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쯤 켜놓았던 핸폰이 울렸다.
카르멘의 매혹적인 선율이 방안가득 울렸다.
벨 소리를 최대업으로 해놓은 덕이였다.
"한시간 뒤에 집앞에서 보자.....그리고..."
"....."
"...다빈이랑 같이 있거든....녀석이 자기도 같이 가자고
하는데....곤란하면...관두고..."
"이 시간에 어떻게 둘이 같이 있는거야...?"
반갑지 않은 이름이였다.
"어제 저녁에 집으로 왔어....어떡할까...?싫으면 돌려 보내고.."
"....난 뭐...별로...그럼 나도 같이갈 친구하나 부를까..?"
"이런 새벽에 연락가능한 사람 있어...?"
"....해연이..걔랑은 이런 새벽에 통화가 가능하거든...."
"....어떻게...?"
"걔...영어 새벽반 다니거든....암튼 통화되면 다시 연락할께.."
"그래 그럼..."
내년까지만 여기서 마치고 호주로 유학을 가는 해인인
열심이 였다.
방송기자를 꿈꾸는 사람처럼.....우리들중 학과공부에 아주
열심이였다.
노는 것도 잘하고....공부도 잘하고....자기 관리가 확실한
타입이였다.
다빈이란 이름에 기분이 좀 상했다.
현민이와 다빈인 내가 알고 있는것 보다 더 오래된 친구였다.
현민이가 가장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안다빈이라는 건
얼마전에 알게 되었다.
나랑 만나면서 내가 다빈이에 대해 안좋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것을 안 현민인 내게 다빈이에 대해서 말이 없었다.
윤아를 통해서 둘이 가장 친한친구라는걸 알고 난 좀 놀랐지만....
학원 시간이 7시여서 인지 해인이 전화를 좀 늦게 받았다.
이른 시간이라 집 전화로 하기가 망설여 져서 핸폰으로 했는데...
꺼져 있음 어쩌나 했는데...의외로 신호음이 들려 다행이다란
마음이 들었다.
"무슨일인데....?다희가 무슨 사고라도 쳤어...?"
뜬근없이 새벽에 전화한 내가 이상하다는 말투였다.
자긴 아무때나 전화 잘하면서...
"나 한시간 뒤에 바다 갈껀데....같이 가자..."
"바다...? 지금...?"
"응...강릉쪽으로....현민이와 다빈이.....갈꺼지...?"
"현민이와 다빈이...?안다빈 말야..?"
"응...갈거라고 말해 빨리...."
"야...너 나랑 다빈이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이제 아무런 감정 없다며...?친구처럼 지내면 되잖아...?"
"....사랑에 눈이 멀더니...친구의 불행이 아무렇지도 않다
그거지 너 ..."
"같이 가자....오늘 올거야....넌 그냥 몸만 오면돼.....알았지..?"
계속 가야한다는 내 말에 해인인 몇번 더 실랑이를 벌이다 말도
안되는 내 억지에 알았다고 했다.
내켜하지 않는 해인일 억지로 끌고 가는 내가 우스웠지만....
둘 사이에 끼어서 가기는 더 싫었다.
그렇다고 가겠다는 다빈일 억지로 떨궈내는 것도 ....내키지 않구...
현민이에게 해인이가 가겠다는 얘길 해주었다.
먼저 날 태우고 해인일 태우러 가기로했다.
해인이가 같이 간다는 말에 다빈인 아무렇지 않다고 했단다.
갠 정말 아무런 생각이 없는애 같다.....
인물이 아깝다는 말이 순간 나왔다.
6시가 좀 못미쳐서 현민이 차가 왔다.
안에 있던 다빈이 내게 조수석을 내주었다.
머리가 좀 많이 길었다.
원빈 스타일의 모습....
연예계로 나가도 될것 같은 모습이였다.
무슨 않좋은 일이 있었는지....한참만에 본 다빈인
예전과는 좀 많이 달라져 보였다.
살도 좀 빠진것 같고.....첨 봤을때의 맑고 빛나 보이던 눈빛이
아니였다.
무슨 아픔을 겪은것 같은 얼굴....
매번 가볍게 만 느껴졌던 사람이였는데...
내게 웃음한번 지어보이곤 시선을 돌리는 다빈인....뭔가가
첨 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해인인 화장기 없는 얼굴로 집앞에 나와 있었다.
학기초완 달리 이젠 다희도 그렇고 해연이도....진한 화장을
하지않았다.
내가 물들줄 알았는데...둘이 날 닮아가고 있었다.
얼마전에 한 매직파마로 머리가 찰랑찰랑 거리는 해인인
피부 미인답게....이른 아침인데도 예뻤다.
현민이에게 반갑게 인사하고 다빈이에게도 어색하지 않게
미소를 띄어 보냈다.
다빈이랑 둘이 앉기가 불편할 것 같아 내가 자릴 바꾸려 하자
해인이 괜찮다고 했다.
해인이 건네준 이사오사사키의 음반....
피아노 선율이 차안가득 울렸다.
바로 앞에 파란색의 바다가 펼쳐지는 느낌이 들었다.
뉴에이지 음악을 좋아하는 해인이였다.
"누구거야...?듣기 아주 좋은데...?"
만나고나서 첨으로 입을 여는 다빈이였다.
목소리에도 무게가 담겨져 있었다.
정말 안다빈 맞아...?
"뉴에이지 음악가 사사키야.....숲에 들어가는 느낌이 전해지지..?
이런 시간에 들으면 머리가 깨끗하게 정화되는 기분이들거든.."
"정말 그러네....너랑 은 좀 안어울리지만....음악은 좋네.."
"숲에 갑자기 까마귀 떼가 울며 지나가는 기분이 드는건 왜 일까..?"
둘의 대화에 웃음이 일었다.
몇달의 공백기간이 있었는데....마치 어제 만났다 헤어진 친구처럼..
자연스러운 분위기였다.
아침에 준비한 따뜻한 허브차를 모두에게 권했다.
여름이긴 하지만...
이른 아침에 마시는 따뜻한 차가 괜찮을 거라고 엄마가 준비해줬다.
빈속이라서...커피보단 나을 거라고...
가는 동안 내내 음악에 심취해서 갔다.
중간에 현민와 다빈이가 운전을 바꿨다.
앞쪽으로 자릴 옮기라고 하자 해인이가 싫다면 심술을 부려
웃음이 났다.
둘이 아침부터 너무 끈적거린다며....우리가 같이 붙어있는것
더는 못 보겠다며 장난이였다.
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는 해변은 정말 좋았다.
썬루푸을 통해서 머리위로 들어오는 바람...짠 바다향기...
넓게 펼쳐진 모래사장하며....하얗게 물보라를 일으키며
바다를 수놓고 있는...파도...
아침을 생략하고 한번도 쉬지 않고 달린 보람이 있었다.
주문진 항에 차를 파킹하고 아침을 먹으러 근처의 한식당으로 갔다.
평일이여서 인지 인적이 드물었다.
아침겸 점심이였다.
식당을 보니 갑자기 우린 모두 시장기가 밀려왔다.
잘차려진 한정식....
벙어리 가족마냥....한마디의 말도 없이 식사만 했다.
그모습이 왜 이렇게 웃긴지.....
커피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바다 바람은 시원했다.
가지고온 얇은 가디건을 걸쳤다.
썬그라스를 쓰고 챙 모자까지 쓰는 해인일 지켜보던 다빈이 갑자기
픽 하고 바람 소릴 냈다.
해인이 금방....반응을 보였다.
"너 말야....지금보니까...상당히 매력있다....화장기 없는
얼굴말야....정말 이뻐..."
순간 달아오른 해연이 얼굴...
하지만 해연이 금방 얼굴색을 바꾸며 내게 말했다.
"야 밥에 혹시 독 든것 아냐...?아님..뇌를 혼란시키는 화학물질이
들었던가...?니들은 괜찮아 보이는데...?"
"ㅎㅎㅎㅎㅎ....ㅋㅋㅋㅋ"
우리의 웃음에 다빈인 멋적어 했다.
고갤 돌리며 바다 쪽으로 향하는 다빈이에게서 왠지 슬픔같은게
느껴졌다.
왜 일까...?
정말 그동안 다빈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