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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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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회]


BY 올리브 2002-11-12

** 대화 **

창이 넓은 창가에 자리를 하고 오랜만에 린언니와 이야기를 나눴다.
언니가 좋아하는 카라멜라떼와
내가 좋아하는 모카커피를 앞에 두고 치즈케익을 곁들이며...
한참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다가 말문을 열었다.

/ 언니...
// 응?
/ 언니는 왜 나 욕 안해?
//뭐? 왜 욕해? 너를?.....왜 무슨일 있었어?
/ 아니....나 나쁘잖아...
//후후...휴우~...무슨일 있지...말해봐...
/ 그냥... 나 참 나쁜 사람 같아서....
//그래...우리 다 나쁜 사람들이야.
어느정도는 세상도 속이고 자기도 속이고 그렇게 사는거야.
나쁘다?..나쁘다의 기준이 뭐지?
/ 모긴...나 처럼 바람 피는거지...
// 그럴까? 전에 우리 친구가 그러더라. 자기 신랑이 너무 밉데.
꼴도 보기 싫을 정도로 밉다고...그런데 이혼은 하기 싫다고 하더라.
부모님 충격 받는것도 있고 남들에게 비취지는 모습에 신경 쓰인다는 거지.
그래서 매일 빈다고 하더라. 자기 신랑 어디가서 팍 죽으라고...후후
우습지? 마음이 참 이상하더라.
저 정도면 차라리 헤어지는게 낫지 않을까 싶었는데 친구 뒷말이 걸작이야.
혼자 돈 벌고 살기는 싫고 남편이 아직은 돈은 꼬박꼬박 갖다주니까
돈쓰는 재미로 산다고...
다른 친구 하나는 정말 잘 살어. 이름만 대면 알만한 집 며느리인데 신랑이
신혼때부터 바람 피우는거야. 근데 그때마다 시댁에서 돈으로 해결하는거야.
왜 드라마에서나 보는거 있지? 아마 시댁에서도 아들 둘이나 딸렸는데
이혼해봐야 시댁에서 골치고 하니 그냥 그때그때 입막음 하는거야.
사는게 그래...난 그때 느꼈지. 여자들 아니, 사람들 참 비겁하다고....
내가 정당한 부분에 대해서는 목소리 높이지.그러니 우리가 재벌들 욕하지.
더러운 돈이라고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얼마나 갈망하니?
그리고 내가 속해있는 부분은 꼬리 내리잖아. 요즘 엄마들 그런다잖어.
장애아이들과 통합교육 반대하는 경우 있잖아. 장애교육기관 하나 짓는것도 그렇게 힘들다고 하잖어. 주변 땅값 내려간다고...
어쩌면 세상에 도덕의 잣대는 없는거야. 항상 자기 유리한 쪽에 가져다 놓으려고 할뿐...
/ 아니...그렇지 않아. 나 얼마전에 타 동호회언니 만났어. 말했잖어. 전에 오빠랑 꼬미라는
여자랑 다 같이 동호회있던 언니...그 사람들 관계도 다 알고 나랑 사이도 다 안다고 하던..
//아...그 노처녀? 5년동안 사귀던 사람이 죽어서 아직도 못잊는다던 그분?
/ 응..그 언니처럼 평생에 사랑이 한번인 사람들은 아마 나 같은 사람은 시내에서 쇼핑하다가
마음에 드는 물건 고르듯이 사랑하는것처럼 보이나봐?
// 왜? 뭐라고 하디?
/ 아니..딱히 그런거는 아닌데 말의 뉘앙스가 그렇지모. 곱게 보이겠어?
음...전엔 조금은 오빠를 이해하는줄 알았는데 이번에는 대 놓고 욕하더라.
// 그래서 신경 쓰여?
/ 나도 같이 욕하는거지모.
그러더라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진정한 용기가 있어서 아름다운거래.
//용기? 아...자기 가정을 지키는 용기?
/ 응..
//후후. 바람은 피우되 가정은 지키는게 용기라? 음 사람이 다르면 사랑도 다른게 아닐까?
한 사람과의 사랑만이 진정한 것이라면 우린 정말 힘들꺼야.
그러면 사람들 오래 못살아.사람이 결국 사랑을 먹고 사는 동물인데
그 사랑이 끝나고나면 언젠가 또 다른 사랑이 찾아오기에 우리가 이렇게 살아가는거 아닐까?
그 분도 아직 사랑을 못 만나거 뿐이야. 아마 다른 사랑이 오면 감사해할걸.
/ 그래 욕 들어먹어도 당연하지. 그런데 아는 사람이 그러니 정말 마음이 안 좋더라.
인정받을려는 건 아니지만 이해받고는 싶었나봐. 그 언니말데로 내가 너무 욕심이 많은거겠지?
// 그래 너가 욕심이 많나보다. 그런데 다 그런거야.
그러니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생기지.
그래도 난 널 이해하려고는 해. 나도 가정이 있기에 썩 용납이 안되는 부분도 있고
너가 다시 신랑이랑 잘 되었음 하는 부분도 있어.
아니, 얘들만 아니면 차라리 그 사람하고 잘 되었음하는 마음도 있어.
내가 보기에도 잘 맞는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아이들때문에 그러는거야. 난.. 알지?
/ 응. 언니 마음 잘 알아.
//음...그 언니랑 나랑 뭐가 다를까? 세상을 보는 잣대는 사람마다 거의 비슷해. 더욱이 난
아줌마이고 한 남자의 아내니까 유부들의 불륜이 남의 일 같지가 않아.
그래서일꺼야. 여자들 누구네 신랑이 바람핀다고 하면 자기 신랑 바람 핀듯이
상대 여자 잡아죽일것처럼 욕하고 흥분하는거.
언젠가 내가 그자리에 있지나 않을까 하는 심리 그리고 난 절대 그렇지 않기에 더 욕할수있다고
말하는 당당함. 일종의 조강지처 컴플렉스 아닐까?
첩처럼 살갑게 굴지는 않고 첩보다 더한 사랑을 받아야만 한다는 그리고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살잖아. 별다른 노력도 없이 그래서 난 좀더 노력할려고 하는거야.
/ 그래서 언니네는 그렇게 사이가 좋은거구나...
// 후후...그런거지모. 처음 습관이 중요한거야. 결혼 초기에 애정표현 안하면 나중에는 더 하기 힘들더라.
사실 인정하기는 싫지만 내 주위에 젊건 나이들어서건 남자들 바람나서 딴여자랑 사는 남자들
보면 진짜 잘하더라. 여자도 그렇고.
왜 원래 부인한테는 저렇게 하지 않았나하고 욕이 나올만큼 정말 인연이 따로 있어서 그런걸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로 잘 지내더라. 저러니 서로 새로 가정 일구고 살겠지싶은 생각이 들더라.
아마 우리나라의 부부관계라는게 너무나 주위의 영향을 많이 받는게 아닌가 싶어.
사랑을 표현하기엔 주변 사람들의 눈이 많다는 거지. 친구들도 배우자 자랑하면 팔불출이라고 하지.
어른들 앞에서도 머뭇거리게 되지.
사랑도 노력이고 습관인데 처음 결혼하면 우리나라 사람들 너희들 많이 아끼고 충분히 사랑해라라는
말보다 어른들한테 공경하고 잘살고 아이 잘 키워라는 말을 더 많이 하잖아.
그러니 결혼하고 나면 이제 연애는 끝이잖어. 둘다 생활인이 되어버리는거야.
그리고 부부도 가족일뿐이야.
어느 책에서 그러더라 어떤때는 와이프가 너무 가족같아서 근친상간하는것 같다고. 후후
말이 되니? 부부는 가족이기 앞서 연인이여야 돼. 평생의 연인...
그러니 삶에 치이고 감정이 식을줄 알았다가 새로운 이성을 만나면 그때 터지는 거지.
그때는 철도 들고 어릴때처럼 유치하게 상대를 대하는게 아니라 사랑도 나이만큼 성숙해져 있는거야.
몸도 마음도. 그러니 이전에 못했던거 안했던 표현까지 다 할수있는거야.
나이 드신분들 연애하는거 봤니? 애들보다 더 로맨틱하다.
또 금기시하는것에 대한 강학 욕구가 더 깊은 법. 남자들의 심리중에 가장 탐내는 여자가 누군줄 알어?
/응?...누구? 아가씨들?
// 후후... 아니래...남의 것. 남의 여자가 가장 탐난다더라. 독재정권때 영화인들이 만들거 없어서
많이 만들던 에로 영화 제목도 있잖어 '훔친 사과가 맛있다' 그말 다 의미가 있는거야.
/ 하하..언니도 참 별거를 다 알어.
// 그래 난 이해는 해. 찾아오지 말아야 할것이 늦게 찾아와서 힘들어 하는 사람들.
더욱이 그사람이 너인거. 왠줄 아니?
/ 왜?
// 너를 사랑하니까...
나에게 있어서 넌 객관적으로 볼수있는 지나가는 행인같은 사람이 아니야.
오랜 시간동안 너 사는 모습도 봤구. 너가 어떠한 사람이라는걸 알기에 아니, 무엇보다
너랑 보낸 시간이 너를 많이 이해하도록 만들었나봐.
전부는 아니지만 반정도는 너인것처럼...
난 너 욕하거나 비난하고 싶지않아.
다른 사람들에게 그렇게 보인다손 치더라도 그건 너랑 상관없는 남들이니까 그런거야.
그러니 너무 마음아파하지마.
자기의 생각을 남들이 모두 이해해주는 경우는 성인이고,
자기의 생각을 모두 비판하는 경우는 독재자나 정신병자라더라. 우리처럼 범인들은
소수의 사람 아니, 한명만이라도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음 다행인거 아니니?
/ 언니....
// 바보같이..울기는...그냥 그래 살다가보면 얼마나 우리는 남의 잣대에 맞춰서 살아야 하니.
행복도 남들이 만들어놓은 잣대에 맞추고 불행도 그렇고...
난 무엇보다 너가 행복했음 좋겠어. 곰곰히 생각해봐 너가 가장 행복한 길이...
세상의 잣대로만 너를 보기 싫어 그러니 마음 너무 많이 아파 하지말아.
안 그래도 많이 힘든데...
/ 언니...정말 고마워...진짜...
// 빨랑 먹어 치즈케익...내가 다 먹겠다. 우와~ 오랜만에 먹으니 진짜 맛있네.

돌아가는 길 언니손에 피칸파이를 들려보냈다.
내 고마움의 마음을 가득 담아서 가길바라며....