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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장소에서 불시에 체질양지수 측정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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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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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BY 향기지기 2003-01-10

"오랜만이예요 소효씨!"
"네 오랜만이네요"
"당부 말씀 드릴께 있어서요"
"..."
"제 친구 지현이 좋은 놈입니다. 아시죠?
근데 요즘 꽤 힘들어 하고 있어요. 글쎄 어제는 술도 못마시는 녀석이 떡이 되도록 마시고는 저한테 얘기를 하더군요.
그래서 찾아 왔습니다."
"짐작되네요"
"제 여동생을 소개시켜 줄 작정입니다.
제 여동생이 지현이를 무척 따르고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그런데 소효씨가 그만 지현이를 놔줬음 하는데..."
"... 잘되었음 좋겠네요! 일어나 볼께요"
돌아서서 걸어가는 그녀를 그는 아주 크게 불러 세웠다
"윤소효씨! 당신이 얼마나 잘난 여자길래? 얼마나 잘난 남자를 만날려고 하는지 나는 잘 모르겠어. 얼굴 좀 이쁘다고, 집안 좀 좋다고, 공부 좀 많이 했다고! 한 남자를 그렇게 상처 입혀?
당신 천벌 받을 꺼야. 더러운년!"
참을수 없을 정도의 수모였다.
나 또한 최지현이라는 남자에 대해서는 피해자이기는 다름없다.
둘이 서로 뺨을 한대씩 갈기며 끝을 봤고, 먼저 시작한 쪽도 최지현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얘기 했길래. 제삼자가 저러나 싶었다.
하지만 무시하고 지나가는 수 밖에 없었다.
여기는 그녀 직장 근처의 카페였기 때문에 돌아보지 않고 걸어나왔다
병원에 들어온 그녀는 일이 손에 잡힐리 없었다.
인턴 1년차. 사람 대접도 못받고 중노동을 해야 하는 일이 바로 인턴 시절이다.
병원 복도 끝의 작은 창가에 걸터 앉아 동기인 건우가 사주는 커피를 마시며 밤거리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위안을 했다.
"힘들지?"
"나만 힘드나? 건우 너도 힘들구, 인턴이 다 그런거잖아!
그래도 1년이니깐 다행이지 아마 2년 이면 못했을 꺼다."
"나도 그랬을 꺼야. 이게 사람 사는 건가.
답답한게... 숨통 막히고! 이건 정말 당해 보지 못한 사람이면 모를꺼다. 그지?"
"그렇겠지. 이해못하겠지."
"... 지현선배!"
내가 고개를 들었을 때 180cm의 캐주얼한 차림의 체격이 있는 남자 최지현이 서있었다. 나보다 최지현을 먼저 알아 본건 건우였다.
몇달전, 셋이 함께 만났을 때 중학교 시절 1년 선배라고 기억해 낸것도 건우쪽이었다.
"할 말이 있어"
"난 최지현씨 한테 할말이 없거든요"
"이러지마! 윤소효! 너만 힘든거 아냐!"
"먼저 갈께 소효야. 선배 그럼."
건우가 자리를 비켜주었고, 나는 그의 얼굴을 바라 보고 싶지 않아 눈길을 피했다.
"무슨말이 더 하고 싶은가요? 최지현씨?"
"말끝 마다 그래야 겠어?"
"..."
"재광이 찾아 왔었다며? 그 녀석이 좀 다혈질이야.
그래도 뒤 끝은 없어. 내가 대신 사과하께"
"뭔가 오해하시나 본데요! 우리 끝났잖아요?
이런 구차한 변명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 하세요?
그 사람이 뒤끝이 있든 없든 다시 볼 사람도 아닌데 상관 없어요"
지현의 어깨를 스칠 무렵 그녀의 가녀린 손목을 지현이 잡았다.
"많이 생각해 봤어. 너 포기 못하겠다.
많이 힘들꺼라는거 알어. 너희 부모님 심정도 이해 하구.
더 이상 이러지 말았음 좋겠어."
"..."
"너희 부모님 말씀대로 나 홀어머니에 외아들이야.
당연히, 내가 모셔야 하구! 너 정도면 정말 이렇다 할 혼처 많이 들어 올텐데... 내가 괜히 니 앞길 막는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런 말 듣고 싶지 않아요.
지현씨! 당신이라면 나한테 당당해야 되잖아.
어떠한 상황에서도 굴복함 없구, 그 당당함에 내가 당신을 사랑한건데 이러면 약속이 틀려지는 거잖아!"

퇴근길의 올림픽 대로는 새벽이라 그런지 한산했다.
"피곤할텐데... 좀 자둬"
"내일 비번이야. 지현씨! 우리 부모님께 내일 인사 드리는건 어때?"
"..."
"언젠가 한번은 치뤄야 하는 거잖아.
매도 일찍 맞는게 낫다고! "
"그래! 그럴께"
나는 지현이 손을 잡고, 그의 넓은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며칠 밤 잠을 이루지 못했더니 졸림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소효야. 집에 다왔어. 일어나봐"
"... 벌써? 정말이네"
"들어가봐. 내일 보자. 추운데 이불 단단히 덮구"
"고마워 들어가 볼께. 지현씨도 따뜻하게 하구 자"
문 손잡이를 당기려다 아쉬워 지현의 얼굴을 다시 봤다.
"열어줘?"
"아니!"
아무런 의지력도 없었다.
그저 사랑이라는 굴레에 맡길뿐이었다.
효소의 가녀린 두 팔은 그의 목을 감쌌고, 지현은 그녀를 터질듯 껴안고, 아주 깊고 긴 키스가 시작되었다.
처음에 아주 짧았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그들의 숨은 가파르기 시작했다.
이게 사랑이구나. 달빛과 별빛 아래 피로감과 사랑이 함께 공존하게 하는... 남녀가 결혼하는 신성한 것을 고작의 구속이라고 생각한 이 어리석음이란...
효소는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끌어오르는 후회감에 온몸이 떨려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