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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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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BY 혜성 2003-02-10



집에 돌아오니 동문회를 연다는 엽서가 날라와있었다.
신생고등학교라 동문회라 해봐야 1회졸업생과 2회 졸업생이 다 일텐데..
그다지 보구싶은 얼굴도 없구..
몇몇 궁금한 애들 이야긴 건너건너 듣구 있던터라..
당연히 안가기로 맘을 먹구있었는데..
미강이한테 전화가 왔었다..

너, 연락두 안하구..
나 삐지면 무서운거 잊었어..?

치~~지두 간만에 해놓구 먼저 했다구 큰소리넹..ㅋㅋ
잘 지냈어..?
우리 안 본지 꽤 된거 같다..? 응?

당연..맨날 보다가 시험끝나군 뜸하게 보는거 같지..?
근데..참..너 **오빠 소식은 들었어..?
전화 했지..?

어..?

전화번호 물어보길래 내가 일러줬는데..
전화 안 왔니..?

아니..왜..? 전화번혼 왜 일러주구 그래..?
물어보구나 갈켜주지..

너 또 튕길려구..?
ㅋㅋㅋㅋㅋ
암튼 넌 너무 특이해..
종잡을수가 없다니까..

미강인 입버릇처럼 나보구 특이하다구 했다..
딴 사람들처럼 예상되는 반응과는 판이한 행동을 한다면서.

졸업앨범에 다 나와있는데..
그 공개된걸 뭐 물어보구 알려주냐..?
알려구만 들면 다 알수 있는데..

아~~ 그런가..?
근데..왜..갑자기..?

이번에 그 오빠 합격했데..동생이랑같은 학교로..
그래서 약속 지킬려구 너 찾는 거 아니야..?

약속 ..?
그런거 한 적 없는데..?

암튼 넌..내가 얘기 전했는데..딴소리는 ..
니가 그렇게 나오면 난 중간에서 말 잘라먹은 애가 되잖아..
너~~ 나한테까지..피해입히진 마..
그 오빠 단짝 친구 ..알지..?

압력을 행사하는 미강이가 얄미우면서두
1년이란 시간이 지난 지금 다시 본다는게 두려워 잠시 대꾸할말을 찾지 못하구 있었다.

동문회에 나올꺼지..?
그럼 그날 보자..
이쁘게 하구 와..
오빠가 그러는데..그런자리 재미있데..ㅋㅋ

어~
그래..그럼..그때 봐..

뚜뚜뚜~
전화는 끊어졌는데..
수화기를 들고 멍하니 서있는 내게..엄마는 왁! 놀래키구
그 자리에 주저 앉아버리자..
엄마의 얼굴이 나만큼이나 창백해졌다.

왜 그래..? 괜찮아..?

엄마는 ..놀랬잖아..
나 잘놀라는거 알면서..

아이구..난 또 딸 잡은 줄 알았네..
이거이 머리 컷다구 엄말 놀리구..

엄마 나 낼 동문회있다는데 뭘 입구 가지..?

그래..?
엄마가 정장한벌 사줄까..?
울딸 학교두 가는데 엄마가 옷 한벌 선물하는 것두 괜찮지..?

나보다 더 나의 입학을 또 내 졸업을 반기던 엄마는
주섬주섬 준비해선 나를 잡아 끌고 잡을 나섰다.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문득 엄만 날 끌고 금방으로 들어갔다.

반지 좀 보여주세요..
울 딸 낄껀데..이번에 대학 들어가거든요..

지갑에서 꼬깃꼬깃해진 돈을 꺼내선 14k의 두줄 체인으로 된 반지를 골라 내 손에 끼워주곤 자기가 더 좋아라 쳐다보구 있었다..

엄마..
반지는 뭐 하게..

그냥 너 해주고 싶었거든..울 딸 이제 다 컸다..
엄마가 이렇게 저렇게 해 주기두 전에
지가 알아서 다 하구 이렇게 잘 커준게 고마워서..

언뜻 비치는 눈가의 눈물에 코끝이 찡해졌다..

엄만..왜 그래..?
옷 사준다구 해놓구 괜히 분위기 잡구..

난 엄마라는 단어에 약했다..
예절교육한다던 생활학교에서두
**수련회에서두 촛불켜구
부모님을 생각해봅시다 하면 눈물부터 뽑았다.
엄마란 말과 코끝이 찡함은 항상 같이 갖고 다녔었다.
엄한 아빠 땜에 남들앞에선 울지못하게 교육을 받았건만..
그 엄마란 단어에선 여지없이 무너지곤 했었다..
그래서 내 친구들은 나만큼이나 엄마를 좋아하는 이들이 많았다.

매장안엔 다양한 옷들이 걸려있었지만
정장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어떤 걸입어야 하는지..
어떤게 나한테 어울리는지 몰라 막막해 하면 서 있었다.
엄만 살구색에 가까운 투피스를 꺼내들곤 예쁘겠다면서 입어보라구하지만..

너무 화사해서 신혼여행때나 입을꺼 같다
가뜩이나 나이 많이 보는데..엄마는..

언니는 키가 크니까 옷을 그렇게 포멀하게 입으면 아마 그럴꺼에요..이거 어때요..

점원이 권한 건 감색 스트라이프 바지정장이었다.
커리어우먼같다면서 엄마는 멋지다구 하지만 거울 속의 내 모습은 영 딴 사람같아서 망설이구 서있자, 점원은 인디언 핑크 계열의 체크 투피스를 들고 왔다..

내가 이렇게 생겼고나..

새삼 거울 속이 내 모습에 내가 더 이상은 고등학생이 아닌거에 신이났다..

근데..머리땜에 너무 나이 들어보이는거 같지않아..?

엄마는 머리를 풀었으면 더 좋겠다구..

그냥 캐주얼하게 입을땐 몰랐는데..
정장을 입으니까 솔직하게 좀 그러네요..

점원 언니까지 거들자..
난 또 갈등이 생겼다.
선보러가는 것두 아닌데.
옷사구 머리하구 그 난리를 치면서 동문횔 나가야 하는건지..
갑자기 못마땅했다..

엄마..그냥 가자..
다 귀찮다..

엄만 내가 또 왜 변덕을 부리는지 영문 몰라 하며 얼른 다 계산을 해버렸다..
어차피 학교가구 하면 다 필요할꺼라구..하시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