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영씨 죄송합니다"
"급하게 일이 생겼어요 너무 늦게 연락드린건 아닌가 싶네요
지금이라도 연락주실수 있는지요 기다리겠습니다 너무 죄송합니다"
그한테 연락이 왔다
<아씨 .. 약속 다 잡았는데 어떻게 변경하냐구 ...
미치겠네 뭐하는데 굼뜨다 이제서야 연락을 하는거야 나보구 어쩌라고 >
혜영은 지승우와 만나기로 약속한 상태에서 온 태훈의 음성에
약속을 번복해야할지 아님 고집을 해야할지 엄두가 서질 않는다
<할수 없지 뭐... 이제와서 거절하기엔 너무 늦었네>
그냥 아무 대꾸 없이
알아서 해석하길 바라는 맘으로 혜영은 삐삐를 치지 않고 퇴근을 한다
승우의 자가용을 타고 팔팔올림픽대로를 따라서 미사리로 향한다
"아니 갑자기 왜 나하고 만날려고 했어?"
"약속이 있을꺼 같다고 하지 않았나?"
"중요한거 아니여서요 오늘 그냥 선배하고 점심도 먹었겠다 끝까지 있고 싶네요"
"ㅎㅎㅎㅎㅎㅎ"
혜영은 속으로 말은한다 <말못할 내 맘을 니가 아냐?>
<내 또 회사에 그간 쌓아온 이미지가 있는데 번복할수 없지...>
"승우 선배 오늘 저 잼나게 해주세요"
"하하하 그럼 그럼 나도 바라던 바야.."
주말 오후의 퇴근시간인지라 팔팔도로는 줄줄히 외곽으로 빠지려는 차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속도가 올랐다 느쳤다 하는 동안
??徨?건물들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이름모를 사람들의 모습
청명한 하늘
주말답게 활기찬 댄스음악이 라디오에서 흘러 나온다
"좋네요 비록 더디긴 하지만 이렇게 어딘가 갈수 있단것이..."
"혜영씨 무슨 고민있어? 오늘 조금 이상하네.."
"제가요? 아닌데요 원래 제 모습이 이거에요"
"전 분위기 잡을려고 애쓰는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내숭까는 성격도 못되요 승질이 조금 못되먹어서리...."
'푸하하하하"
"역시 혜영씨 다운 발언이야 이제야 혜영씨 같은데"
어느정도 달리고 나서 팔팔도로는 끝이 나고 차선이 좁아지면서 들어가고픈 맘이 절로 생기는 외곽의 특유의 카페와 가든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저런거 하나 차릴려면 돈이 얼마나 들까?>
<나도 회사 때려치우고 저런거나 차리면서 팽팽 놀면서 살까?>
근사한 카페와 가든의 모습에 매료된 혜영은 뜬금 없는 생각에 잠시 사로잡힌다
"저기 어때?"
"로미오와 쥴리엣"
"저거요?"
"그래요 오늘은 제가 쥴리엣 되고 선배가 로미오 되요"
차를 주차하곤 카페안으로 들어가자 교육이 잘 되있는 웨이트리스가 그들을 자리로 안내해준다
30CM가량 떨어트린 위치에서 정확이 물잔에 물이 떨어진다
주르륵~~~~~~~~
그렇게 똑같은 양이 두잔에 물컵에 따라지곤
"주문하시겠습니까"
"전 헤이즐넛 주세요"
"아~ 나도 같은걸로"
어떤 심리학자가 한 말이 생각난다
호감이 가는 상대에겐 같은 행동 같은 음식 또는 차 종류를 시킨다고
혜영은 그가 하는 행동을 눈여겨 바라본다
"선배는 오늘 뭐할생각이였어요?"
"나? .....뭐 그냥 집에 가서 운동이나 하러 갈려고 했지.."
"무슨 운동 좋아하세요?"
"여름엔 아무래도 수영이 최고 아니겠어?"
"음...... 수영은 나도 매일 아침 하는데.."
"어 그래?"
"어디서 수영하는데?"
"압구정에 Y수영장이요"
"그게 어디있지?"
"있어요 그런데가 왜요? 선배도 그리로 다니시게요?"
"아니 ...뭐 물좋은 곳이라면 나도 활동범위를 옮겨 볼까 해서.."
ㅎㅎㅎㅎ
향기 가득한 혜이즐넛 커피와
외곽의 풍경은 그야말로 심신의 피로를 말끔이 녹여주는듯 하다
"와인 한잔 마시면 좋겠는데..."
"와인요?"
"난 속으로 맥주 생각하고 있었는데"
" 아 이런... 또 차이가 나네"
"와인이나 맥주가 똑같은 알콜인데 뭐가 틀려요 마시면 장땡이지.."
"그렇게 되는건가"
그들의 대화는 그로부터 끝이 없다
혜영의 삐삐는 핸드백 안에서 쉴세 없이 진동을 내뿜고 있다
확인해보지 않아도 누군지 뻔~~ 하다
임태훈 그 작자 아니면
입이 간지러워서 상황보골 알려주지 못하는 은주일께 뻔할테니..
서로의 사는 방식, 좋아하는 것들, 나쁜 취미,
흔하게 남녀사이에 초반 신경전이라고 해야하는 일상생활의 질문을
단단형 식으로 승우와 혜영은 건네도 받고 또 건데고 받고
그런데도 시간은 잘도 흘러간다
내심 속으론 삐삐의 음성을 확인하고 싶지만
<참자 참자 이럴때 바늘이라도 있었으면...>
혜영은 본인도 의아해 할정도의 놀라운 인내심을 보이고 있는 중이다
다른때 같으면 벌써 골백번도 자릴 뜨고 공중전화를 면회하고 왔을터인데
자리가 자리인지라...
"그만 일어나요 선배 어제도 늦게 들어가서 엄마한테 배불리 욕얻어 먹었는데 오늘은 효녀노릇좀 해야겠네요"
"선배 덕에 이런곳에 와서 느긋하게 대화도 하고"
"또 선배한테 있었던 선입견도 바꿔보구.."
"나한테 어떤 선입견이 있었어?"
"말해주면 안될까?"
"ㅎㅎㅎㅎ"
"선배 대단한 바람둥인줄 알았거든요"
"근데 오늘 얘기해보니까 그렇치도 않은 사람같아요 "
"왠지 오늘의 대화는 거의 제가 리드하고 선배가 따라와준거 같은데요?"
" 난 혜영이 재잘데는 얘기만 들어도 기분이 좋네"
"다른 사람한테도 이렇게 자상한가요?"
"아니 .. 지나친 관심은 관심이 있는 사람한테 뿐이지.."
"자도 지조가 있는 가이라고."
"어쨋거나 고마워요 말을 할순 없지만 오늘 내심 기분이 별로였는데 선배덕에 많이 풀어졌어요 제가 이 은혜는 꼭 갚을께요"
"또다시 시간을 내준다면 나로썬 영광이구"
"그럼 오늘은 이쯤에서 레이디를 집으로 안전하게 모셔다 드릴까"
"약간의 계획에 차질이 빗긴 ?지만 다음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뭐 다음까지야 항상 보는 얼굴인데요 뭐......"
졸음이 온다
커피엔 카페인이 있어서 잠을 ?는다고 어느 누가 말을 했더냐
그 일일히 사람 하나 하나 실험을 해서 나온 평론인지
왜 이렇게 커필 마셨는데 졸음이 오냐
혜영은 천근만근 무거운 눈커플을 간신히 유지하면서 중간 중간 대화를 받아주면서 그렇게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 나왔어"
"왠일이냐 주말인데 니가 해가 있을때 다 들어오구"
"엄마도 뭐 내가 항상 보름딸 떠야 귀가하는줄 알아?"
"내 니 얼굴 낯에 보니 이상하다 내딸 맞니?"
"엄마!!!!!!!!"
혜영은 입술을 씰룩 거리며 자기 방으로 돌아온다
옷을 벗기도 전에 핸드백속의 삐삐를 확인해 본다
메세지8개
<누굴까 임태훈일까 은주일까>
전화기를 걸어 또박또박 번홀 누르고 비밀번홀 누룬다
첫번째 메세지
(야 ~~~~ 나다 연락해라)
두번째 메세지
(야 이년아 뭐하는데 연락도 안하냐 바로 해라)
세번째 메세지
(어어~~~ 이것이 생을 마감하고 싶냐? 오동나무 속으로 들어가고 싶냐? 언니가 연락을 하라고 한지가 언젠데 여지껏 오리발이냐?)
네번째 메세지
(어라.... 점점 ....이 싸가지 너 죽는다아~~~)
다섯번째 메세지
(야 너 무슨일 있냐? 연락좀 해라 궁금하다)
여섯번째 메세지
(웅~~~ 혜영아 나야 너 울집에 왔다 갔다 면서 어딨냐? 연락해라 집이야)
일곱번째 메세지
(혜영아 나 경아다 너한테 너무 오랫만에 연락했네 이 삐삐 네꺼 맞는가 모르겠다 하여간 이거 듣고 나면 전화주라)
여덟번째 메세지
(야~~~~~~~~~~~~~~~~~~~~~~~)
모두 마구 마구 삭제해버린다
<젠장... 와야할 메세지는 없고 다 내용물 없는거 뿐이잖아>
갑자기 울화가 치민다
<도대체 이인간이 날 뭘루 봤길래 지가 기다린다 하고 달랑 한번만 연락을 하고 두번이 없단말인가>
" 아씨 더워 날은 왜이리 더운거야"
에어컨 리모컨으로 강풍으로 틀러놓고
텔레비젼을 켜 본다
DJ.DOC 셋이서 난리가 났다
뭐 여름이 어쩌고 저쩌구 누가 울고 난리 부르스고...
훅훅훅훅~~~~
거친 숨을 내쉬어 본다
날 이정도로 밖에 평가하지 않는 임태훈이란 작자가
갑자기 미치도록 얄미워 진다
"신이시여"
"신이시여"
"저에게 참을 인 세개만 주소서...."
"안돼 못참아~~~~~"
배게를 들어 있는 힘껏 장롱에 내 던진다
죄도 없는 체크무늬 베게는 힘없이 방바닥으로 떨어지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