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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1일 1샤워 공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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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569

[제13회]


BY 시켜만주이소 2002-12-29

샤워를 하고 나니
먹은 술이 전부 깨는듯 하다
"지금이 몇시지?"
시계를 보니 새??시가 막 지나있었다
<지금 호출하면 너무 늦었겠지? 그래도 한번 해볼까....>
전화기를 들어 혜영에게 음성을 남겨본다

"혜영씨~~ 너무 늦은 시간이죠? ......
술 한잔 했습니다 친구들하고 말이죠....
술 마시면서 혜영씨 얘길 해주고 싶어서 입이 많이 간질 거렸어요..
근데 하지 못했어요.....
왜 못했냐구요? 모르겠어요..... 저 때문에 괜히 잠든거 깨운건 아닌가 모르겠네요.... 낼 수영장 ... 아니 오늘 수영장 오실꺼죠? 기다릴꼐요.... 혜영씨 잘자요...."


전화기를 놓고 나서
괜히 했다는 생각이 든다
<술먹었단 소린 하지 말껄..... 너무 늦은 시간이였는데.....>
태훈은 음성을 남긴후
자신이 한 행동에 적지 않게 후횔한다

"삐삐.. 삐삐.. 삐삐.."
호출기를 보니 전화번호가 찍여있다
596-0000
혜영씨라는 섣부른 판단이 앞선다

호출기에 나와있는 번호를 하나 하나 확인을 하면서
태훈은 전화를 걸어 본다

"드르르륵~~~~~ 드르르륵~~~~~"
"여보세요"
"여보세요 호출하신 분이요..."
"저에요 태훈씨..."
"아......예......."
"너무 늦은 시간에 호출해서 괜히 잠자는거 깨운건 아닌가 걱정했어요..."
"ㅎㅎㅎㅎ"
"원래는 막 잠자리에 들 시간이긴 한데요 이상하게 오늘은 잠이 안오더라구요.... 아마도 태훈씨가 호출을 할꺼라는 생각에 그랬나 봐요..."
"푸하하하 다행인데요 그럼...."

"술 한잔 했어요?"
"네......."
"근데 전혀 술 먹은 목소리 같지 않은데요?"
"아 ... 들어온지 좀 됐어요 샤워하고 그랬더니 벌써 술은 다 깼네요"
"주산 없어요?"
"아.... 그런건 절대 안키웁니다"
"다행이네요..."
"조금 놀랬어요?"
"네?"
"이 시간에 태훈씨 한테 음성이 남겨질줄은 생각도 못했거든요... 그리고 그거 아세요?"
"뭘요?"
"태훈씨 한번도 수영장에서 만나고 그 시간 외에 저에게 호출한적 없었다는 사실이요?"
"그랬나요.... 하하하하....... 그러고 보니 그런거 같네요..."

"실은 한번은 먼저 연락을 주셨으면 했어요.."
"그럼 먼저 연락하지 그러셨어요?"
"그러고 싶었어요... 근데 그러지 못했어요?"
"왜요?"
"모르겠어요......."
혜영은 내심 태훈의 늦은 호출이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하루에도 골백번은 호출기를 쳐다보는 버릇이 생길 정도였다
호출기가 망가진건 아닌까
음성이 오면 태훈씨가 남긴건 아닐까 하는...

"술 먹고 너무 늦게 호출을 해서 괜히 혜영씨에가 나쁜 이미지가 새겨질까봐 두근반 했었는데.... "
"아니예요 잘했어요..."
"너무 다행인데요?"
"원래 그렇게 누군가에게 다가설때 조심성이 있으세요? 생각이 참 많은 사람 같아요?"
"그런건 아닌데요....... 그냥 그렇게 됐네요....."
"태훈씨?"
"네?"
"저 ......실은 태훈씨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요"
"........."
"왜 말씀이 없으세요?"
"혜영씨......"
"네........"
"전 혜영씨가 누군지 궁금한거 보다......."
"네..... 계속 말씀 해 보세요..."
"전 혜영씨가 벌써 좋아지고 있어요......"
혜영은 생각지도 못한 태훈의 발언에 호흡이 막히는듯한 느낌을 받는다
"네? 뭐라구요?"
"혜영씨가 벌써 좋아요......아침에 수영장에 혜영씨의 모습을 보지 않으면 하루 일과가 잡히질 않아요..."
"........."
"혜영씨 ? 제 말 듣고 있어요?"
"네..들려요.."
"혜영씨?"
"네 .. 말씀 하세요..."
"참 이런말 하기 그렇치만...."
"우리 정식으로 사귀어 보지 않을래요?"
"........."
"혜영씨?"
"네......."
"제가 너무 성급한가요?"
"아니예요 실은 태훈씨가 남긴 음성을 듣고 .....태훈씨 항상 반듯하고 정직한 그런사람같이 느껴 졌어요... 근데 술먹고 남긴 음성 들으면서 이 사람도 참..... 인간 다운 면이 있구나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 방 번호로 호출 한거에요...."
"그러셨군요.... 너무 고마운데요 정말?"
"혜영씨? 그럼 저 이제 혜영씨 애인됩니다?"
"그래도 되죠?"
"아니 그럴래요.."
"ㅎㅎㅎㅎ"
"좋아요 그럼 저도 이제 태훈씨 애인이네요..."


밤은 깊어 가는데 두 사람의 대화는 좀처럼 끝낼줄 모른다
그날 혜영이와 친구들이 나이트를 가지 않았다면
태훈과 혜영은 이렇게 만날수 있었을까?


인연이란것이 참 묘하다
아무리 인연이라 생각하고 맞출려고 노력을 해도
안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무리 헤어질려고 해도 떨어지지 않는 사람들이 주위에 많다

인연........
비록 짧은 두 단어이지만
그 말 안에는
수 많은 의미와 헤아릴수 없는 뜻이 담겨져 있는듯 하다

정말 한여름밤은 깊은줄도 모르고
혜영과 태훈은 그렇게 전화로 그간 속내음을 속삭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