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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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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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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회]


BY 카모마일 2003-03-04

잘 마시지도 못하는 맥주을 벌써 세잔째 마시는 서연이였다.
정말 무슨 큰일이라도 있는지....
먼저 말 붙이기도 그렇고....
비워진 잔만 채워주며 입을 열기만 기다렸다.

눈가가 발갛게 물들더니 소리 없는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물줄기 하나가 그어졌다.
답답했다.
언제 까지 이렇게 뜸만 들일 건지....

"나....안 다빈....그애 좋아하거든....."

서연이 입에서 나온 안다빈....놀라왔다.
안다빈 이라니....?
현민이 친구...가벼워 보이던애....?

"나 정말 걔 많이 좋아했었는데....흑...."
바보같이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저렇게 소릴 죽이며 마음으로 우는지...
나랑 안만나는 그새 벌써 많은 일들이 있었던 걸까....?

"무슨말인지 속 시원히 해봐....앞뒤 서두없이 아무렇게나
말하지 말고...너 다빈이랑 사귀었니...?"
기다리기 너무 답답해 내가 먼저 물었다.
내말에 서연인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다빈이가 너보고 사귀자고 하고 사귄거야...?"
".....그런말 없었지만.....먼저 전화하고 .....만나자고 하고...
난 걔가 날 좋아해서 그런줄 알았어..."
울음을 참을 수 없는지 중간중간 서연인 계속 울었다.
무슨 일이 있었길래 저렇게 우는지...
내가 아는 서연인 저렇게 눈물이 많은 애가 아닌데...

"너 걔랑 무슨 일 있었던 거야....?감당할 수 없는 일 같은거
말야....."
조심하면서 물었다.
갑자기 소리가 커지면서 서연이 울어댔다.
칸막이가 쳐져 있긴 하지만...
주위의 시선이 조금 신경이 쓰였다.

옆으로 가서 어깰 다독이며 안아주었다.
울음이 잦아들때까지.

정말 무슨일이 있었기에...
설마....아까부터 자꾸 불길한 생각이 머릴 스치고 지나고 있었다.
그런일은 아니겠지 ....
서연인 그렇게 가벼운 앤 아니니까....
물어보고 싶은 맘이 컸지만...
돌아올 대답이 무서웠다.

울음이 잦아둔 서연인 다시 빈잔을 내게 내밀었다.
시간은 벌써 12시가 다되어 가고 있었다.
코끝이 빨갛게 물들어 있고...
눈은 충열이 되어 있었다.

"나 다빈이랑 그동안 만났거든.....난 우리가 서로 좋아서
만나는게 사귀는거라고 생각했는데.....다빈인 아니라는 거야..."
갑자기 말문이 터졌는지 서연이 줄줄 대사 외듯이 말했다.
너무 울어 속이 텅 비어 버렸는지....
아무런 감정도 없는 애 처럼 ....
대사 읽듯이 줄줄....그렇게 내게 말하고 있었다.

"갠...날 가지고 논거야...친구들의 충고도 있었지만...난
그애들이 내가 다빈이랑 사귀는게 질투가 나서 그런줄 알았거든..
콩깍지가 씌워도 아주 두껍게 씌웠나봐...너도 다빈이 별로
않좋은 애 같다고 했는데..."
".........?"
"...나 걔랑 ...잠도 잤어....두,세번....?...근데....전엔
내게 친절하고 다정하던 다빈이가 ......이제 내가 연락을
않했으면 한데....이젠 볼짱 다 봤다 이거지....정말 이게
말이되니..?난 걔한테 잘못한것도 없는데....왜 다빈이가
날 이렇게 힘들게 하는거니...?세련아 네가 얘기좀해봐...응..?"

미친년....목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렇게 안다빈일 조심하라고 일렀겄만....
잠을 자고 안자고가 문제가 아니였다.
자기 감정에 충실했을 테니...
상대가 변심을 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고 사귀었어야지....
하긴 사귄것도 아니지...
단지 안다빈의 욕구을 충족시켜준거지...
화가 났다.
이런일로 날 찾아온 서연이에게...
모처럼 연락이 되서 반가운 맘에 나온 내게 이런 구질구질한
얘기나 하는 서연이에게...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서연이 에게 이렇게 커다란 상처를 준
나쁜 자식 .....개만도 못한 자식...안다빈...
정말 화가 났다.
당한건 서연인데 내가 더 화가 났다.
엉덩이 가벼운 놈이란건 알았지만....
하필 내 가장 친한 친구에게....

연거푸 세잔이나 마시는 날 보며 서연인 줄줄 외던 넋두리를 관뒀다.
잔에 맥주를 채우는 내 손을 제지하며 서연인 걱정스러운 얼굴이였다.
기막혔다.
그리고 속이 탓다.
시킨 맥주가 동이 날 때까지 마시다가 난 서연일 두고 먼저 나왔다.

서연이와 마주하고 싶지가 않았다.
가슴이 너무 타고...미어졌다.
같이 있음 ...내게 상처 받은 맘 ..위로 받으려고 왔을텐데..
더 심한 말로 상철 주고만 말것 같아....먼저 나왔다.

택시를 탔다.
왜 눈물이 나는건지...
너무 속이 상했다.
서연이가....저렇게 쉽게 무너질 애가 아닌데...
몇번 보지도 않은 ....척 보기에도 바람둥이 같아 보이는
안다빈에게 넘어 가다니...
이렇게 쉽게...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어디가서 소리라도 꽥 지르고 싶은 심정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