히 방바닥에 누워 있으면 몸이 땅속 깊숙히 파고 들어가는
것처럼 느껴질때가 있다.
아주 컴컴하고 차가운 바다 밑으로 가라 앉는 기분.....
이거 ...우울증 증세 초기 현상 아냐....?
순간....겁이 나기도 하고....점점 더 가라앉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저녁때 현민이에게 전화했다.
하루종일 연락 없으면 걱정을 할 것 같기에....
어쩜 해연이에게 내 상태에 대해서 들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내가 직접 전화해 주는게 나을것 같았다.

"아픈건 아니라며...?이젠...좀 괜찮아...?"
잠을 잘못자서 기분이 저조한거라구 해연이 말했다 보다....

"오늘 내 심정이 어땠는지 너 알아....?너....앞으로도 또 이러면
알지...100살 까지 살 내 명줄이 10년쯤 줄어든것만 알아둬..."
"겨우 10년...?"
"겨우 10년...?.....농담할 기운이 있는것 보니까....많이 나았나 보네....나올수 있어...저녁전이면 만나서 먹자...얼굴봐야 안심이
될것 같거든...."

첨엔 거절할까 했는데...
그럼 너무 미안하구...
나도 현민이가 보고 싶었다.

집근처 일식집에서 만나기로 했다.
낮에 해연이 해준 죽 같은 밥을 먹어 괜찮다고 했는데도...
현민이 전복죽을 사준다고 해서 일식집에서 만나기로 했다.
정말 헤프닝도 이런 헤프닝은 없을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