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하지 말라는 태훈의 말은 귓전에서 윙윙~~거릴 뿐이였다
입속엔 차마 고이지도 못하는 침이 꼴딱 넘어가는 중이다
엷은 분홍빛의 블라우스는
고동치는 심장에 들썩거릴 정도였다
"아~~~~ 아무래도 진정이 안되... 어떻게.."
"괜찮아~ 너 답지 않게 왜그래?"
"오빠야 오빠식구니까 괜찮지만.. 난 아니잖아"
"ㅋㅋㅋ 아니 이렇게 심장이 약했었나?"
"피~~~ 나 싫어하시면 어떻하지?"
"그럴일은 없을꺼야"
집에 도착하기 전에 인근 백화점서 브로치와 넥타이를 사가지곤
전문 포장인에게 맡겨 근사하게 포장을 부탁했다
집앞에 다다르자 혜영은 다시 한번 화장품을 꺼내 콤팩트를 찍어 바르곤
입술을 한번 위아래로 슬슬 비벼 본다
"나 화장 괜찮아?"
"예뻐.. 예뻐.."
"옷은?"
파스텔 소라색의 치마정장과 목걸이에만 포인트를 준 혜영은
인사를 위해 어제 마련한 옷이였다
"것두 예뻐.예뻐.."
"선물이 약소한건 아닌가?"
"아~~ 다 괜찮아.."
"에휴~~~"긴 한숨만 나온다
"그렇게 떨려?"
"응...."
"괜찮아.. 우리 부모님 그리 깐깐 하시분들 아니야.."
"그래도.."
검정색 철문앞에 서게되자
심장은 아까보다 두배 세배로 더 뛰기 시작했다
<침착하자.. 침착하자...>
흐음~~~ 퓨후~~~
긴호흡을 서너번 내쉬고 "철컹"하고 열리는 대문을 밀고 태훈의 손을 잡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어머니.. 저희 왔어요"
주방에서 혜영을 맞을 준비를 여지까지 하신 모양인지
앞치마를 두른 상태에서 어머님이 잔걸음으로 나와 방겨주신다
"아.. 어서와요 .."
"안녕하세요"
허리를 굽혀 혜영은 인사를 드린다
"미안해요.. 아직 준비가 덜 끝나서.. 저기 소파에 조금 앉아 있어요"
"아~ 네에~~"
소파에 앉을려고 막 엉덩이를 붙이려는 순간
방문이 열리면서
"그래~~ 왔니?"
"아버지 벌써 들어오셨어요? 인사해 혜영아 아버지셔.."
"네..(꼴깍-침한번 넘기고) 안녕하세요.. 계신줄 몰랐어요 죄송해요"
"아~ 아니예요"
손을 내 저으면서 태훈의 어버지는 그녀에게 괜찮다고 소파에 앉으라고 얘길 해주었다
사선에 앉아 있는 혜영의 모습을 바라본 순간
아버지의 표정이 갑자기 굳어 버렸다
<헉~~~> 순간 미주가 다시 돌아온 착각이 들었다
너무나도 닮은
약간 체격적인면이 틀리긴 하지만
동그란 눈망울 하며
얇은 입술
항상 귀가 잘생겨서 미주가 맘에 든다 했었는데
그 잘생긴 귀까지 빼다박은 닮은꼴이였다
"어머니~~~ 그만 대충하고 나오세요"
조금 떨어진 주방에서 "그래~~"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쟁반에 정갈하게 깎은 과일과 4잔의유자차를 담아 내오신다
"잠시 식사하기 전에 이거먼저 먹으면서 얘기나 해요.."
"네~~ 그리고 두분 말씀 놓으세요.. 전 괜찮아요"
혜영이 높여주는 존대에 불편하고 존대할만한 자신이 아니라고 먼저 편하게 불러달라고 얘길 꺼낸다
"그래요.. 천천히.. 그래도 오늘 첨 만났는데..."
태훈은 그저 미소를 머금은채 혜영과 부모님을 바라보는 중이다
"그래.. 부모님은 뭐하시는 분인지?"
"예.. 아빤.. 아니 아버진 화사에 다니시구요.. 무역업을 하세요.. 어머닌 그냥 집안에서 내조만 하시고 위로 둘인 오빠가 있어요"
"맥내에요 혜영인 외동딸"
태훈이 말을 가로채서 혜영이 집안에서 대접받고 자란 딸임을 강조한다
"귀여움 많이 받고 자랐겠네요"
"네..."
"오빠는 뭘하는지?"
"예.. 큰 오빤 결혼했고.. 부산서 살고 있어요..공학박사 공부중이고.. 대학에서 강사하고 있어요.. 작은 오빤 이제 군대 다녀와서 복학했구요.."
"음.... 그래..작은 오빠가 뭘 전공하나?"
"작은 오빤 예체능이예요.. 조정을 하고 있구요"
"아휴~~~ 예체능 힘들텐데...부모님이 뒷바라지 많이 하시겠네?"
"네... 그런편이예요 아무래도..."
불편한 질문이 계속되고
혜영은 대답하는 그 와중에도 왜 이런것이 궁금증에 대상이여야 하는지 이핼할수가 없었다
집안과 배경 형제들의 공부내지 사는 정도 부모님의 사화적인 위치...
순간 자신이 대학을 나오지 못한것이 이렇게 큰 불편함인지...
혜영은 자존심이 상했다
여지껏 대학을 나오진 못했지만
나름대로 직장생활하면서
버는 돈은 꼬박꼬박 부모님께 드리고
적금도 하고
레져도 배우고
회화공부도 마스터 하고
참... 열심히 배운다고 배웠는데
그 모든것이 대학이란 문 앞에서 스르르~~ 무너지는 순간이였다
식사하는 중에도 물론 혜영은 식탁위에 차려진 온갖 음식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단맛인지 얼큰한지도 모르고
그냥 그냥 어른들이 보기에 입이 짧게 보이지 않게
나름대로 열심히 먹는 시늉을 했다
"정말 음식솜씨가 좋으세요"
"그래요? 고마워요.. 나야말로 혜영이가 맛있게 먹어줘서 좋네요"
"아니예요.. 정말 맛있어서 잘~~ 먹었어요"
손으로 입을 가리시곤 어머님은 웃어주신다
부모님의 일차 관문은 이렇게 통과를 하고
태훈과 함께 이층으로 올라갔다
"여기가 내 방이야..어때?"
"어때고 저때고 나좀 눕자 오빠"
"ㅋㅋㅋㅋ 짜식~~ 그렇게 긴장되냐?"
"아~~~~~~~ 편하다 이제야 살꺼 같아"
둘만의 공간이라 보는이 없는지라 혜영은 문을 닫자 마자 태훈의 침대에 널부러 진다
"근데.. 오빠야.."
"응?"
"어머님은 잘 모르겠는데.. 아버님이 날 별루이신거 같아"
"아냐.. 네가 잘못 느낀거야.. 하두 긴장을 했으니까"
"그런가?"
"똑똑똑"문소리에 혜영은 잽싸게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매만진다
"네~~"
"전번에 선영이네 집에 갔다가 얻어돈 강정이다.. 니네들 입맛엔 별로지만 한두개 먹다보면 고소해... 한번 먹어보라고.."
"네에...이리 주세요"
혜영은 들고온 쟁반을 받아
책상위에 올려놓고
나가지 말고 같이 얘기하자고 물어본다
"아니예요.. 젊은 사람들끼리 얘끼해야지.. 그렇치 않아도 불편했을텐데.."
다시 태훈과 혜영은 둘이 되고
좋아하진 않치만 먹을 티는 내야 할듯 해서
깨가 촘촘히 박혀 있는 강정을 집어서 먹어 본다
"음~~ 이거 생각보다 맛있네..오빠두 먹어봐.."
"너 먹어.. 난 심심치 않게 먹는다.."
"그렇구나... 어머님이 강정좋아하시나봐.."
"응.. 그런편이야.."
"알았어 기억해 놓아야쥐"
혜영은 태훈의 방을 천천히 둘러보고
둘이 같이 앨범도 보고
두런두런 얘기를 하다
늦지 않게 인사를 드리고 나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태훈은 이제 자기가 인사드리러 갈 차례니까
언능 날 잡으라고 성화아닌 성화를 부렸다
긴장감이 풀리면서 혜영은 피곤이 급습해 왔다
"오빠 집에 들어가서 상황 보고해줘.. 나 궁금하니까"
"알았어.. 보고하나 마나지.."
"ㅎㅎㅎ 그런거야?"
"그러엄~~~"
혜영을 데려다주고 집으로 들어가자
부모님은 쇼파에 앉아 계셨다
"이제오니? 집에 잘 데려다 줬어?"
"예.. 데려다 주고 바로 오는거예요"
"태훈아 이리좀 앉아 봐라.."
"네..."
분명 보고난 후 소감을 말씀해주시겠지
맘에 든다고
이쁘다고
태훈은 들어봤자 뻔한 결과를 다시 한번 확인한다 생각하고
가볍게 쇼파에 털썩.. 앉는다
"태훈아.."
"예.."
"난 혜영이란 아이 맞이할수가 없다"
"네? 왜요? 뭣때문에요?"
"그 이윤 네가 더 잘 알고 있지 않니?"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의외의 변수가 작용하자 태훈은 당황할수 밖에 없었다
"무슨 이윤데요? 알아 들을수 있게 얘길 해 주세요?"
"대학을 안나와서요?"
"아니다 그런거.."
"그럼요?"
"너... 혜영일 미주로 착각하는건 아니냐?"
"미주요?"
"그래.."
"아니예요.. 첨엔 미주와 닮아서 저도 끌렸지만.. 절대 그렇치 않아요"
"날 속이려고 하지마라.. 이건 널 위해서도 또 그 아일 위해서도 아니다"
"아버지이~~~"
"난 미주가 다기 돌아왔는줄 알았다.. 내가 이정돈데.. 넌 어떻겠냐?"
"또.. 살면서도 미주와의 추억을 잊는다고 할수 있지만.. 몸에 벨때까지 그 애가 받을 상처.... 갈등..."
"아니예요.. 절대 아니예요.. 이젠 미준 그저 옛여자일 뿐이예요?
"태훈아.. 엄마도 그애가 맘에 든다.. 구김없고 밝고 이쁘고 나무랄때가 없는거 자~~알 안다.. 그치만 아버지 말씀에도 일리가 있단다.. 또 니들이 결혼해서 불거져 나올 미주에 대한 습관.. 헷갈림... 지금은 이해하고 용서할수 있다고 생각할수 있지만.. 결혼생활을 그렇치않아.."
더는 듣고만 있을수가 없었다
내가.. 나 자신이 괜찮다는데 왜들 그러신건지..
혹 다른게 맘에 안드는게 있는걸 미주와 연관을 시키는건 아닌지
방문을 걸어 잠그고
태훈은 그렇게 침대에 얼굴을 뭍곤 괴로워 하고 있었다
<미주야... 네게 벗어나는 길이 이렇게 험난한지 모르겠다... 날 놓아주기 싫어서니?... 내가 아니고 네가 먼저 날 떠났잖니.. 난 그동안 정말 고통받았는데... 왜 가족까지 너때문에 내 발목을 잡아야 하는거니... 왜?..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