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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회]


BY 시켜만주이소 2003-02-28

시할머니의 제사를 앞두고 혜영은 시댁으로 아침일찍 서둘렀다
다행이 할머니 제사가 일요일이여서
따로 휴가를 낼필요가 없었다

아침을 먹고 움직이는 차 안에서 혜영은 병든 닭마냥 꾸벅꾸벅 졸았다
그런 태훈은 그냥 웃음지으며 쳐다보고는 아무소리 없이 운전을 한다
강렬할 정도의 햇빛은 아니지만
올핸 더위가 유난히 빠르게 느껴지기만 했다

"저희왔어요~"
태훈이 현관문을 열면서 큰 소리로 인사를 하자 벌써 장을 보고 준비중이셨는지 부엌에서 나와 방기신다

"일요일인데 쉬지도 못하고.. 혜영이 왔니?"
"네~ 어머니.. 장 벌써 보셨어요?"
"우와~~ 어머닌 저 보다 혜영이만 보이나 봐요?"
"호호호 내가 그랬니? 우리 새신랑도 왔구나.. 어서와라"

시끌거리는 소리에 아버지도 서재에서 안경을 끼신채로 나오신다
"어버지 저희 왔어요"
"안녕하셨어요 아버님~"
"그래.. 근데 아가 얼굴이 왜그러니? 어디 아프니?"
"아뇨~ 아픈데 없는데..."
"얼굴빛이 안좋다.. "
"제가요?"
혜영은 양손을 볼에데고는 태훈에게 그렇게 보이냐는듯한 눈으로 쳐다본다

"글쎄 난 맨날 보는 얼굴이여서 그런가? 잘 모르겠는데.."
갸웃뚱한 고개짓을 하면서 태훈도 머쓱해한 표정을 짓는다

"얼굴빛이 예전만 못한데? 그러지 말고 병원이라도 가 봐라.. 건강은 미리 미리 챙겨야지.."
"그럴께요 아버님"

이내 욕실로 가서 손을 닦고는 앞치마를 두르고 시어머님 옆으로 다가간다

새 신부가 하는것이야 칼질하고 야채 다듬기 씻기 기타등등..

"어머니~ 제가 할줄 아는게 없어서.. 며느리 있으나 마나 하죠?"
"얘는.. 옆에만 있어도 좋구나.. 이렇게 얘기도 하고 준비할수 있게 도와주고.. 그것만도 어디니?"
"그래요? 다행이네요.. 조금씩 알려주세요.. 첨부터 너무 많이 전수받으면 어머님 설 자리 없잖아요"
"호호호 .. 그래~"

고부사이가 좋게 보인다
태훈은 아버지와 바둑을 두고
그렇게 점심때가 되었다

"우리 냉면 시켜먹을까요 아버지?"
"냉면이라? 좀 이르지 않냐?"
"이르긴요.. 전 요즘 거의 냉면만 먹는데 회사나가면.."
"젊은게 좋긴 좋구나.. 난 시타~ 밥 먹을란다"
"에이~ 아버지 혜영이 얼굴빛도 안좋다고 하구선.. 그냥 시켜 먹어요"
"뭣시? 혜영이 때문이였냐? 이거 이거 이놈봐라.."

머리를 긁적이며 태훈은 그 자리를 모면하려 부엌으로 잽싸게 이동을 한다
"음~~ 냄센 좋은데.. 과연 맛은 있을까나?"
"어머님이 하신거야.. 내가 아니구.."
"그래? 그럼 맛도 좋겠군.."
"왜? 혜영이 음식솜씨가 네 입에 안맞니?"
"아뇨~ 잘 챙겨줘요.."
태훈이 혜영이를 바라보면서 말을 한다

"아닌거 같은데?"
어머님은 웃으면서 아들에게 부친 전을 집어 입안에 넣어주신다

"근에 어머님~"
"그래.."
"고기가요.. 냄새가 이상해요"
"그래에~?"

적거리를 들어 코 가까이 데고는 킁킁~ 거리며 냄새를 맡으신다

"글쎄다.. 내가 느끼기엔 모르겠는데.."
"이상하다.. 냄새가 디게 역겨운데.."
"그러냐? 태훈아 니가 한번 맡아 봐라"
어머니는 이번엔 태훈의 코 가까이에 디다 미신다

"글쎄 나는 고기냄새만 나는데.."

"웅~ 내 코가 이상한가?"
혜영은 역겨운 냄새를 아까부터 간신히 참았는데 아무도 아니라고 하니 더 우길수가 없었다

"얘~ 너 어디 아픈거 아니니? 원래 몸이 허해지면 입맛도 변하는 법인데"
"그런건 없어요.. 그냥 요즘 식용이 없고 좀 잠이 종종 오는것 밖에는.. 뭐 이런건 예전부터 있었구요.."

그렇게 아무것도 아니라고 넘기고는 제사 준비를 마저하고
점심은 비빔밥으로 해서 먹고
하루종일 설겆이 하고 과일 준비하고 혜영은 피곤이 너무 몰려와 하마타면 주저앉아서 울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늦게야 절을 올리고 늦은 저녁 제사밥을 먹고 차 안에서 혜영은 녹초가 되었다
"힘들지?"
"응 나 힘들어서 죽을꺼 같아"
"미안하다.."
"오빠가 왜 미안해?"
"결혼해서 시댁일 봐야 하고 네 일도 많고 하는데.."
"괜찮아 오빠.. 왜 그런게 미안해"
"집에가면 내가 다리 주물러 줄께"
"그 뻥 진짜지?"
"진짜야 임마~"

태훈은 또 혜영의 정수리를 손으로 비비적 거린다

어두컴컴한 방에 들어가자 마자 불을 킨다
혜영은 씻을 엄두가 나질 않아서 그냥 침대에 누워 버렸다

"씻지 말고 그냥 자자.. 어차피 낼 아침 또 씻어야 하잖아"
"현명한 판단이십니다.."
두 사람은 쿠쿠하고 웃으면서 나란히 침대에 누웠다

"오빠? 뭐 나 한테 해줄꺼 없어?"
"뭐?"
"이거봐.. 아까전에 다리 주물러 준다고 하더니.."
"맞아.."
태훈은 다리를 뻗쳐 탈력을 받으며 윗몸을 일으킨다
두 손으로 꾹꾹~ 힘있게 다리를 주무른다

"시원하냐?"
"응.. 좋아"
위에서 아래도 종아리 뒷쪽까지 꾹꾹 아주 군데 군데 시원하게 잘도 주물러 준다
혜영은 가는코를 골 정도로 금방 골아떨어졌다
태훈은 졸린 눈을 비비며 혜영의 다리를 끝까지 주물러 주는데..

갑자기 혜영의 다리사이에 혈이 흘러내렸다
가만히 치마를 들추자
혜영은 깊은 곳에서 새빨간 피가 흘러나오고 있어다

"야~야~ 일어나봐"
"으웅~~ 왜?"
"너 피가 나와"
"피?"
"응.. 혹시 생리하는거 아냐?"
"아닌데.. 날짜가 많이 지나서 나도 궁금해 하긴 했는데.."

혜영은 너무 챙피했다
잽싸게 화장실로 가서 흘러내린 혈을 닦고는 생리대를 대고 나오는데
극심한 통증이 밀려왔다

"아우~ 배야.."
화장실 입구에서 쪼그려 앉아 태훈을 찾는다

"야~ 왜그래? 어디 아파?"
"배가 아파 .. 배가 꼬이는거 같아"
"생리통 아니야?"
"아냐.. 나 생리통 같은거 없어.. 엄마~~ 배가 아파 오빠.. 어떻게.."

태훈은 어쩔줄을 몰랐다
갑자기 혜영의 비명이 이어지고는
쪼그려 앉은 자리에 혈이 떨어져 있었다

"이거 뭐야?"
혜영이 손으로 문지르더니 양손에 이내 뻘건 피가 뭍어 나왔다
"오빠아~~ 어떻게.. 왜이러지?"
"야.. 이거 뭐냐.. 도대체 너 왜이러는거야?"
"몰라.. 빨랑 전화해...엄마한테 전화해줘?
"알았써 ..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봐"

태훈은 급하게 수화기를 들어 집으로 전화를 한다

"여보세요?"
"어머니.. 전데요 태훈이예요?"
"그래.. 이 시간에 왠일인가?"
"혜영이가.. 혜영이가.. 피가 나요"
"뭐? 피?"
"네.. 퀄퀄 흘러요 피가.. 어떻해요?"
"임서방.. 피 닦기고 일단 수건큰거라도 데고 있게.. 출혈양이 많은가?"
"네.. 많아요 지금 바닥에 흥건해요"
"알았네.. 언능 갈테니까.. 혜영이 먼저 추스리고 있게"
"네.. 어서 오세요 어머님.. 빨리 오셔야 되요"

대꾸도 없이 벌써 끊으신 모양이다
태훈은 수화기를 놓고 혜영에게 가자
혜영은 그 자리에 앉아서 계속 해서 울고 있다


"괜찮아.. 별일 아닐꺼야.. 이거 피나 먼저 닦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