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9시를 조금 넘어 현민이 미펠로 찾아왔다.
서연이에게 들었다며 첨 보는 친구도 함께...
전화도 없이 찾아와서 더 반갑지 않냐는 가벼운 농도 던지며...
커피대신 녹차를 내놓았다.
내가 끝나는 시간이라 얘길 나누기가 어렵다는 얼굴을 했다.
가기전에 청소를 도와야 했다.
다른 알바보다 일찍 가니까....
청소의 시작은 내 몫이였다,
사장언닌 그렇게 눈치 보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다른 알바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였다.
알바친구들이 눈치 주는것도 이젠 거의 없지만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현민인 걱정 말라며 기다린다고 했다.
쓰레기를 비우고 걷어온 재털이를 물로 헹궈냈다.
옆으로 다가서며 같이 알바하는 친구가 물었다.
"누구야.....남자친구...?"
"....아냐...그냥 친구야..."
"....괜찮은데....잘생겼고....어디다녀...?"
"성화대....근데 안나가 봐도돼....?준호 혼자있잖아..."
"음...얘기 하기 싫은가 본데....담에 미팅이나 한번 주선해.."
"....알았어....빨리 나가기나해...."
미팅에 걸신이라고 걸렸는지
매번 다른 알바들에게 늘 미팅을 하자고 난리였다,
내가 여대에 다닌다는 이유로 내게 그런말 안했는데...
괜히 귀찮게만 된것 같았다.
재색의 앞치마을 벗어 카운터 아래에 두고 사장언니에게
간다는 말을 했다,
현민인 좀전에 시계를 보는듯 하더니 먼저 나갔다.
함께온 친군 차만 마시고 금방 갔다.
나가는 내게 사장언니가 미소했다.
남자친구 멋있다는 말과 함께...
아니라고 짧게 대답하는 데도 ....웃었다.
좀 묘한 기분이였다.
산타페에 올랐다.
홍대 쪽으로 차을 돌렸다.
전에 학교앞에서 만나고 일주일이 지났다.
그새 전화가 몇번 있었고...
나도 한두번 전화를 줬다.
예의상이긴 했지만....
차안에 흐르고 있는 케니지의 색소폰이 듣기에 좋았다.
예전에 비디오로 보았던 줄리아 로버츠가 나온 '사랑을 위하여'
에 삽입된 곡이였는데...병약한 부잣집 도련님으로 나왔던
남자 배울 보고 나와 서연인 얼마나 열을 올렸느지....
갑자기 그때 생각이 나서 웃음이 나왔다.
"갑자기 웃는 이윤...?"
현민이 물었다.
"...이 음악....영화 사랑을 위하여 봤어....?"
"....줄리아 로버츠 나오는것..?"
"...응....그때 거기에 나오는 남자배우...이름은 잊었지만...
많이 좋아했었거든....."
"....켐벨 스콧인가....?모성본능을 자극해서 인가...?"
"...그렇지....얼마 살지 못할거라는 전제하에 시작된 얘기였으니까..
둘의 사랑이 많이 아타까웠잖아.....케니지음악 이 영화 보고
알게 되었거든..."
"....여자들은 그런 비극이 좋은가봐....난 별루던데..."
"모두가 한번은 꿈꾸지 않을까...?비련의 여주인공...?"
"비련보단 행복한게 좋지.....탐크루즈의 영화 칵테일 처럼...."
차를 재즈바 앞에 파킹하면서 현민이 말했다.
샘브라운의 높은 하이소프라노가 울리는 재즈바 였다.
시간이 늦은 10시 2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냥 ....드라이브로 집까지 데려다 줄일이지...
내 바램이 너무 컸나...?
페파민트의 순한 칵테일을 시킨 현민이와 달리 난그냥
체리 소다수로 대신했다.
칵테일 영화 얘기하다가 즉흥적으로 들어온걸까...?
누구 아는 사람이 있는지 현민이 자리에서 잠깐 일어섰다.
여기도 알바하는 친구가 있는모양이다.
주문한 음료를 가지고 온 사람은 의외였다.
안승준이였다.
예전엔 얼굴에 여드름이 많았는데....
피부 박피 수술이라도 받았는지...
얼굴이 많이 깨끗해져 있었다.
"정말....한세련이네....? 만나게 해준다고 하더니..."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는 승준일 보며 나도 반갑게 웃었다.
검은티 에 청바지...
여기 앞치만 카키색이였다.
꽃미남은 아니지만...
꽤 괜찮아 보이는 남자로 대 변신한 안승준이였다.
의아해 하는 내 시선을 눈치 쳇는지 승준이 멋적게 웃었다.
얼굴을 한번 쓰윽 쓰다듬더니 내게 말했다.
"돈좀 들였지.....?한 꺼풀 벗기고 보니 나도 꽤 봐줄만 하지 않냐..?"
"...정말 어떻게 한거야.....?여드름은 다 어디가고...길에서
마주치면 네가 아는척 하기 전엔 모르겠다 정말...."
"....칭찬으로 듣지.....서연인 다시 우리 동아리에 들어왔는데...
넌 알바에다 다른 동아리로 바쁘다며.....?"
"...바쁘진 않고...오후시간이 없다 뿐이지 뭐..."
우리가 그러고 있는데 현민이 자리로 왔다.
여기 주인이 현민일 볼때마다 알바를 하라고 해서 귀찮다고 했다.
괜찮은 남자 알바들이 많이 있으면 가게 매상이 확확 올라가니까..
나이트에서 물좋게 하려고 일부러 공짜 손님을 만드는 것과 같다.
"언제 시간나면...밖에서 한번 보자...난 여기 금토일만 나오거든.."
"....난 일주일 내내 나가....조만간 시간을 조절하려고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아...."
"....너 보려고 남자손님 많겠다..."
"그런일은 없네요......오히려 네가 여자손님 많을것 같은데...?"
"당연하지...예전에 촌스런 안승준이 아니니까....너라면 순번없이
데이트 해줄수 있는데....언제 시간이 나는지요...?"
"야 둘이 뭐하는거야....?....얼굴보라고 데려왔더니...딴지나 걸고.."
현민이 대화에 끼워 들었다.
"뭐야....너희 둘 설마 사귀는거야....?"
놀란 얼굴을 하며 승준이 물었다.
"사귀긴....아냐..."
"하긴....자유연애 주의 서현민인데...그럴리 없지..."
승준의 마지막말이 순간 머릴 스쳤다.
웃음짓고 있는 현민이 .....왜 가슴에 멍을 만들어 주는지...
"오늘은 너무 늦은것 같으니까...만남은 이쯤에서 하고...나중에
다시 약속잡아서 한번보자...."
시간이 11시를 향해 가는걸 보고 내가 몇번 시계에 눈을 주자
현민이 말한거였다.
더구나 승준인 아직 알바 중인데....
우리 테이블에 너무 오래 있었다.
주인에게 눈치 받진 않는다고 했지만...
그래도 알바생인데.....
핸드폰 번호를 주고 받고 나왔다.
내게 전화 자주 하지 말라는 현민의 소리에 승준이 웃었다.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한건지....
장난으로 한건지도 모를 말에 왜 괜히 마음이 쓰이는지...
왠지 아주 쓰디쓴 블랙커필 마신것 같은 기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