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을수도 길수도 있었던 이틀간..
혜영의 얼굴은 눈에 띄게 야위어 있었다
가만히 얼굴에 두 손을 데고... 혜영의 거실거린 얼굴을 보담듬어 준다
눈만 껌뻑이는 혜영은..
겁을 잔뜩 머금은 어린 송아지의 눈동자 처럼
말없이 얼굴은 매만지고 있는 태훈의 얼굴을 쳐다보고만 있다
"혜영아... 정말 미안해.. 네 얼굴 보니까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수 있을꺼 같아..."
"괜찮아~ 오빠"
"할말이 없다..네게.."
"대신 약속하나 해줘"
"뭔데?"
"이제부턴 그 미주라는 여자때문에 괴로워 하지 않겠다고"
" 난 이틀동안 너때문에 괴로웠어.. 이젠 미주때문에 힘들어 하지 않을께.."
"정말 약속해 줄수 있는거지?"
"노력할께 ......"
노력이라~~~~~
약속이 아닌 노력....
태훈의 그 대답속엔 미주라는 여인의 미련을 날리기엔
좀더... 조금더...시간이 필요한듯 했다
혜영은 "노력"이란 단어에 더 이상 토를 달지 않았다
노력만으로도 그 기나긴 추억을 지울수 있기엔 충분하다 생각했기에..
여름은 빠르게 지나갔다
선임은 10간의 일정으로 간 배낭여행을
여름 방학 내내로 변경을 하고
은주 역시
예전에 항상 그러했던 100일만의사랑 기록에 도전 중이였다
오랜 기간 연애를 못하는 친구였는데
이번만큼은 정말 제대로 짝을 만난듯 하다
항상 죽고 못살 정도로 붙어 다니는것이
매일 만날때 마다
"유치 ??다발들..."거리며 두 사람을 놀리곤 하였다
가을은 그렇게 다가왔고
그들의 사랑도 가을처럼 농익어 가는 중이였다
"태훈아.. 엄마다.. 오늘 왠만하면 일찍 들어와라..꼬옥~~"
어머님의 음성이 남겨져 있었다
왠만해선 연락을 하지 않은 분이신데...
무슨일인지 자믓 궁금하고
또 괜한 소릴 하실려고 하는건 아닌가 짜증도 난다
돌아오는 주말에 친구들과 혜영이와 같이 야외로 놀러기기위해 모임을 갖으려고 한 계획을 취소하곤
퇴근하자 마자 바로 집으로 들어간다
미주와의 일 그 이후부터
서먹해진 사이...
일년에 몇번 하지 못하는 저녁식사지만
오늘도 마찬가지로 대화없는 식사시간을 하고 있다
아버지가 식사를 마치면서 일어나신다
"태훈아.. 식사 마치면 안방으로 건너와라..."
"예~~ 그럴께요"
무슨 중대한 얘길 전하실려고 하긴 하나보다
어머님도 태훈의 눈치를 보는것이
아마도 예전에 꺼냈던 선 자리라는 것을 감지 해 본다
"무슨말씀을 하실려고 하세요?"
설겆이 까지 미루고 같이 앉아계시는 부모님께
태훈이 먼저 말을 건넨다
"그래... 이젠 그만 네 고집대로만 받아줄수가 없구나.. 미안하다"
"네?"
"이번주 토요일에 J호텔서 5시에 약속을 잡았다"
"아니 무슨 말씀 이세요? 약속이라뇨?"
"너두 알께다... 수원에 있는 아버지 친구..."
"그 신문사에 계신분 말씀 이세요?"
"그래... 그 집 딸을 올 초에 보고 왔는데 아주 맘에 쏙~~ 든다"
"아버지이~~~~"
"그만하면..니 엄마하고 나도 많이 기다렸다..이번엔 네가 양보해야 하지 않겠냐?"
"그래도 그렇쵸... 저한텐 상의한번 안하시고.."
"너한테 얘기하면.."
"그래두요 아버지이~~~"
"두말하지 말고 나가거라... 내가 몇번 봤는데 아주 괜찮은 아이다..
잘 컸고, 인상도 좋구, 공부도 잘 마치고, 지금현재 연구소에서 근무한다고 하더라... 집안도 빠지지 않고 요즘 애들 답지 않게 아주 다소곤 한게.. 아주 아주 맘에 든다"
"저.. 드릴말씀이 있어요"
"뭔데 그러니?"
잠자코 듣기만 어머님이 태훈의 발언에 무슨얘낄 꺼내려고 하는가 하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태훈의 말을 빠르게 건네 받는다
"실은.. 말씀 드리지 못했는데..사귀는 사람이 있어요"
"뭐라구?"
두분이 동시에 말씀 하셨다
"사귀는 여자 있다구요.. 한 넉달 되어가요"
"아니 근데...왜 여지껏 얘길 안했니?"
어머니는 조금 서운하단 말투로 태훈에게 물어 본다
"그냥 그랬어요... 섣불리 빨리 말씀을 드릴수가 없어던 상황이라.."
"그래.. 무슨 말인지 알겠다.. 어떤 아이니?"
"다 좋아요.. 밝고..이쁘고.. 생생하고.. 야무지고..."
"호호호 태훈이 이 녀석이 단단히 빠진 모양이네요... 여보"
"그래~~ 전공은 뭘 했다니?"
"대학은 나오지 않앗어요.."
"뭐라구?"
아버지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건지.. 이해할수 없단 얼굴로 질문을 하셨다
"대학이 뭐 그리 대단해요.."
"아니... 그래도 ..."
어머니는 옆에서 말끝을 흐리면서 기왕이면... 이란 말을 덧붙여 본다
"한번 데리고 올께요 만나고 나면 생각이 틀려질꺼에요.. 얼굴도 얼굴이지만... 키도 크고 몸매두 아주 잘빠졌어요...ㅋㅋㅋㅋ"
"아니... 이놈이.. 외모에 홀랑 반한 모양이구나?"
아버지 역시 웃음을 머금고 태훈에게 나무라신다
"그리고... 중요한건 미주에 대한 지난일도 아주 잘 이해해준 아이예요"
"미주?"
역시 이번에도 두 분이 동시에 물어보신다
"네~~~~~~~"
"미주와의 일을 안단 말이냐? 아니 어떻게? 언제?"
자식의 가장 큰 걸림돌인 미주를 이해했다는 태훈의 말에
아버지는 질문을 급하게 쏟아내기 시작했다
"얼마 되지 않았어요.. 제 깐엔 많이 힘들었는지 제 얘기 듣고 심하게 몸살까지 나기도 했어요... 근데 다 이해할수 있다고... 지난일이니까... 그리고 아직 제가 못잊고 있는것도 알아요..."
"아니....못잊는다고 얘기 했냐?"
"아니요.... 잊었다곤 말 못하고 노력한다고 했어요.."
두 분은 잠시 아무말씀도 없이 태훈만 바라보고 계셨다
그리곤...
"내 오늘 전화해서 주말 약속은 취소 하마.. 하지만 아직 그 앨 허락한건 아니다.. 한번 만나고 나서 얘기해주마.. 건너가서 쉬어라"
"예~~ 확신 하지만.. 아버지 어머님도 분명 혜영이를 좋아하실 꺼에요"
"그 애 이름이 혜영이니?"
어머님이 바로 이름을 듣곤 다시 물어 보셨다
"예.....조만간 인사시켜드릴께요.. 건너갑니다"
방문을 닫고 나온 태훈은
정말 정말
그동안 쌓였던 감정이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였다
항상 부모님께 자신의 과거 때문에 죄인 처럼 느껴졌고 음산한 집안의 분위기의 장본인이 자신이라것 때문에
여간 죄송한게 아니였었다
대화도 끊기고 형식적인 가족관계가
너무나도 답답하고 지겨웠었는데
이젠 정말 실마리가 풀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언능 전화해야 겠다.. 고녀석 긴장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