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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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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BY 향기지기 2003-01-11

허겁지겁 1년차 레지던트와 함께 뛰었다.
치프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분노가 솟구친 표정을 지었고,
나와 레지던트 눈알이 빨갛고 꾸깃꾸깃한 까운을 입은것을 보니 그냥 옷 입은채로 어데 박혀서 자다오는것인줄 파악했는지 표정 부터 틀려진다.
"일년차 선생. 지금 몇시야." 이내 말 소리가 거칠어진다.
"너 지금 정신이 있어. 없어. 일년차가 9시가 다되도록 쑤셔박혀 자다가 회진 끝나니까 나타나?"
"그게 어데서 하던 버릇이야."
"잠 잘것 다자고 남는 시간에만 일하는거야"
묵묵부답이다. 고개만 푹 숙인채. 다음은 인턴인 소효 차례다.
"인턴 선생. 우리과에서 점수 받을생각하지마."
"..."
"인턴이 늦잠잘정도로 정신이 빠져 있다는것은 일하고 싶지 않다는 얘기하고 똑같아"
"..."
"너 오늘 수술할 사람 시비시와 엘에프티가 얼만지 알아.
어제 수술했던 사람 밤사이 피 세파인트 맞고 아침에 결과가 어때
십호실에 있는 환자. 어제 밤에 탄력 붕대 푸러져서 감아 주라는데 왜 않 감아줬어? 어떻하면 상처가 곪는지 볼려구 그랬어?"
"..."
" 인턴 선생 우리과에서점수 잘받을 생각 하지마"
인턴은 각과를 돌면서 끝날때마다 여러면에서 측정한 점수를 받아야하고 이것이 나중에 레지던트 응시할때 반영이 되는것이다.
대개 평가는 치프의 의견이 많이 반영된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하고 돌아선다.
"우리때는 삼사일은 꼬박 새우고 서서 졸아도 회진시간은 칼같이 지키고 회진 준비만큼은 완벽하게 해놓았어"
사실 내과로 옮긴 후 계속 치프에게 찍히고 있다.
오늘은 레지던트 1년차 선배와 함께 새벽부터 박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를 정도로 잤다.
임신을 하고 보니 잠만 쏟아 진다. 누구에게도 속 시원하게 임신했다고 말도 못하고 같이 점심 식사 하러 가는 것도 무섭다.
입덧도 심해졌고, 가끔 환자의 피 냄새가 역겨울 때도 많지만 그래도 직업이니 어쩔수 없다.
레지던트1년차 선배인 강동호는 백곰 같은 사람이다.
성격 좋고, 너털 웃음 잘 짓고, 잘 씻지도 않지만 성격 하나에 사람을 감동 시키곤 한다.
치프에게 혼이 날때도 자신의 잘못이라며 인턴은 용서 해주라고 부탁하는 쪽도 동호 선배다.
같이 처박혀 잘 때는 오늘이 자신의 결혼 기념일이라며 쑥쓰럽게 웃어 댔다. 그리고는 아내가 만삭의 몸이라고 세달동안 집에 못가봤다며 아내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나도 동호 선배에게만은 속시원히 얘기 했다.
내가 결혼을 했고, 지금 한달 좀 넘었는데 임신 이라고! 선배는 와우, 능력 좋네 하며 축하 해 줬다.
그리고 먹고 싶은게 있을 때 남편 대하 듯 사달라고 하라며 말했으며, 힘들 꺼라고 위로와 격려도 함께 해줬다.
얼마나 위로가 되던지. 눈물이 다 낫다.

임신 네달째가 넘어 가고 있다.
7월. 바람도 안불고 불쾌지수가 높아 지는 하루다.
아직 가운에 가려 보이진 않지만 이제 꽤 배도 많이 나왔고, 아직 시집 식구와 친정 집에는 말하지도 못했다.
남편 입단속도 시켰다. 유산 생각과 함께 이렇게 네달이 된 것이다.
이제 아주 가끔 물고기 처럼 아이의 움직임도 느껴졌다.
아침 회진을 도는데 술좋아하는 치프라 그런지 온몸에 술냄새에 역겨워 옆에 서있기도 힘들었다.
좀 조용하던 입덧이 또 다시 시작이다.
입을 틀어 막고 그녀는 밖으로 뛰어 나갔다.
치프와 몇명의 레지턴트, 인턴들의 표정이 순간 당황으로 변해 갔고, 레지던트 1년차인 동호는 그들에게 변명을 둘러댔다.
"욱! ... ..."
참을 때로 참아 보겠다고, 적어도 이번 12월 까지는 참아야 한다고 다짐을 하지만 마음은 약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