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리며 소나기라도 한 줄기 내려 주려는 듯한 날.....
"야,나가자.이런 날씨에 강의실에서 청춘에 곰팡이 피울일 있니?"
"그래두..주임 교수님 시간인데...."
준희는 다시 돌아온 지혜의 쪽지를 바닥에 집어 던지고 교수님의 따가운 눈초리를 뒤로한 채 강의실을 빠져 나왔다.
'아! 정말 살 것 같다.'
강의실 복도의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자 가슴이 열리는 듯 했다.몇 발자국 걸었을까?
"야! 넌 정말 못 말리는 기집애야1"
"그러는 넌 왜 따라 나왔니? 주임 교수님께 잘 보여 학점 관리나
잘 하시지?"
"얘는~~~학점 보다는 의리가 먼저지."
"야! 우리가 이런일도 없으면 제대로 숨을 쉴 수나 있겠니?"
"그래.겨우 10분 먼저 나온건데 뭐."
"좋아. 가자.내가 점심 살께.난 머리를 쓰면 배가 고파서 말이야."
"O.K."
늘 그렇듯 성격이 싹싹한 지혜가 준희의 팔짱을 끼었다.
고등학교 3년을 지겹게 붙어 다니고도 모자라 같은대학. 같은과.
지겹다고 지겹다고 그만 붙어 다나자고 둘은 입버릇처럼 말해도 그건
진심이 아닌걸 둘은 너무 잘 알고 있었다.그 지겨운 입시지옥을 탈출한게 불과 얼마 전인데 잔뜩 기대했던 대학생활 이라는 건 참 허망했다.준희는 도서관으로 지혜는 써클룸으로 향하면서 대학와서 새로운 애인 생겼다며 키득 거렸었다.사각의 교과서 말고 인생을 배우고 싶었는데,사람 사는 냄새를 느끼고 싶었는데 준희는 대학이 이런 거라면
사각의 책에 냄새나는 도서관에 4년 이라는 시간을 더 바치기로 마음 먹었다.
"이게 무슨 대학 생활이냐?"
칼국수 한 젓갈 후루룩 목구멍으로 넘기고 준희는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정답이 뻔한 넋두리가 또 나왔다
"얘 또 흥분이네.어디 교육 현실이 이런 줄 모르고 이땅에 태어났니
?엄마 배꼽으로 바깥 내다보며 다 캣취했었어야지.불만이면 아프리카
에 이민이나 가든지."
"......"
"이런 나라에서 잘 버텨내고 성공 하는것도 경쟁력이라니까."
지혜는 연신 젓가락질을 해대며 말했다
"어라?너 왜 조용해?천하의 달변가께서?"
"......지혜야....아프리카는 어떻게 하면 갈 수 있는거니?"
"........"
"난 정말 대학온게 후회된다."
"....어~~야~~~왜 그래?준희야~우리 머리 아프게 이런 얘긴 관두고
나가자."
둘은 칼국수를 남기고 일어섰다.캠퍼스 잔디에 앉을때 까지 둘은 말이
없었다.가슴이 묵직하기는 마찬가지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