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묘했다.
둘이 사귀는 사이라니...?
어쩜 희빈이 혼자만의 생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예전부터 희빈인 현민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엔 관심도 없어했다.
그저 자기 생각이 그러면 다른사람도 그럴것이라는 독단적인
아주 유아적이였다.
가끔 현민이 아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것도 모르고..
둘은 어릴때부터 친구였다고 들었다.
같은 유치원서부터....
지금의 대학까지.....질긴 인연이였다.
피자헛에서 먼저 나왔다.
몇조각 먹지도 않았는데....희빈이의 시선탓에 체할것 같다며
다희가 나가자고 했다.
정말 그랬다.
아예 우리쪽으로 의자까지 돌려놓고 앉아 있는 희빈이였다.
어쩜...저런 유치찬란한 행동을 할수 있는건지...
마치 3살짜리 아이처럼...
자기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저런짓을....당연하다는 듯이 하다니...
같이 있는 셋이 아주 곤혹스러워 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녁에 정말 현민이로부터 폰이 왔다.
다희와 헤어져 집으로가는 버스에서 였다.
"어딘데...?아직 다희랑 같이 있는거야...?"
"아냐....집에 가는 중이야..."
"여기 강남역인데....넌 어디쯤이야...?"
"오늘은 만나고 싶지 않아....담에 봐..."
"....그럴래...?"
"응....좀 피곤하거든...."
"피곤한건 몸이고....날 보기싫은건 머리잖아...?"
"말장난할 기분아냐....희빈인 ...?"
"인경이랑 갔어..."
"다빈이 여자친구가 인경이야...?"
"응...다빈이가 상당히 피곤해 하지...."
자조적으로 말하는 현민이였다.
마치 ....희빈이도 자길 상당히 피곤하게 만든다는 투였다.
왠지 쓴 웃음이 나왔다.
통화를 끝내고 버스에서 내렸다.
가슴 한구석이 허 했다.
무언가가 모두 빠져나가버려....공허한 느낌....
정말....현민인 어떤 사람인걸까...?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걸까...?
친구이상의 감정은 느끼고 있는것 같은데...
쉽게 다가서지 않고....늘 어느정도의 거리로만....날 대하고 있다.
하긴....내가 자꾸 뒤로 빼니까 그런거겠지....
왜 자꾸 입가에 쓴웃음만 나오는지...
마치 쓸개라도 문듯이.....입안이 아주 썼다.
일요일 오전 이였다.
모처럼 서연이 집으로 오겠다고했다.
우린 둘다 해물파전을 좋아했다.
서연이 자기가 다 준비를 해서 오겠다고 했다.
2시쯤 오겠다고 해서.....오랫만에 늦잠을 잤다.
일어나니 10시를 조금 넘어서고 있었다.
거실에서 엄마가 꽃꼿이를 하고 있었다.
매일 아침에나 볼수 있었던 엄마인데....
오전에 벌써 수영을 다녀 왔는지....화장한 얼굴이였다.
"승준이라고....아는애니..?좀전에 전화왔었다."
앞에 앉는 날보고 엄만 궁굼해 하는 얼굴이였다.
"예전에...나 또래스라고 독서클럽했었잖아.....그때 알던 애야.."
"....자주 만나는 거야...?목소린 아주 좋던데...."
뭘 알아보려는 듯한 엄마의 목소리에 난 웃었다.
"얼굴도 아주 잘생겼고...키도 크고....학교도 괜찮고...집안은
공무원집안이라....예의도 바르지...거기다 장남도 아닌 차남이고...
결혼상대로는 딱이지..."
"얜.....기집애 짖궂긴...."
장난스런 내말에 엄만 곱게 눈을 흘겼다.
"어떡할래..?아침은 ...?차려줄까...?"
"아냐....그냥 우유나 한잔 마실께....데우지 않고..."
"....매일 그렇게 아침을 소홀히 하니까...살이 안찌잖아....
조금이라도 먹어.."
"아냐...좀있음 서연이 올거야...나 해물파전 해주러...."
"아줌마들 처럼...만날때 마다 부침이니 니들은...?좀 상큼하게
놀지들..."
"그래서 엄마와 자영이몬 매일 막걸리야..?"
내게 쿠션하나를 집어 던지며 엄마가 눈을 흘겼다.
어린애 같은 우리엄마.....
금방 발끈하는 내 성격은 아마도 엄말 닮은것 같다.
카르멘의 음이 울려나왔다.
내방에서 핸폰이 울리고 있는 거였다.
"네 세련인데요...?"
"나와....1시까지 종로에서 보자..."
뜬금없는 현민이였다.
"아침인사도 없이 갑자기 나와 라니...?말어미는 생략하고..뭐야
이게...?"
"기숙사 사감이냐..?매번 예의 차리게...켄치에서 보자"
"오늘은 안돼....좀 있음 서연이 올거야.."
"담에 만나....오늘은 내가 널 좀 꼭 봐야겠거든...."
"나한테 뭐 할말있어...?"
"널 앞에 두고 점심을 먹고 싶거든...나 어제 저녁부터 지금까지
헝그리야....꼭 나와 야해..."
"너 약먹었어..?왜 답지 않게 ....."
정말 기막혔다.
이런식의 장난은 안하는 현민인데...
쿨가이 서현민 아닌가...
"암튼 나와 알았지....서연이에겐 내가 전화할께....요즘 알바도
안하는데...내일 만나고...오늘은 나 만나는 거야 알았지..."
"안돼...서연이 지금 오고 있단 말야..."
"너 자꾸....삐딱선 타면....정말 않좋아....?"
"삐딱하고 억지 부리는게 누군데 그래....? 먼저 한 약속이
우선인데....취소하라니...."
".....너 내가 아주 이기적이고 성격 나쁘다는것 잘알지..?"
"나도 너 못지 않잖아..."
"정말.....빈틈이 없군....알았어...끊어.."
그러더니 정말 매너 없게 전화가 뚝 끊어졌다.
뭐야 정말...?
매일 자기만 우선으로 대우받길 바라고....
기분이 저조했다.
마시려고 따라놓았던 우유를 다시 냉장고에 넣었다.
배가 고팠었는데.....지금은 머리가 더 아팠다.
정말 이젠...어떻게든 결단을 내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현민에 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