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게 펼쳐진 허브 공원은 정말 맘에 들었다.
사슴농장도 있고....거긴 사슴의 분뇨로 냄새가 좀 났다.
멀찍이 서서 봤는데....사슴의 눈이 정말 예뻤다.
물기가 촉촉히 맺혀있는게 한없이 보고 있으면 그속에
빠져 버릴것 같은 흡인력이 있었다.
허브로 만든 모닝빵과 잼을 시식할수 있게 해 놓은곳이 있었다.
딸기잼과 사과잼...시중에서 파는 것보다 좀 묽었는데...
향이 독특해 두개 샀다.
현민 계산하려는걸 말리고 내가 했다.
만날때마다 매번 돈을 많이 쓰는것 같아 그전부터 신경이 쓰였다.
현민이가 말한 허브커피는 정말 쌉쌀한맛이였다.
첨엔 좀 달다 싶게 달콤했는데....목으로 넘어가면서 특유의
민트향이 느껴지며 목이 싸아 했다.
아주 조금이였는데....여운이 길게 남았다.
과립으로 만들어져 있었는데....비오는 날이나 날씨가 꿀꿀할 때
먹으면 좋을것 같았다.
복숭아 과립 차도 있어서 허브커피와 함께 구입했다.
현민이가 다른데를 보고 있는 사이 계산했다.
여기서 그만 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출혈이 컸다.
방향제와 입욕제 파는 곳에서 현민이 방에다 걸어두라며
인형허브 방향제를 선물했다.
두마리의 양인형 이였는데...
연하게 향이 났다.
허브잎을 말려서 넣은 거라 했다.
머리맡에 두고 자면 잠이 잘온다고 했다.
담에 엄마와 꼭 한번 와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있음 엄마 생일인데....그때 올까...?
현민이에게 오는 길을 물어봐야 겠다.
식당에서 이른 저녁을 먹었다.
예쁘게 장식이 되어져 있었다.
팬션하우스도 있고....연인이나 가족끼리 와서 하루정도
묵어 가기에 참 좋은 곳 같았다.
테라스에서 밤 하늘을 보면 별이 가깝게 보일것 같았다.
환상적인 밤이 될것 같았다.
"나중에 한번 다시 올까....?누나가 결혼기념일에 매형이랑
와서 묵고 갔는데....좋다고 하더라....외국의 근사한 호텔보다
더....근사하다고 하던데..."
"정말 그럴것 같다...하루 와서 그냥 가긴 좀 아쉽다....너무
오래 있긴 그렇지만...하루 정도는 ....밤에 특히 더 아름다울것
같아....가로등도 별로 없어 별이 가깝게 보일것 같구....바람에
허브 향이 실려 올것같지 않아...?"
"한편의 시을 읊어라....정말 담에 좋은날 잡아서 한번 올까..?"
"우리둘이...?"
"우리둘이...?말끝은 왜 올리는데....?"
눈을 내리는 날 보며 현민이 작게 웃었다.
"남자랑 여자가 만나면....꼭 스킨쉽을 해야한다는 강박관념 버려...
스킨쉽은 자연스러운거야....마음 흐르는데로 그냥 물흐르듯이
내버려둬....이유같은것 달지 말고....알았어...?"
"누가 뭐래...?"
괜히 멋적어 졌다.
날 보고 쿡쿡 웃으며 현민이 말했다.
"사실 오늘 너 무지 예뻐...평소 너보면 매일 청바지에 티...
거의 변화가 없잖아....같이 다니는 해연이나 다희는 화장한
얼굴에 명품족인데....그속에서 꿋꿋이 버티는것 보면...좀
무디다고 생각했었는데...."
"너도 걔들처럼 그렇게 꾸미는 여자가 예쁘지...?"
"싫진 않지....사실 아무렇지도 않게 무심한듯 하고다니는
여자들 보단...지나치지만 않다면 ...자신을 꾸밀줄 아는
여자가 좋지....긴장하고 산다는 증거잖아..."
"말이 좀 거슬린다...그럼 난 뭐 푹 퍼져 있는 아줌마란 말야..?"
"너 아줌마들에게 그런 소리해봐 돌맞지....요즘 아줌마가
어딨냐....?미시라고 하지...더구나 할머니들도 얼마나 멋쟁이
들이 많은데....나태해져 보이는 삶은 사실 좀 재미 없잖아...?"
가슴 한구석이 콕 찔렸다.
평소의 대는데로 살자가 신조인양...
귀찮은 일은 절대 하지 않으려는 내가 벌거벗은체 서있는것 같았다.
"평소의 모습도 싫진 않지만 ....스킨쉽이 맘에 걸린다면...
앞으로 나 만나러 올땐...이런 차림은 피해줘...."
"....?"
"지금 내 맘은 널 아무도 없는 곳에 가둬두고 나 혼자만
보고 싶으니까....내 가슴속에 꼭꼭 넣어 두고 싶다구...지금
널 만지고 싶은걸 무지 참고 있다는 것만 알라구..."
가슴속에서 불꽃이 펑 하며 터졌다.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며 후식을 주문하는 현민인...
그래도 멋적은지 내게서 시선을 피해 창밖을 보고 있었다.
나 또한 어찌할 바를 몰라 하고 있었다.
직격탄을 맞은 사람마냥....우린 둘다 말이 없었다.
역시 .....이러고 나오지 말아야 겠어...
옷 사서 입어봤을때...사실 내 맘에도 너무 들었다.
색상도 디자인도....예쁜 모습을 보여 주고 싶은 맘이 너무 커서..
맨날 청바지에 티만 입은 모습만 보여줘서....사실 오늘은..
내 딴엔 신경을 쓰고 나온건데...그게 너무 과했나 보다.
어쩐지 차에서도 ....밖으로 나와서도 내 시선을 자꾸 피하더라니...
지금 무지 참고 있다고....?
커피까지만 마시고 나섰다.
한 6시를 이미 반쯤 넘어서고 있었다.
휴일이라서 들어가는 차가 많을거라고 했다.
길에서 버리는 시간이 좀 될거라는 얘기도 했다.
좀 늦을 것 같으니까 집에다 전화넣으라는 얘기까지..
잘 챙겨주는 남자친구 였다.
오태호의 기억속의 멜로디가 차안에 흘렀다.
이오공감이라는 시디였다.
"나 이승환 팬이거든...어린왕자라는 닉 네임도 맘에 들고...
목소리가 맑잖아....?자주 듣게 될거야..."
"나두 이승환 좋아해....첫미팅의 여운을 노래한 좋은날 같은 곡은
재미있잖아...텅빈 마음도 좋고..."
"내가 그랬잖아..너하군 감성이 잘 맞는다구...넌 그런 생각 한번도
한적 없지.....?"
"무슨생각...?"
"나에 대해서 말야....관심이 없는것 같진 않은데...다가서려면
거릴 두고....좀 이상했거든..."
"....그땐...나도 너랑 희빈이랑 사귀는 사인줄 알았거든...임자
있는 사람 ...맘줘서 뭐하게....취미없어...."
"....심성이 착하네.....?요즘은 골키퍼 있어도 골 한번 넣어보고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풍토인데..."
"....양심적인게 좋잖아...?더구나 괜찮은 남자가 얼마나 많은데..."
약간 인상을 써보이는 현민일 보며 웃었다.
개구장이 같은 표정이 웃음이 나오게 만들었다.
기분좋은 저녁이였다.
차안에 선루프까지 있었는데....
머리위로 불어오는 바람이 상쾌했다.
차가 막혀....한줄로 길게 늘어서 있었지만...
지루하지도 짜증이 나지도 않았다.
영원히 계속되어도 즐거울것 같은 ....그런 기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