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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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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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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회]


BY 카모마일 2003-04-11

다희와 헤어져 오면서 맘이 착잡했다.
현민이가 성현병원집 아들이라니...
입학하자 마자 좋은 차를 몰고 다닐기에 좀 사는 집안인줄만
알았지....그렇게 커다란 병원...아니 기업형 병원을 가진
준 재벌이였다니....
한번도 생각을 해보지 못한 일이였다.
내 주위에 그런 애들은 지금껏 없었기에....
그런건 티브이나 소설책에만 나오는 그런 얘기들인줄 알았다.
우물안 개구리처럼...내가 속해 있는 세상만이 전부인줄 알고
살아온 나의 속좁은 견해며....안일한 생각이 왜 이리 갑자기
커다란 좌절로 다가오는건지....

순간 엄마가 떠올랐다.
엄마가 아빠네 집안에서 인정받지 못했던 점...
외할머니의 사생아....
그래서 였다고 했는데...
나도 그 비슷하지 않나....
사생아 까진 아니더라도....친가에서 내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 보면...나도 엄마와 비슷하지 않나....?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한꺼번에 많은 생각이 작은 내 머리속을 헤집고 다녔다.
현민이와 내가 처해 있는 상황.....
가슴이 답답해서 금방이라도 터져 피를 흘릴것만 같았다.

아직 어리니까...
미래의 일은 알 수 없는 거니까...
그냥 지금은 이대로 물흐르듯이 흘러가게 둘까....?
벌써 부터 미리 겁먹고...뒷걸음 치는건 ....좀 비겁하지 않을까..?
아니지....괜히...맘 줬다가....상처 입는것 아냐..?
다희 얘기 들어보면....
속칭 재벌이라고 부르는 집안의 애들은 돈을 무슨 휴지조각
쓰듯이 펑펑 쓴다던데....
그 돈의 쓰임새가 거의 유흥비로 나간다고 하던데....
연애 따로 결혼 따로...그런 공식이 정해져 있다고 들었다.

설마...현민이가...?
아냐...아닐 거야...
걔가 재미로 날 사귀는 그런건 아닐꺼야...
날 대하는 그애의 행동이며...눈빛...그건 모두 진심이야...
현민이가 날 얼마나 잘 챙겨주고 배려해주는데...
이런 생각하는 것 조차....그애에게 심한 짓을 하는걸꺼야....

그런면서도 왜 이리 불안한건지....

커피를 연거푸 석잔을 마셔서 인가...
잠이 오지 않았다.
벌서 새벽3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어렴픗이 밝아오는 여명이 희미하게 보였다.

불안했다.
앞으로의 일을 생각만 해도....
아직 어리고 시작 단계인데....
드라마를 잘 보지도 않으면서....
집안의 반대에 결국 무릎꿇고 마는 .....
아니지....거의 집안의 반대를 다 이기나...?
암튼..현실은 드라마완 다를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새벽을 보내고 아침을 맞았다.
밥상머리에서 멍하니 앉아 있는 날 엄만 이상하다는 얼굴로 봤다.

"너 뭐해...? 밥안먹고...."
힘없이 손동작만 하고 있는 내게 엄마가 물었다.

이미 다 식어 버린 국을 냄비에 다시 붓고 새로 퍼주었다.

"어디아파...?"
이마위에 손까지 얹어보이는 엄마였다.

괜히....
갑자기....
눈물이났다.

"너 왜그래....?열은 없는것 같은데....감기거린거야..?"
옆으로 다가서며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는 엄마였다.
얼굴을 들어 자기쪽으로 향하게 하는 엄마의 손을 뿌리쳤다.

"아냐....어제 읽었던 책이....너무 슬퍼서그래..."
"뭐...? 기집애가 진짜 아침부터 사람 놀래키고 ..."
엄마의 눈 흘김에 어설픈 내연극이 통함을 보았다.
도저히 밥먹을 기분이 아니여서 그냥 일어섰다.

"저녁에 가게로 나와....엄마랑 밖에서 외식하자...맛있는것
살줄께....쇼핑도 좀 하구...."
"통과....약속있어..."
"요즘 매일 나다니면서.....엄마하고도 좀 놀아줘....."

개콘에 나오는 땅그지 멘트의 엄말 보며....
웃음이 나오진 않았다.
가볍게 마주보고 웃어 줄 수도 있었는데....
오늘은 그것도 쉽지가 않았다.


"나와....잠깐 보자.."
오후 2시쯤 현민이에게 전화가 왔다.
하루종일 침울하게 보냈다.
한마디도 않고 지냈더니....입에서 단내가 났다.
진짜 어디 아픈사람마냥....몸에 힘도 없구...
움직이기도 싫었다.

"듣고 있어...?연극보게 나오라구...."
"오늘은 그냥 있을래.....컨디션이 안좋아....."
"어제..다희랑 얼마나 돌아다녔길래 그래...?설마 나이트 간건
아니겠지...?"
".....아냐...그냥....몸살기운이 있나봐....담에 내가 전화할께.."
"담에..?내일이 아니구...?"
".....다음에.....몸살기운이 강해서 며칠 갈것같거든....미안..."
"지금 나와 같이 병원가게....얼마나 아픈지 좀 보자..."
"....많이 아프진 않아....병원 다녀왔구....약도 먹었어...좀
쉬면 낳을거야....힘들어서 이젠 끊어야 겠다....담에 봐..."
"....집에 어머님 안계시지..?잠깐 들르면 안될까...?너 목소리
들어보니까...많이 않좋은것 같은데...."
"....알았어....내일 전화 할께...이젠 됐지...?"

"야...그게 아니잖아....전화야 아무때나 해도 되는거구...네가
얼마나 아픈지 보고싶다구....옆에 아무도 없음 더 힘들거 아냐...
안그래도 비쩍 말라서 휘청거리는데....내가 지금 갈께...."
"괜찮다잖아....아픈데 자꾸 말시키지 말구....끊어..."

일방적으로 전활 끊었다.
만나오면서 이런일 한번도 없었는데....
아마 현민이 많이 놀라고 당황해 하고 있을꺼다...
이러고 싶진 않았지만....
생각에 생각을 죽도록 했더니....
정말 머리가 터질것 같았다.
아무것도 먹지 않고 종일 누워 있었더니....
온몸에 멍울이라도 맺힌 것처럼 .....
몸살 기운이 느껴졌다.

내가 걱정되서 온다는 앨....
야멸차게 내치고....
현민이에게 미안한 맘이 들었지만....
지금은 정말 만나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