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식으로 커필 시켰다.
현민인 자기의 횡설 수설이 맘에 안드느지 표정이 구겨져 있었다.
물을 너무 자주 부었는지 원두커핀 커피라기 보다 좀 진하게
우려낸 보리차 같았다.
"넌....나한데 조금도 관심이 없는 거야....?"
"그렇진 않아...관심이 전혀 없는데 네가 나오라고 하면 ...
아무말 없이 잘 나오잖아..."
'피식'
현민이 웃었다.
난 좀 머쓱했고....
"관심은 있지만....먼저 대쉬할 만큼은 아니란 말야....?"
"...아직은...더구나 너처럼 주위에 괜찮은 여자애들이
넘쳐나는 앨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앨..
성급한 판단은 좋지 않다고 생각해..."
"헤...꽤 신중한 편이네...?"
"그건 너도 마찬가지아냐...? 내 보기엔 네가 나한테 이렇게
관심을 가지는 이유.."
"........?"
"네게 먼저 반응을 보이지 않아서 그런거 아냐...?아까 네가
말한것 처럼 별로 매력도 없고 ....만나도 재미도 없는데..
내가 다른 애들과는 달리 네게 먼저 만나자는 말도 ....전화도
없고 해서....오기가 생긴것 아냐...?"
말하다 보니 정말 그런것 같았다.
생각없이 그냥 한말인데..
이게 정답인것 같아....맘이 씁쓸해졌다.
"매일 연애소설만 읽는다더니.....작가 다 된것 같다..."
비꼬는 말투.....
화가 났다.
"그런 점이 전혀 없다고는 말하지 못하지만.....그것보다...
넌 마치 양파같아...벗겨도 벗겨도 속살은 나오지 않고...
다시 첨과 같은 모습....처음부터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하얀 백지처럼.....암튼 내가 너에게 끌리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
"한번 사귀어 볼까...?너도 나한테 관심 있잖아...?"
마치 판에 주사위 던지듯이...
한번 판이나 벌려볼까...?
갑자기 이런 자리가 화가 났다.
멋진 프로포즈를 원한건 아니였지만....이렇게 ...
이건 프로포즈도 아니지....
허탈한 기분이였다.
아무말 없는 날 보던 현민이 다시 말했다.
"기분이 상한것 같다.....내가 말 실수 한거야..?"
"...."
".....나 너 이럴때 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냥 쉽게 쉽게 넘겨도 될만한 일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좀 피곤하지 않냐...?"
"피곤하면 안만나면 되지..."
"......아까 말했잖아....안보면 궁굼하다고...."
현민이 내게서 얼굴을 돌렸다.
멋적은 건지 머쓱해서 인지....
암튼 좋은 기분은 아닌것 같았다.
계속되는 침묵이 어색하고 싫어 결론을 내렸다.
"사귀자는 말은 그만둬......난 너처럼 그렇진 않거든..."
"...나처럼..이라니..?"
"너 자주 안봐도 별로 궁굼하지 않고....보고 싶지 않다고...
가끔 뭐하고 있을까....정도야...미안하지만..."
현민이 맘이 상할까봐 신경을 쓰는 나였다.
조금 ....얼굴이 굳어진 현민이였다.
화난 얼굴은 아니지만...
"그냥 ...지금처럼 친구로 지내....너도 그런편이 좋을거야...."
".....친구....?"
"응...너 노는것 좋아하는데....나랑 사귀게 되면 나만 바라봐야..
하잖아...사귀는 동안은 서로에게 충실해야지...난 양다린
질색이거든..."
"....그건...나에대해서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겠다는 거야...?"
"그렇지...너에게도 시간을 주는 거야...사실 너 나에대해서
잘 모르잖아....친구도 지내면서...지금보다 더 좋아지면..
사귀는 거구...아니면...그만두는 거구....난 그랬으면 좋겠어.."
현민이 잠시 생각하는 얼굴이였다.
옆선이 각진게 보기에 좋았다.
긴 속눈섶이 눈을 덮고 있었는데......자꾸 보면 빠져들것
같은 얼굴이였다.
애써 얼굴을 외면하며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