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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BY 혜성 2003-02-10


인경이의 잔소리를 들으며 돌아오는 길내내..
난 그 사람의 젖은 눈이 맘에 걸려서 듣는 둥 마는둥 하고 있었다.
왜 그렇게 슬퍼보이지..?
뭔가 사연이라두 있을꺼 같지..?
자꾸만 궁금해 지는 내 마음이 오히려 낯설다..

고등학교때 선배는 대학가면 다시 만나보자구 했었다.
그 선배랑의 추억이라야 비오는 날 강당에서 합동수업하다가 전기 게임할때..옆자리 앉았던거..
매점에 서 우동사줘 같이 먹던그림....
시험 끝나구 학교 담 뒤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나오면 씩 웃고 가던 모습정돈데..
그 오빠가 졸업하구 대학진학에 실패하자 고3인 나와 만나긴 힘들겠다면 둘다 대학 가서 만나자구 했었다..
사실..만나본 적두 심각하게 생각한 적두 없었는데..
미강이를 통해 들은 얘기가 그러했다.
미강인 그 오빠 단짝 친구를 좋아해서 교회두 같이 다니구 독서실까지 쫓아서 다닐 만큼 열성적이었지만..
아직 이성에 그리 궁금함이나 야릇한 감정을 못 느끼던 나는 그냥 미강이랑 어울리다보니 그들과 부딪히는 것이라 여겼을뿐이었다.
그래서 그 오빠의 그 전언을 듣고 는 한동안 의아해 했었다.

그렇게까진 아니지 않을까..?

미강이의 전언엔 너무 풀이 죽어 있더라구
한번 만나서 위로 해주면 어떨까 하는 얘기도 포함 되어있었지만..
말주변두 낯선 사람을 싫어 하는 나로선 어렵다구 거절하구 연락이 끊어졌었다.
그냥 편한 오빠 같은 느낌이었지..
남녀간의 이성교제 이런 식으로 얽히는 건 싫다구 거절했었다.

인경인 이런 내가 바보같다구 한동안 그 이야길 물고 다녔다.
자긴 여학교라 기회가 없다지만 온 기회두 차버리구
뭔 재미로 사는지가 궁금하다구 했었다.

사실 고등학교땐 친구도 적극적으로 안 사귈 만큼 모든것에 시들했다.
엄마한테 학교 자퇴하구 싶다구 맨날 조르다가 등떠밀려 등교하기 일쑤였었다.
중3때 같은 반이던 아이와 유일하게 고등학교를 같이 진학하게 되었는데..
그 친구와의 트러블로 난 인간관계에 자신감두 흥미두 다 잃어버린 상태였기에..
중3때 전학온 나로선 고등학교에 아는 이라곤 그 아이하나였기에 유일한 말벗이었는데..그친군 중 3방학때 부터 옆길로 새구 있었구..나만 그런 사실을 모른채 그 아일 그대로 대하구 또 그애도 그 자리에서 벗어나지도 않으면서 날 묶어두곤 힘들게 했었다.
오지도 않을 독서실을 같이 다니자구 하구 오지도 않을꺼면서 몇시까지 온다구 기다리게 하구 기다리다 지쳐서 집에 가려면 그제사 나와선 자기 고민 얘기로 밤새 놀이터에서 애들과 어울리곤 했다.
그 아일 포기하구 싶어질때면 자기가 이렇게 하면 안되는건 안다면서 내게 자길 잡아달라구 매달리는 그 아이땜에 2년의 세월은 아무 것두 해 놓은 것 없이 그냥 흘러가구 있었다. 학교에선 그 아이평이 나쁘게 나서 그애랑 같이 다니던 나까지두 경계하는 아이들이 있었는데..그런 이유로 아이들과도 잘 못어울리는 이상한 분위기의 아이로 나마져두 찍히구 있다는걸 모르고 지나구 있었다. 인경인 그런 날 보며 남일에 얽혀 내 인생을 망친다구 만날때마다 거품 물었지만 난 그 아일 나마져 놓아버리면 그 후엔 어떻게 되는 건지..
그게 너무 두려웠다..
어차피 그아일 이끌어 줄 힘두 없었으면서..
어쩌면 내가 그 아일 묶어두었는지두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때쯤
그 아이와의 손을 놓아버렸다.
항상 슬퍼보이던 눈을 가졌던 그아이와의 기억은
그 후 가슴한켠의 아픔으로 남아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들린 그 아이의 말이 날 배신감의 구렁텅이로 밀어넣어버렸다.

나랑 독서실간다구 하면 엄마가 확인전화 안하구 해서 좋았는네..
이젠 확인전화 하구 쫓아오구 하는 통에
예전처럼 독서실에 가방만 놓구 나가 놀순 없어졌다구..

그 애가 그렇게 날 이용했다는 생각은 미쳐 못했었다..
잡아달라는 그말두 진정이라 믿었던 그 눈빛두 다 거짓이었다는 것에
인간에 대한 배신감마져 들었구 난 학교가 싫어져 자퇴까지 생각했다.
아무 이유도 모르던 부모님은 내게 말두 안되는 소리라구 일축해 버리셨구..
난 기댈곳이 없었다..
그렇게 방황할때 알게된 미강이는 내게 헤세와 앙드레 지드를 알게 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